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철 해외여행 전염병 주의보

입력 2017-07-19 00:05:05

떠나기 전 예방접종, 현지에선 모기 조심

강모(41) 씨는 지난여름 필리핀 여행에서 돌아온 뒤 40℃가 넘는 고열과 몸살에 시달렸다. 견디다 못해 병원을 찾은 강 씨는 뎅기열 진단을 받고 3주 동안 입원 치료를 받은 후에야 퇴원했다. 강 씨는 "이름도 생소한 감염병에 걸릴지 상상도 못했다"면서 "앞으로 동남아시아에는 가지 않을 생각"이라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본격적인 여름 휴가철이 시작됐다. 해마다 여름이면 해외로 발길을 돌리는 여행객들로 공항은 인산인해를 이룬다. 한껏 들뜬 해외여행에서 놓치기 쉬운 건 '건강'이다. 휴가지에서 배탈이 나거나 열이 난다면 즐거워야 할 휴가가 악몽으로 바뀔 수 있다. 해외 휴가지에서 가장 주의해야 할 것은 '물'음식'과 '모기'다. 질병관리본부는 17일 해외여행객들에게 손 씻기와 안전한 물'음식 섭취, 모기 피하기 등을 지켜달라고 당부했다.

◆모기는 물리지 않는 게 최선

뎅기열·말라리아·지카바이러스 감염증이 대표적

여행 후 고열·몸살 등 증상땐 보건소·병원 찾아야

해외에서 유입되는 감염병 가운데 가장 흔한 건 뎅기열이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해외 유입 감염병 환자 541명 가운데 절반 이상인 58%가 뎅기열 환자였다. 이어 말라리아(13%), A형 간염(5%), 세균성 이질(4%), 지카바이러스(3%) 등의 순이었다. 모두 모기 또는 물'음식으로 감염되는 질환들이다.

모기가 옮기는 감염병은 뎅기열과 말라리아, 지카바이러스 감염증이 대표적이다.

뎅기열은 뎅기 바이러스에 감염돼 걸리는 급성 발열성 질환이다. 주로 열대 또는 아열대 지역에서 유행하며 매년 100여 개국에서 25억 명이 걸리는 것으로 추정된다. 뎅기열에 걸리면 갑자기 고열이 나면서 3~5일간 지속되고, 심한 두통과 근육통, 관절통, 식욕부진 등의 증상에 시달린다. 열이 떨어지면서 얼굴과 목, 가슴 부위에 좁쌀 모양의 발진이 나타났다가 3, 4일이 지나면 온몸으로 번지는 게 특징이다. 특별한 치료제나 예방백신은 없고, 증상을 완화하는 치료를 하면 자연스럽게 호전된다. 그러나 혈장 유출이 심한 경우 뎅기출혈열이나 뎅기 쇼크 증후군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이 경우 환자는 일시적으로 호전됐다가 급속하게 악화되며, 심한 쇠약감과 불안증세, 식은땀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지카바이러스는 주로 '이집트 숲모기'가 옮기지만 수혈이나 감염자 간 성 접촉을 통해 전파되기도 한다. 환자 10명 중 8명은 별다른 증상을 보이지 않지만 일부는 반점이나 동그란 발진을 동반한 발열, 관절통, 결막염, 두통 등의 증상을 3~7일 동안 가볍게 겪는다. 충분한 휴식이나 수분 섭취를 하면 대부분 낫기 때문에 특별한 치료제가 없다. 지카바이러스가 무서운 건 합병증이다. 지카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소두증 신생아를 낳을 확률이 높아지고, 신경 염증이나 근육이 약해지는 길렝 바레 증후군이 뒤따를 수 있다.

모기에게 감염되는 말라리아는 14일가량 잠복기를 거친 뒤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주로 한두 시간 동안 오한과 두통, 메스꺼움 등의 증세가 나타나는 오한기를 겪은 뒤, 피부가 따뜻해지고 심장과 숨이 가빠지는 발열기가 3~6시간 지속된다. 발열기가 지나면 열이 떨어지며 땀을 흘리는 발한기가 찾아오며, 이 같은 증상이 1주일에서 한 달 가까이 반복된다. 말라리아는 예방백신은 없지만, 예방약은 있으므로 미리 처방받는 것이 좋다.

◆길거리 음식 함부로 먹으면 안 돼요

오염된 물·음식 등 콜레라·장티푸스·A형 간염 불러

수시로 손 씻고, 음식물은 반드시 익혀 먹어야 안전

해외여행지에서는 오염된 물이나 음식을 접하기 쉽다. 오염된 물이나 음식으로 감염되는 대표적인 수인성 전염병은 콜레라, 장티푸스, A형 간염 등이다. 따라서 여행 중에는 수시로 손을 씻고 물은 끓여 마셔야 한다. 생수를 마셔야 한다면 믿을 수 있는 제품을 고르는 것이 바람직하다. 음식은 반드시 익혀 먹고, 길거리 음식은 피하는 것이 낫다.

A형 간염은 A형 간염 바이러스에 오염된 물이나 음식물을 먹는 경우에 감염된다. 또 A형 간염 환자의 혈액이나 성관계 등으로 전파되기도 한다. 보통 한 달가량 잠복기를 거친 뒤 발열과 두통, 피로 등이 먼저 나타난다. 이후 콜라 색 소변과 황달 등 간염 증상이 나타나며 길게는 수개월간 지속된다. 어린이는 대부분 감기처럼 앓고 지나가지만 20세 이상의 성인은 급성 간염으로 진행되고, 한 달 이상 입원이나 요양을 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A형 간염은 백신으로 예방할 수 있다. 백신의 종류에 따라 6~12개월 후 또는 6~18개월 후 추가 접종을 하면 95% 이상 예방 효과가 있다.

콜레라는 콜레라균에 오염된 손으로 음식을 조리하거나 식사하는 게 원인이다. 날것이나 덜 익은 해산물이 감염원이 되는 경우도 있다. 보통 2, 3일가량 지난 뒤 복통이 없는 설사와 메스꺼움, 구토 등의 증상이 나타나고, 잦은 설사로 탈수 증세를 겪기도 한다. 중증 콜레라의 경우 4~12시간 만에 쇼크에 빠지고 수일 내에 사망할 수 있다. 그러나 적절한 치료가 이뤄지면 대부분 쉽게 호전된다.

1군 법정감염병인 장티푸스는 살모넬라 타이피균에 감염돼 온몸에 증상이 나타나는 급성 열성 질환이다. 보균자의 배설물로 오염된 음식이나 물이 원인이며 갑각류나 어패류, 배설물이 묻은 과일 등을 통해서도 전파된다. 8~14일 정도 잠복기를 거쳐 고열과 복통, 오한, 설사나 변비 등의 증상을 겪는다. 초기에 항생제 치료를 받으면 호전되고, 백신으로 예방할 수 있다. 특히 인도,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네팔 등을 여행한다면 장티푸스 예방접종을 받는 것이 좋다.

홍영훈 영남대병원 감염'류마티스내과 교수는 "여행을 떠나기 전에 여행지에 어떤 감염병 질환이 유행하는지 확인, 대비해야 한다"면서 "집에 돌아온 후 발열, 설사 등 의심 증세가 나타나면 바로 가까운 보건소나 병원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도움말 홍영훈 영남대병원 감염'류마티스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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