[흥] 경북 폭포 여행, 여름을 부탁해!

입력 2017-07-20 00:05:00

속이 다 시원하시죠? 예! 날아갈 것 같은 기분이에요

구미 금오산의 대혜폭포는 높이 28m 규모로, 폭포수 떨어지는 소리가 금오산을 울린다고 해 명금폭포라고도 불린다. 구미시 제공
구미 금오산의 대혜폭포는 높이 28m 규모로, 폭포수 떨어지는 소리가 금오산을 울린다고 해 명금폭포라고도 불린다. 구미시 제공

폭포의 단짝 서술어는 '젖다'이다. 폭포 앞에 서면, 물 알갱이가 스며서 온몸이 촉촉하게 젖는다. 물기둥이 수면을 찧는 소리가 귀에 젖어든다. 모든 감각이 시원한 기운에 젖는다. 피로에 젖은 일상이 개운한 기지개를 켠다. 겨울의 눈처럼 여름에는 폭포가 내린다. 장마 동안 물줄기가 부푼다. 보기만 해도 가슴이 탁 트인다. 산뜻하고 상쾌한 기분에 젖는다. 여름의 단짝 여행지는 폭포이다.

◆여름은 폭포와 함께

옛 선비들은 폭포를 사랑했다. 조선 중기 학자인 한강 정구(1543~1620)는 시로써 용추폭포(김천 증산면)를 예찬했다.

"경사진 암벽에 흘러내리는 용추의 물은 콸콸/신선대 아래에서 발원하는 시냇물/세속의 누추함 이 신령한 곳 침노할까 염려하여/용추는 마른하늘에 벼락을 쳐 이 신령한 곳 지킨다네."

한강은 폭포 옆에 터를 고르고 나서 정자를 짓고 이름도 완폭정이라고 했다. "폭포수에는 동양인의 마음속에 흐르는 원시적인 환각의 무지개가 서려 있다."

이어령 씨는 수필 '폭포와 분수'에서 이렇게 적었다. 분수와 비교하며 폭포수는 "자연이 만든 물줄기, 숨어 있는 자연의 물, 중력의 거대한 자연의 힘 그대로 하늘에서 땅으로 떨어지는 물"이라고 했다. 중력을 거스르고 쏟아 오르는 인공의 분수와 달리 자연친화적인 동양 문화를 드러낸다는 것이다.

폭포의 전성기는 여름이다. 특히 장마가 끝나고 폭염이 시작할 이맘때이다. 내린 비 덕분에 폭포의 물줄기가 풍성하다. 이 물줄기가 주위 공기를 순환하게 한다. 시원한 바람이 일어나는 것이다. 산기슭에 흐르는 물이어서 수온도 낮다. 물에 발만 담가도 등에 땀이 식는다.

무엇보다 우리 고장 곳곳에는 폭포가 줄지어 있다. 태백산맥과 소백산맥 줄기를 따라 포진한 높은 산과 깊은 계곡 덕분이다. 특히 청송 주왕산(720m)은 한반도의 뼈대인 백두대간에 있다. 돌 봉우리와 계곡이 빚어낸 절경으로 이름이 나있다. 1976년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주왕산은 폭포를 보석처럼 품고 있다. 용추폭포와 절구폭포, 용연폭포, 월외폭포가 시원한 물줄기를 뽐낸다.

특히 학소교를 건너 웅장한 협곡으로 들어서면 제1폭포로 불리는 용추폭포가 나온다. 높고 가파른 절벽 사이에 쉼표처럼 폭포가 자리 잡았다. 한여름 갈증이 풀어줄 눈 호강이다. 더 깊게 들어가면 주왕산에서 가장 크고 화려한 용연폭포(제3폭포)가 있다. 계곡 사이로 비치는 하늘에서 물이 바로 떨어지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폭포를 끼고 외주왕계곡과 내주왕계곡, 월외계곡, 내원계곡 등 맑은 계곡도 함께 즐길 수 있다.

포항 내연산(710m)을 빼놓으면 섭섭하다. 내연산은 '폭포 백화점'이 있다. 골짜기를 따라 12개의 폭포가 각양각색의 매력을 드러낸다. 산자락을 감아 도는 청하골은 아늑하고 고요하다. 폭포 여행의 출발은 보경사에서 한다. 물길을 따라 등산로를 1.5㎞ 가면 제1폭포인 상생폭포가 나온다. 두 개의 물줄기가 아담하다. 이어 보현폭포~삼보폭포~잠룡폭포~무풍폭포 등이 줄지어 나타난다.

내연산 폭포 중 절정은 관음폭포와 연산폭포이다. 관음폭포 주변은 높고 가파른 암벽이 두르고 있다. 폭포수가 만든 커다란 관음굴도 있다. 굴 안으로 들어가 떨어지는 물줄기를 감상할 수 있다. 구름다리를 건너면 높이 30m에 이르는 연산폭포가 위엄찬 모습을 드러낸다. 청하골에서 가장 큰 규모이다. 물보라가 바람에 날려 주변 바위를 촉촉이 적신다. 보경사에서 연산폭포까지 왕복 2시간이고 보행로가 완만해 아이와 노인도 쉽게 오를 수 있다. 이외에도 은폭포~제1'2복호폭포~실폭포~시명폭포 등이 다채로운 모습을 보인다.

비로봉 길목에 높이 28m 희방폭포 절경

울릉도 원시림 속 3단 봉래폭포 신비로워

◆웅장함을 자랑하는 물줄기

산이 깊을수록 폭포는 웅장하다. 경북에서 큰 규모로 이름난 곳이 있다. 그중 대표적인 곳이 영주 소백산 희방폭포이다. 희방폭포는 소백산맥 최고 봉우리인 비로봉(1,439m)으로 올라가는 길목에 있다. 희방사 아래 주차장에서 10~20분 정도 산길을 올라가 고개를 넘으면 바로 나온다. 접근하기에 어렵지 않은 데 비해 높이가 28m에 이른다. 수직 암벽의 푸른 이끼와 하얀 물보라가 어우러진다. 소백산 절경 중 하나로 영남지역 제1의 폭포로 손꼽힌다.

조선 전기의 학자 서거정(1420~1488)은 희방폭포를 '천혜몽유처'(天惠夢遊處)라고 예찬했다. 즉 '하늘이 내려준 꿈에서 노니는 듯한 풍경'이라는 뜻이다. 폭포 옆 암벽 철계단을 오르면 폭포가 떨어지는 모습을 위에서 볼 수 있다. 폭포수는 연화봉에서 발원한 물줄기와 합쳐져 희방계곡을 이룬다. 인근의 희방사는 신라 선덕여왕 때 창건한 사찰로, 고풍스러운 멋과 주변의 울창한 자연림을 느낄 수 있다.

구미 금오산(977m)의 대혜폭포도 이에 뒤지지 않는 규모다. 해발고도 400m 지점에 있는 이 폭포는 높이가 28m이다. 웅장한 물줄기가 곧장 아래로 내리꽂힌다. 그 모습만으로도 시원한 쾌감을 준다. 명금폭포라는 이름도 있는데, 폭포수 떨어지는 소리가 금오산을 울린다고 해 붙여진 것이다. 폭포 아래 넓은 소(沼)는 선녀탕이라 불린다. 하늘에서 선녀가 내려와 목욕을 즐겼다는 전설 때문이다.

조선 인조 때 학자 여헌 장현광(1554~1637)의 제자들이 정기적으로 폭포를 찾았다. 목욕을 하고 시를 짓고 토론하는 시회(詩會)를 열었다. 폭포 옆 암벽에는 '욕담'(浴潭)이라는 예서체 글자가 새겨져 있다. 이는 여헌 선생의 제자가 인근에 움막을 짓고 학문을 닦으면서 새긴 것이라고 알려져 있다. 폭포 오른쪽 절벽 벼랑길을 따라가면 신라 말 승려 도선(道詵)이 수행했다고 알려진 천연동굴(도선굴)이 있다.

울릉도 봉래폭포는 신비한 분위기를 지녔다. 폭포는 성인봉(984m)으로 오르는 길목인 주삿골 안쪽에 있다. 저동항에서 약 2㎞ 거리이다. 원시림 사이의 3단 폭포로 크고 아름답다. 전체 높이가 30m에 이른다. 폭포의 암석은 위에서부터 조면암~응회암~집괴암 순으로 퇴적돼 있다. 암석별로 강도가 달라 침식에 차이가 발생했다. 폭포가 여러 층으로 이뤄진 이유이다. 하루 3천t 이상으로 유량이 풍부하다. 숲과 이끼로 뒤덮인 검은 바위 등이 어우러져 독특한 풍광을 자랑한다. 폭포 근처에 바위틈으로 서늘한 냉기가 나오는 풍혈과 삼나무 숲 산림욕장, 전통가옥인 너와집 등이 있다.

장각폭포 위에 금란정'노송 어우러져

물살 층층이 덮인 오송폭포 운치 있어

◆소백산맥을 따라서

소백산맥은 경상북도 서쪽에 걸쳐 있다. 속리산(1,058m)과 수도산(1,317m), 가야산(1,432m) 등 높은 봉우리들을 거느린다. 계곡을 따라 맑은 물이 흐르고, 암벽을 타고 쏟아지는 폭포들이 곳곳에 있다. 그중 상주 화북면에는 속리산 국립공원이 있다. 산자락 초입에 장각폭포와 오송폭포가 있다.

장각폭포는 속리산의 주봉인 천왕봉에서 내려온 물줄기가 장관을 이룬다. 6m 높이에서 떨어지는 폭포수와 짙은 푸른색의 용소가 멋진 풍경을 만든다. 폭포 위에는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금란정이 노송과 어우러져 있다. 폭포 상류의 계곡은 깊지 않고 나무 그늘도 풍부하다. 하류 쪽도 넓은 자갈밭이 형성돼 있어서 가족 나들이 장소로 안성맞춤이다.

오송폭포의 물살은 층층이 형성돼 있다. 높이가 15m이다. 떨어지는 물줄기 소리에 귀가 상쾌하다. 주변은 숲이 우거져 있어 그늘이 시원하다. 나뭇가지 사이로 햇빛이 얼핏 비치면서 운치를 더한다. 폭포 아래 넓은 바위에 앉아 땀을 식히기 좋다. 옆에 오송정이라는 정자도 있다. 이외에도 일대에는 옥양폭포와 북로폭포, 쌍룡폭포 등 폭포가 많다.

남쪽으로 내려오면 황악산을 지나 수도산이 나온다. 경북 김천과 경남 거창에 걸쳐 있는 산이다. 이곳 수도계곡 상류에 용추폭포가 있다. 한강 정구 선생이 예찬한 무흘구곡 중 제9곡에 해당한다. 17m 높이의 폭포 아래쪽이 안쪽으로 기울어져 들어간 모양이다. 암석 종류의 차이로 침식 속도가 달라서 나타난 현상이다. 폭포 아래 웅덩이에 용이 살다가 승천했다는 전설로 인해 용소폭포라고도 불린다.

수도산과 멀지 않은 가야산 자락에 만귀정이 있다. 응와 이원조(1792~1871)가 1851년에 귀향해 여생을 보낸 곳이다. 자연을 보면서 독서를 즐겼다. 이 정자는 바로 앞에 계곡을 끼고 있다. 이곳에 소박하지만 정감 넘치는 만귀정폭포가 있다. 폭포는 울창한 숲에 둘러싸여 있다. 깊지 않은 수심 덕분에 가족 단위 피서객들이 즐겨 찾는다.

팔공산 녹음'기암괴석 품은 치산폭포

청도 8경인 낙대폭포, 신경통에 효험

◆대구에서 가까운 폭포

대구에서 멀지 않은 곳에 가볼만 한 폭포가 있다. 당일 여행으로 무더위를 날릴 수 있다. 자동차로 이동해 많이 걷지 않고도 폭포를 만난다. 계곡에서 물놀이도 즐긴다. 주변 역사문화관광지를 들러도 좋다. 멀리 가기 힘든 사람도 어렵지 않게 갈 수 있다.

팔공산 자락에 치산(팔공)폭포가 있다. 영천 신녕면 치산리 수도사 옆 계곡을 따라 1.5㎞ 올라가면 모습을 드러낸다. 30m가 넘는 높이로, 물줄기가 층층의 바위를 타고 완만하게 흐른다. 물줄기가 흘러내리는 연장은 60m에 달하는 3단 폭포다. 녹음이 한창인 숲 속에 기암괴석과 어우러져 눈길을 사로잡는다. 팔공산의 여러 폭포 중 가장 낙차가 크고 유량도 풍부한 편이다. 조선시대 유림들이 시인을 폭포로 초청해 시회를 열었다고 한다.

폭포의 수원(水源)은 비로봉과 신령재에서 발원한 물길이다. 팔공산 북쪽 사면을 따라 흐르며 폭포를 형성한다. 폭포수는 치산계곡을 따라 흘러 금호강의 지류인 신녕천으로 나아간다. 하류에 치산캠핑장이 있다. 캐러밴과 캐빈하우스를 갖췄고, 족구장과 산책로가 조성돼 있다. 갓바위와 군위 제2석굴암 등 역사문화관광지도 멀지 않다.

청도 낙대폭포도 접근성이 좋다. 청도군청에서 2㎞ 거리에 있고, 차로는 5분이 걸린다. 남산 중턱에 있고 높이가 30m로, 청도 8경 중 하나로 꼽힌다. 예로부터 신경통에 효험이 있다고 해 약수폭포라고도 불린다. 계곡의 울창한 나무들 사이로 가파른 절벽에서 물줄기가 떨어진다. 폭포 아래서 물줄기를 맞으며 더위를 날려버리려는 사람들로 붐빈다. 하얗게 부서지는 물보라를 보고만 있어도 눈이 시원하다. 입구에 주차시설과 주변 등산로가 잘 정비돼 있다.

조금 더 멀리 갈 수 있다면 경주 용연폭포가 제격이다. 기림사에서 왕복 3.6㎞ 거리에 있다. 이 폭포에는 전설이 있다. 신라 신문왕이 문무왕의 수중릉을 찾아 동해의 용으로부터 만파식적과 옥으로 만든 허리띠를 받았다고 한다. 그리고 돌아오던 길에 옥대 장식 하나를 떼어 물에 던지자 용이 되어 하늘로 올라갔다고 한다. 이때 만들어진 폭포라는 전설이다. 주변에 걷기 코스인 '왕의 길'이 조성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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