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G20 정상외교 마무리] 주변 4강 외교 복원…북핵 문제 국제사회 공조 이끌어내

입력 2017-07-10 00:05:00

문재인 대통령이 8일 오후(현지시간) 독일 함부르크 시내 숙소인 하얏트호텔에서 엠마누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을 만난 뒤 평창동계올림픽 수호랑과 반다비를 선물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8일 오후(현지시간) 독일 함부르크 시내 숙소인 하얏트호텔에서 엠마누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을 만난 뒤 평창동계올림픽 수호랑과 반다비를 선물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5일(이하 독일 현지시간)부터 4박 6일간 이어진 문재인 대통령의 독일 순방을 계기로 한동안 멈춰 있던 한반도 주변 4강 정상외교에 다시 시동이 걸렸다. 독일 공식 방문과 함부르크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각각 회담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과는 한미일 3국 정상회담 계기에 만났지만 지난달 말 워싱턴 D. C.에서 첫 양자회담을 한 만큼 4강 정상과 모두 한 차례씩 단독회담을 마친 셈이다.

특히 G20 정상회의를 통한 다자외교 데뷔 무대에서도 문 대통령은 국제사회와의 공조를 이끌어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관련 정상 간 만남에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와 위안부 문제 등 핵심적 갈등 사안에 대해서는 해결책을 내지 못했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북한 핵·미사일 큰 틀 공감대

문 대통령은 취임 58일 만에 4강 정상외교를 신속하게 마무리, 북한 핵'미사일 문제 해법에 대한 큰 틀의 공감대를 형성했다.

문 대통령은 취임 첫날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로 한미동맹의 가치를 재확인한 데 이어 역대 정권 중 가장 빠른 한미 정상회담을 열면서 정상 간 신뢰를 회복하는 데 주력했다. 이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새 정부의 군사옵션을 배제한 평화적 해법을 지지하면서 양국 간 신뢰의 토대를 마련했다. 한미 정상회담 나흘 만에 북한이 ICBM(대륙간탄도미사일)급 도발을 감행하자, 트럼프 대통령이 G20 계기에 문 대통령과 아베 일본 총리를 초청해 문 대통령의 대북기조를 그대로 담은 첫 '한미일 공동성명'을 도출한 데서도 잘 드러난다.

문 대통령으로서는 불과 6일 만에 미국 정상과 대좌하는 유례없는 사례로 기록되면서 두 정상 간의 협력관계가 어느 정도 형성됐다는 말들이 나왔다. 지난달 말 한미 정상회담에서 평화적 방식의 대북 해법을 도출한 직후 북한의 미사일 도발로 전혀 다른 국면이 도래했음에도 함부르크에서의 한미일 정상 간 대북 해법이 거의 달라지지 않았다는 것은 이를 뒷받침한다. 정상회담이 큰 틀의 밑그림과 방향타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향후 북핵 로드맵 도출을 위한 4강과의 실무협의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된다.

이런 기조는 중국'일본'러시아와의 양자회담에서도 그대로 이어졌다.

문 대통령은 중국 시 주석과의 회담에서 강한 대북 제재'압박을 통해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유도해야 한다는 점에 의견을 같이했다. 남북대화 복원과 한반도 평화 정착 노력에 있어 한국의 주도적 역할을 시 주석이 지지한 것은 중국도 한반도 이슈의 이니셔티브를 인정한 것으로 해석됐다.

다만 시 주석은 한미일 정상이 공론화한 '중국 역할론'에 강한 거부감을 드러내면서 오히려 '미국 책임론'으로 응수했고, 한미일 정상회담을 의식한 듯 문 대통령에게 "한미일 협력체제로 가려는 것이냐"고 불만을 피력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문 대통령은 한국 외교의 중심축에는 미국뿐 아니라 중국도 해당한다며 다만 북한의 도발 국면에서는 한미일 협력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아쉽지만 대중(對中) 관계 갈등의 핵심인 사드 해법은 도출되지 못했다.

시 주석은 사드 철회를 요구했고, 문 대통령은 중국의 대북 영향력 확대로 한반도 위협 요인이 없어져야만 사드가 철회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팽팽한 입장 차를 보였다. 하지만 두 정상은 고위급 채널을 통해 이 문제를 논의하기로 하는 등 확전을 자제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아베 일본 총리와의 회담에서는 우리의 대북정책 기조에 대한 이해를 얻어내는 동시에 정상 간 셔틀외교를 복원하기로 하면서 한일관계 개선의 토대를 마련했다. 또 한동안 끊겼던 한중일 정상회의를 조속히 추진하기로 해 동북아 3국의 공조 마련의 기틀을 다진 것으로 평가됐다.

하지만 위안부 합의에 대해 양 정상이 기존 입장을 되풀이하며 합의점을 찾지 못한 점은 새 정부에서도 한일관계가 순탄치만은 않을 것임을 예고했다. 다만 문 대통령은 이 문제를 다른 관계 발전과 분리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문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으로부터도 대북정책 기조에 대한 지지와 함께 '북핵 불용' 입장을 확답받는 동시에 양국의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발전시키기로 의견을 모았다. 특히 푸틴 대통령이 문 대통령을 9월 동방경제포럼에 주빈으로 초청했고, 문 대통령이 즉석에서 수락하면서 두 정상은 첫 만남에서부터 신뢰를 확인했다.

◆다자외교 무대 성공적 데뷔

문 대통령은 독일 공식방문 기간과 G20 정상회의 기간인 5∼8일 나흘간 모두 9개국과 10차례의 양자 정상회담을 했다. 이 중 한반도 주변 4강을 빼면 독일'프랑스'인도'캐나다'호주'베트남 등 6개국 정상과 첫 만남을 갖고 현안에 대해 머리를 맞댔다. 독일의 경우 대통령과 실권을 지닌 총리까지 두 번의 정상회담을 소화했고, 캐나다는 당초 예정에 없었으나 쥐스탱 트뤼도 총리의 적극적인 요청으로 회담이 이뤄졌다.

한미일 3국 정상회담을 했고 EU(유럽연합) 정상회의 의장, 유엔 사무총장, 세계은행 총재 등 3개 국제기구 수장과도 면담을 이어갔다. 문 대통령이 평소 4강 외교 탈피를 강조해왔다는 점에서 이번 독일 공식방문과 G20 정상회의는 새 정부 외교 다변화 정책의 신호탄으로 받아들여진다.

문 대통령이 주변 4강과 형성한 북한 핵'미사일 문제에 대한 해법을 여타 G20 정상들과도 공유한 점은 주목된다. 반도 문제를 4강에 국한하지 않고 전 세계적인 이슈로 확산하면서 북한을 보다 압박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것이다.

G20 정상회의 의장국인 독일의 메르켈 총리는 7일 비공개 리트리트 세션 논의결과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 대해 "우리는 모두 유엔 안보리가 북한의 이번 위반에 대해 적절한 조처를 하기를 희망한다. 이에 대해서는 폭넓은 합의가 있었다"고 말했다.

경제문제를 협의하는 최고위급 협의체인 G20 정상회의가 정치'안보 문제를 논의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는 이례적으로 받아들여졌다.

아울러 문 대통령은 자유무역에 대한 지지와 기후변화 대응에 대한 국제사회와의 공조 의지를 분명히 했다. 미국의 파리협정 탈퇴에도 G20이 협정을 충실히 이행하기로 했고, 문 대통령도 이에 대한 적극적인 의지와 정책적 노력을 강조했다. 특정 정책에 대해 미국 눈치만 보지 않고 대부분 국가와 보조를 맞춤으로써 국제사회의 지지를 폭넓게 확보할 기반을 다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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