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구미 출신의 이양호 한국마사회 회장이 4일 매일신문과의 인터뷰를 통해 말산업에 대한 구상을 밝혔다. 그는 "국내 말산업은 3조4천억원의 경제효과는 물론, 2만4천 명의 고용효과, 연간 1조5천억원 규모의 국가'지방 재정에 기여한다"며 "사행산업이란 선입견과 편견으로 경마를 바라보지 말고, 그 이면에 있는 순기능과 건전한 레저스포츠로 새로 태어나고자 노력하는 변화된 한국 경마를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
-취임한 지 7개월이 지났는데 새로운 경영 목표를 밝혀달라.
▶지난해 12월 취임 이래 '한국마사회의 새로운 100년'을 위한 청사진을 그리고자 해외 경마를 비롯해 국내 사행산업, 정책'사회'기술'재무 환경에 걸친 모든 요소를 고민했다. 지난 4월 새로 수립된 미션 '말산업으로 국가경제 발전과 국민의 여가선용에 기여한다'와 비전 '말과 함께 미래의 레저문화를 선도하는 글로벌 공기업', 슬로건 '국민행복을 향한 질주' 등은 이처럼 치열한 고민의 과정을 거쳐 탄생했다.
세부 추진 전략은 '국민과 함께하는 말산업 육성' '국제수준의 경마 상품성 확보' '스마트 마케팅 서비스' '지속성장 기반 마련' 등 총 4개 부문, 12개 추진 과제로 분류할 수 있다.
-세부 과제를 자세히 설명해 달라.
▶우선 '말산업'의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한다. 과거 공급자 중심에서 선택과 집중을 통해 수요 중심으로 정책을 전환해야 하는 것이다. 승마클럽을 확대하고 학교체육을 연계해 유소년 승마를 육성하고 농촌 관광승마 활성화로 승마 수요를 창출하는 등의 노력도 절실하다.
주력 사업인 경마도 스마트화를 통해 '국민과 함께하는 최고의 레저스포츠'로 탈바꿈시켜야 하는데 우수 국산마 공급, 인력 및 시스템 선진화로 품질을 높이고, 불법경마 단속역량도 강화하는 방안을 제시한 바 있다.
'마케팅 서비스'도 변화가 필요한 시점인데 21세기에 맞춰 최첨단 기술과 산업트렌드를 반영한 '스마트 경마서비스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모바일, 클라우드 등 스마트한 경마서비스 환경을 조성하는 것은 물론, 경쟁 산업 상품분석을 토대로 재미있는 승식 개발, 판매채널 확장을 도모할 필요성이 있다.
-마사회장으로서 가장 하고 싶은 일과 이루고 싶은 정책이 있다면.
▶국내 말산업 육성이다. 말산업은 1차 산업인 생산과 사육, 2차 산업인 사료, 마장구, 설비제조, 3차 산업인 승마, 경마, 관광, 교육, 재활 등 다양한 형태로 확장이 가능한 고부가가치 6차 산업이다. 미국, 프랑스, 일본 등의 선진국들이 말산업 육성에 열을 올리고 있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말산업은 3마1직(3馬1職: 승용마의 경우 3마리의 말이 1개의 일자리를 창출)이라는 말이 있듯, 고용창출의 블루오션이다. 한국마사회는 말을 통해 축적한 노하우로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국내 유일의 공기업으로서, 말산업 발전을 위해 구체적으로 현장 맞춤형 전문인력 양성에 힘을 쏟을 계획이다. 이를 위해 경영자 과정을 개설하고, 말산업 현장 취업지원을 확대하는 한편, 해외 인턴취업 사업, 고용 디딤돌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확대 운영할 계획이다.
-경마를 선진국처럼 건전한 레저스포츠로 육성하는 방안이 필요한 시점이다. 어떻게 추진하고 있나.
▶국민이 경마를 레저스포츠로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데는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경마에 참여하는 공간이 베팅 위주 시설로 구성돼 있다는 점, 경마를 단순히 도박으로만 여기는 부정적 인식의 고착화 등이 크게 작용하지 않았나 싶다. 경마의 부정적 인식을 개선하고, 남녀노소 누구나 즐기는 건전한 레저스포츠가 되기 위해서는 재미있는 오락으로 발전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 경마장을 공원화하고 1년 내내 볼거리, 먹거리, 즐길거리가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야 한다. 또 경마를 쉽고, 재미있게 즐길 수 있도록 승식을 개발하고, 초보자를 위한 홍보와 교육, 다양한 이벤트를 시행하며 신기술을 결합해 고객들에게 색다른 경마경험을 제공할 생각이다.
-사회공헌활동도 많을 텐데 소개한다면.
▶대표적으로 재활'힐링승마, 재능기부활동, 청소년 드림센터 및 전략적 기부금 집행 사업 등이 있다. 우선 '재활'힐링승마'는 말을 매개로 신체와 정신적 장애를 치유하는 것으로 해외에서도 많은 인기를 끌고 있는 치료법이다. 마사회는 이런 재활'힐링승마의 국내 도입과 안정적 운영을 목적으로 2015년 렛츠런 승마힐링센터를 신설, 이후 운영에 더욱 박차를 가해 당초 한 곳에 불과하던 사업장을 연말까지 4곳으로 늘린 바 있다. 저를 비롯해 모든 임직원이 참여하는 '재능기부활동'도 마사회의 핵심 사회공헌활동 중 하나다. 수의, 장제, 방역, 육성조련 등의 전문지식을 전달하는 것은 물론 일반국민에게 승마, 말산업 진로체험 등 다양한 서비스를 함께 제공한 덕분에 호응도 뜨겁다.
-기부금 규모는 어느 정도인가.
▶기부금 집행에 있어서는 마사회가 다른 기관을 압도한다. 전경련의 사회공헌백서를 살펴보면 국내 200대 기업의 당기순이익 대비 기부금 집행금액은 평균 3%인 반면, 마사회는 6.78%로 두 배에 달한다. 제 세금을 포함하면 삼성과 포스코에 이어 3위이다.
-장외발매소 매출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이를 규제하려는 법안도 다수 발의된 것으로 안다. 해법은.
▶한국마사회는 31개의 장외발매소를 운영 중이며 전체 매출의 70%가 장외발매소에서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장외발매소에 대한 지나친 규제는 마사회의 존립을 어렵게 만들며, 이는 경마매출을 주요 재원으로 하는 말산업에도 짙은 암운을 드리울 수 있다.
장외발매소는 당초 고객들의 거리적 제한을 해소하고자 설치한 공간이다. 물론, 초창기에는 환경, 주차 등의 문제로 기피시설로 여겨졌던 것도 사실이어서 마사회는 장외발매소를 복합문화레저공간으로 탈바꿈시키고자 전 좌석 지정좌석제 실시 등 환경 개선에 최선의 노력을 기울인 바 있다.
비경마일(월~목요일)에는 유휴 공간을 활용해 노래교실, 요가, 댄스, 탁구 등 각양각색의 문화 강좌를 시행 중이고 전통시장 활성화, 소외계층 지원 등에도 앞장서면서 다양한 지역 의견을 수렴, 상생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
-외국의 사례는 어떤가.
▶경마 선진국인 일본의 경우 합법적인 온라인 발매를 통해 혼잡한 장외발매소를 크게 개선해 왔다. 한국 역시 실명인증, 베팅제한 등 제도적 안전장치를 충분히 마련한 뒤, 온라인 발매 제도를 도입한다면 장기적으로 장외발매소를 둘러싼 지역민들의 불만을 크게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 이에 마사회는 '온라인 발매도입제'를 추진해 장외발매소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고 한다. 온라인 발매가 허용된다면 장외발매소 고객이 상당수 흡수돼 지역주민이 우려하는 문제들을 일시에 해소시킬 수 있다. 여기에 멈추지 않고 앞으로도 지역 발전과 지역민 복지증진에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매일신문 독자들에게 전할 메시지가 있다면.
▶말은 개'고양이에 이어 사람들이 선호하는 세 번째 동물이다. 경마, 승마 등 말산업 육성을 통해 새로운 일자리도 창출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 경마는 누구나 즐기는 경마로 이미지 개선이 필요하고 승마도 국민 모두가 즐기는 승마가 돼야 한다.
한국 경마가 국가경제에 기여하고 있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연간 1조5천억원의 국가'지방 재정이 바로 경마에서 나오고 있고 매년 출연하고 있는 기금 규모도 1천600억원에 달한다. 말산업 육성전담기관으로서 인프라 조성과 경쟁력 강화에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인 덕분에 2011년과 비교하면 경제 기여 효과가 3천500억원, 고용이 3천300여 명 증가하는 등 많은 부문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창출해 내기도 했다.
말산업에 대한 매일신문 독자 여러분의 특별한 관심과 사랑이 관련 산업을 발전시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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