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룸 가라오케에 간 것이 문제인가?"
박상기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연세대 대학원장 시절에 받은 향응성 접대를 두고 말이 많다. 일부에서는 '갑(甲)질 교수'의 전형이라며 흥분했고, 다른 한쪽에서는 '확대'과장 보도'라고 반박한다.
보도에 따르면 박사 과정 지원자 김모 씨는 2005년 중국 베이징의 룸 가라오케에서 박 후보자 등 교수들에게 향응을 제공했는데, 그 자리에 여성 종업원들도 있었다. 박 후보자가 연구기금을 요구해 기부금 1천만원을 냈고, 서울시내 호텔에서 교수 등 23명의 회식비를 냈다는 것이다.
김 씨가 박사 과정에 불합격한 뒤 진정서를 내니 연세대의 조사 결과는 다음과 같다. '박 후보자 등이 룸 가라오케에 간 것은 사실이나, 더 이상의 향응을 제공받은 바 없다고 진술한다. 기부금 납부와 호텔 회식 비용 지불, 베이징 행사 동행은 사실인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기부금은 김 씨의 자발 의사였고, 회식 비용은 교수들이 말렸음에도 지불한 점 등에 미뤄 강요는 없었다.' 법적으로나 청문회 통과에는 별문제가 없는 사안일지 모른다. 그렇지만, 행간을 읽어보면 한국사회에서 교수의 갑질이 얼마나 위력적이고 조직적임을 알 수 있다. 달리 말하면 박 후보자 사례는 교수 사회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평범한 관행일 뿐이다.
어느 50대 인사의 회고다. "이십 년 전, 서울의 사립 명문대는 박사 학위논문 심사를 호텔에서 했다. 식사값, 술값 등으로 500만원이 들었는데, 당연히 학생의 몫이었다. 심사 후에 술자리가 벌어지곤 했는데, 성 접대를 요구하는 교수까지 있었다." 교수의 갑질에 '더럽고 치사해서 못하겠다'는 대학원생을 여러 명 봤다. 교수가 학위와 학점을 볼모로 갑질하는 풍토는 그야말로 봉건적인 착취일 뿐이다.
연세대 사제폭탄 사건 직후 한 칼럼니스트의 페이스북에는 교수들을 평하는 댓글이 여럿 올랐다. '갑질에 찌들어 있으면 갑질인지도 모른다.' '대외적인 평판과 대내적인 평판은 별개이다.' '워낙 상대에 따라 처신이 다른 사람들이다.' 얼추 맞는 얘기다. 자유로운 외국에서 공부한 교수들이 한국에 오자마자 권위적이고 권력적으로 변하는 이유는 뭘까? 대학 내부의 관료성, 특권적인 교수 지위 때문이겠지만, 교수 개인의 인성(人性) 문제가 더 중요하다. 공부만 잘하면 인성은 아무렇지 않게 여겨온 우리 사회의 잘못이 크다. 아무래도 교수를 뽑을 때 인성 평가를 하는 것이 옳지 않을까.
[알려왔습니다] 7일 자 31면 야고부(野鼓賦) '교수의 갑질'
7일 자 31면 야고부(野鼓賦) '교수의 갑질' 칼럼과 관련, 박상기 법무부 장관 후보자는 칼럼 내용에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다며 본지에 반론 및 정정보도 요청을 했습니다. 박 후보자는 연세대 대학원장 시절, 마치 자신이 기부금 납부, 호텔 회식 비용 지출에 직접적으로 관여했다는 취지의 내용은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습니다. 기부금 납부와 호텔 회식 비용 지출은 동료 교수가 센터장으로 재직한 중국법연구센터와 관련된 내용으로, 연세대의 조사결과에 나오는 것처럼 자신과 직접적으로 관련 있거나 책임이 있는 것이 아니라고 알려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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