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컬 퓨처스] 정은영 계명대 동산병원 소아외과 교수

입력 2017-07-19 00:05:05

소아 수술 年 550건 집도…한강 이남서 독보적

정은영 교수=▷1975년 대구 출생 ▷계명대 의과대 졸업 ▷서울아산병원 외과 전공의 수련 ▷계명대 동산의료원 부교수 ▷대한소아외과학회 정회원 ▷대한소아외과학회 우수구연상(2010
정은영 교수=▷1975년 대구 출생 ▷계명대 의과대 졸업 ▷서울아산병원 외과 전공의 수련 ▷계명대 동산의료원 부교수 ▷대한소아외과학회 정회원 ▷대한소아외과학회 우수구연상(2010'2013'2014년) 및 우수포스터상 (2015년)

서울 '빅5' 제외 비수도권 최고 성과

6세 아이 용종 세계 첫 내시경 수술

전문의 역량 강화 한곳서 수술·진료

국가 차원 통합소아센터 설치 필요

정은영 계명대 동산병원 소아외과 교수는 "소아외과는 멸종 위기"라고 했다. 대구시 내 대학병원을 통틀어 소아외과 교수는 불과 6명에 불과하고, 전국적으로도 대한소아외과학회 정회원이 30명이 채 되지 않는다. 소아외과 의사가 줄어드는 건 심각한 저출산 문제와 깊이 관련돼 있다. 출산율이 떨어질수록 선천성 기형아도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어려운 상황이지만 정 교수는 소아복강경 수술 분야에서 탁월한 실력을 자랑한다. 서울 '빅5' 병원을 제외한 비수도권에서는 가장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고 있다. 정 교수는 어려운 의학용어를 쉽게 풀어 설명하는 습관이 배어 있었다. "소아 수술에서 가장 중요한 건 부모를 이해시키고 믿음을 주는 겁니다. 아이의 성장 단계에 따라 교감하는 노하우도 중요하고요."

◆지역 유일의 소아복강경 명의

정 교수는 지난 2월 조광범 소화기내과 교수와 함께 여섯 살 아이의 대장 용종을 내시경으로 제거하는 점막하 수술에 성공했다. 내시경 점막하 수술로 6세 아이의 용종을 제거한 건 세계 처음이다. 앞서 지난 2014년에는 생후 3일 된 아이의 선천성 십이지장 폐쇄증을 복강경으로 성공적으로 수술했다. 당시 아이의 몸무게는 2㎏에 불과했고, 십이지장이 막혀 수유를 전혀 하지 못하던 상태였다. 그는 소아복강경 수술을 시계 수리에 비유했다. 벽시계를 수리하는 것과 손목시계를 수리하는 것만큼의 차이가 난다는 것이다. "소아 복강경 수술은 성냥갑 안에 기구를 넣어 수술하는 것과 비슷해요. 복강경의 크기도 3㎜ 정도이고, 봉합도 머리카락의 4분의 1 굵기에 불과한 실을 사용하죠. 작은 카메라와 수술 기구 때문에 굉장히 까다롭고 섬세한 테크닉이 필요해요."

정 교수는 까다롭다는 소아복강경 수술을 9년간 750건이나 해냈다. 매년 평균 그가 집도하는 소아 수술만 550건에 이른다. 비수도권 지역에서는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울 만큼 많은 수술 경험이다.

정 교수는 "아이는 성인과 신체 구조가 다르다"고 강조했다. "신생아와 성인은 질환의 종류와 신체 구조 자체가 달라요. 굳이 수술을 하지 않아도 저절로 좋아지는 경우도 많아요. 가령 항문의 치열이나 치루는 그냥 둬도 저절로 좋아지는 경우가 많은데요. 수술받고 찾아오는 사례도 있어요." 그는 "지금 하는 일을 대체할 사람이 드물다는 데 자부심을 느낀다"고 했다.

◆고사 위기인 소아외과 살릴 국가적 대책 필요해

정 교수가 소아외과를 선택한 건 해외 의료 봉사가 계기였다. 그는 2005~2008년 탄자니아 무완자 지역에서 한국국제협력단(KOICA) 소속 국제협력의사로 활동했다. "2년 6개월 동안 소아외과 수술만 400례가량 했어요. 수술만 하면 살 수 있는 질환으로 목숨을 잃는 아이들을 보면서 제대로 공부해야겠다고 결심했죠." 그는 탄자니아에서 맺은 인연을 바탕으로 지난 2014년 탄자니아를 찾아 현지 의료진에게 소아외과 질환의 수술법과 환자 관리 등을 교육하기도 했다.

정 교수는 "소아외과는 전문의에 따라 수술 역량도 큰 차이가 난다"고 했다. 선천성 기형 자체가 드문 데다 몸 전체가 수술 영역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정 교수는 "수술 역량의 편차를 줄이려면 국가적인 차원의 조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가 제시한 해법은 '통합소아센터'다. 지역의 소아외과 전문의가 모두 한곳에서 진료와 수술을 하는 방식이다. 환자가 집중되면 수술 역량이 높아지고 연구활동도 활발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임파관종이나 총담관낭종 등에 대한 연구, 실험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또한 환자'보호자와 기탄없이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는 SNS를 개설하는 것도 꿈이다. "부모들이 인터넷을 통해 엉터리 정보를 많이 접해요. 그런 잘못된 정보를 바로잡아 주고, 궁금한 사항을 물어볼 수 있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만들고 싶어요."

사진 성일권 기자 sungi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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