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해서 아이를 낳았다. 세상에서 가장 똑똑한 아이가 되라고 '아인슈타인' 우유를 먹였다. 그런데 초등학교에 진학시키고 보니 그럴 가능성이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자식이 서울대라도 가라고 '서울' 우유로 바꿨다. 그러나 중학생이 되고 보니 그것도 언감생심이다. 그래서 한 단계 낮춰 '연세' 우유로 바꿨다. 고등학생이 되니 이것도 쉽지 않다. 건국대라도 가면 되지 하는 마음에 '건국' 우유로 바꿨다. 드디어 고3이 됐지만 성적이 오르지 않는다. 결국 또 우유를 바꿨다. '저지방' 우유로. 지방대라도 갔으면 하는 마음에서다. 답답한 심경에 친구에게 하소연을 했더니 대답이 걸작이다. 자기는 아이에게 '매일' 우유를 먹인다고 했다. 사고나 치지 말고 학교나 매일 무사히 다녀줬으면 하는 바람에서란다.
인터넷에 떠도는 유머를 각색해서 옮겨봤다. 우리나라의 교육 현실을 우유 브랜드에 빗댄 풍자가 절묘하다. 우리나라 대학의 서열 문화와 부와 지위의 대물림 수단으로 전락한 교육 시스템을 이만큼 위트 있게 표현한 유머가 또 있을까.(물론 웃자고 한 이야기일 뿐이지 우유 브랜드에 서열이 있다는 뜻은 아니니까 우유 메이커들은 괜한 딴지 걸지 마시기를)
나는 지방대라는 말이 유감스럽다. 앞의 유머도 저지방 우유 운운하면서 지방대를 낮춰 보고 있다. 경북대면 경북대이고, 부산대면 부산대이지 어째서 지방대인가. 이거야말로 현대판 호부호형(呼父呼兄) 금지가 아닌가. 서울 이외의 모든 대학을 '지방대'로 통칭하는 언어문화를 가진 나라가 더 있다는 소리를 듣지 못했다. '학력'보다는 '학벌'을 더 중시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의식구조가 '지방대' '지잡대'라는 비정상적 단어를 일상적 단어로 고착시켜 버린 듯하다.
공교육의 지상 과제가 서울 소재 대학 진학이 되어 버린 우리 사회의 교육 시스템도 '지방대' 용어만큼이나 비정상적이다. 요즘 자율형사립고의 일반고 전환 문제를 놓고 말들이 많다고 한다. 자식을 명문대에 보내겠다며 큰마음 먹고 자사고에 넣었는데 갑자기 일반고로 전환하겠다니 해당 학부모 입장에서는 황당할 수 있다. 그러나 다소 진통을 겪더라도 자사고는 폐지하는 것이 옳다고 나는 믿는다. 공정성과 다양성이야말로 그 어떤 것보다 우위에 있는 교육 가치인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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