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나라현과 와카야마현에 위치한 학교재단 치벤(智辯)학원 소속 고교생 13명이 지난 9일부터 경주를 방문, 수학여행을 보내고 13일 일본으로 돌아갔다. 후지타 기요시 학원 이사장과 함께 온 학생들은 경주를 찾아 신라 천년의 고도를 돌아보며 낯선 나라에서의 소중한 추억과 경험을 쌓았다. 그런데 치벤학원의 한국 방문과 경주 수학여행은 올해로 42년째 이어져 남다른 의미를 주고 있다.
치벤학원의 일이 관심을 끄는 까닭은 여럿이다. 무엇보다 먼저, 수학여행의 동기이다. 과거 35년에 걸친 일제 강점을 반성하고 사죄하기 위해 시작됐다는 점이다. 첫 시작은 작고한 후지타 테루키오 초대 학원 이사장에 의해 1975년 344명의 수학여행단을 보내면서였다. 당시 이사장은 '일본의 한국 식민지배에 대한 사죄'와 '일본 문화의 원류는 신라와 백제'라는 사실을 학생에게 일깨워주기 위함이었다고 한다.
다음은 이렇게 시작된 경주 방문이 대(代)를 이어 한결같다는 사실이다. 아들 후지타 기요시는 2009년 아버지 작고 이후 해마다 경주 수학여행의 유업을 멈추지 않고 있다. 특히 2003년 사스(SARS)와 2014년 세월호 참사, 2015년 메르스(MERS), 북핵 위기, 한'일 갈등 등 온갖 한국 내 상황이나 학부모 반대에도 설득과 함께 경주 방문 전통이 끊기지 않게 노력하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매년 수백 명씩이던 참가자가 올해는 13명뿐임에도 경주에 들른 일도 예사롭지 않다. 올해 북한의 잇단 미사일 발사로 안전에 불안을 느낀 학부모 반대로 여행지를 홋카이도로 돌린 마당에 이뤄진 일이어서다. 40년 넘은 전통이 깨질 것을 걱정한 김석기 국회의원의 설득과 참가 학생들의 용기, 학교의 배려가 어울려 올해도 맥은 잇게 된 셈이다.
지금까지 한국과 경주를 찾은 치벤 학생은 2만1천 명이 넘는다. 일본 사회에 퍼진 이들은 한'일 우호와 교류, 돈독한 유대 강화의 값진 자원임이 분명하다. 어두웠던 과거를 딛고 미래로 향하는 디딤돌이 아닐 수 없다. 더욱이 내년부터 단발성 교류를 넘어 한 단계 높은 수준의 교류에 합의했으니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42년 경주 방문의 끈을 엮어 새 역사를 쓴 13명 학생의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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