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9년 결성돼 1970년대 전성기를 보낸 영국의 프로그레시브 록 밴드 '유라이어 힙'(Uriah Heep)은 국내 음악팬에게도 널리 알려진 그룹이다. 특히 '7월의 아침'(July Morning)이나 '레인'(Rain)은 지금도 간간이 라디오 전파를 타는 등 팬들에게 오래 기억되는 명곡들이다.
'유라이어 힙'은 영국 작가 찰스 디킨스의 자전적 소설 '데이비드 카퍼필드' 등장인물에서 따온 이름이라는 것도 잘 알려진 사실이다. 밴드 활동을 본격화한 1970년은 디킨스(1812~1870)의 100주기가 되는 해로 디킨스의 소설 캐릭터에서 그룹 이름을 채용했다.
그런데 소설에서 힙이 매우 부정적인 이미지로 그려진 것을 감안할 때 이를 밴드명으로 삼은 것은 다소 의외다. 작가 디킨스는 힙을 아주 비루한 인물로 소설에 묘사했는데 주인공 데이비드는 어려운 법전을 끼고 사는 힙을 매우 경멸했다. 알량한 법 지식으로 남을 돕는다면서 실제로는 남을 속이고 사기 치는 일에 법을 이용하는 인물이어서다. 깡마르고 음산한 힙의 이미지가 밴드의 컬트적인 분위기와 꽤 어울리기도 한다.
얼마 전 미국 LPGA에서 뛰는 어느 선수의 아버지가 호화생활을 하면서도 지방세 3억여원을 납부하지 않고 있다는 뉴스가 있었다. 문제의 고액 체납자인 유모 씨가 그제 16년 만에 밀린 세금을 완납하면서 담당 공무원에게 욕설 문자와 함께 "출근할 때 차 조심하라"며 협박해 또다시 뉴스에 등장했다.
세금 추징이 부당하다며 국민권익위원회에 민원을 넣기도 한 그는 서울시가 시효가 끝난 세금을 억지로 물렸다며 "비열한 징수"라고 주장했다. 보통의 납세자에게는 상식 밖의 발상으로 유 씨의 이런 비루한 행위에 소설 속의 '유라이어 힙'과 겹쳐 보는 이유다. 네티즌들은 '자식 앞길을 가로막는 아버지' '시간 지났다며 세금 떼먹겠다는 대단한 심보' 등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때마침 국세청이 3일 지난해 전체 세수 233조원 중 근로소득세가 처음으로 30조원을 넘겼다며 통계를 발표했다. 직장인이 납부한 근소세가 전년 대비 13.7% 증가해 명목임금 증가율(3.8%)의 3.6배라는 것이다. 물론 사업 실패 등 딱한 사정으로 세금을 못 낼 수도 있고 때로 면책되기도 한다. 하지만 '유리지갑'들은 꼼짝없이 세금을 내는데도 일부 고의 체납자들은 소멸시효 따지고 부당하다며 외치는 세상이다. 조세 정의가 무엇인지 다시 한 번 묻게 되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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