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 골목에서 나온 사람들이 큰 길가로 삼삼오오 모여든다. 공단으로 출근하는 근로자들이다. 서로 눈인사를 하며 용역회사 승합차를 기다린다.
피부색도 각양각색, 언어도 가지각색이다.
어느 나라에서 온 사람들인지 다 알 수는 없다. 그래도 내 동네에 함께 살아서 호기심도 생기고 반가운 마음이다. 저들에게는 일할 수 있는 우리나라가 고마운 나라가 아니겠는가. 어려운 나라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는 나라가 우리나라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뿌듯해진다.
아침부터 공단지역 산업도로에는 화물차들이 밤새워 만든 여러 가지 제품들을 싣고 목적지를 향해 바쁘게 달려간다. 이미 납품을 시작한 트럭들과 아침 출근하는 사람들의 승용차며 승합 버스들 때문에 잠시 정체되는 공장 앞길에 붉은 햇살이 쏟아져 내린다. 오늘도 열정의 하루가 시작된 것이다.
십여 대의 사출기 앞에는 태국인과 인도네시아 그리고 베트남 사람이 있다.
가끔 둔탁한 기계음 사이에서 태평양을 호기롭게 파도쳐 온 웃음소리가 들린다. 금형에서 찍혀지는 완벽한 제품을 연방 받아내며 환한 미래를 꿈꾸는 사람들. 월급봉투 명세서를 받는 날엔 웃음꽃 핀 채 귀띔한다.
"고향 가면 가게 차려서 부모님과 살아야죠."
"농장에다 소를 풀어놓고 사는 것이 꿈이에요."
사출기에 수지를 녹여 제품을 만드는 매캐한 현장이다. 밀려오는 향수며 한순간의 외로움을 불량품과 함께 분쇄기에 던지면서 웃는 사람들이다. 우리나라 젊은이들이 취직 못 해 사회문제가 되고 있지만, 농어촌과 작은 공장에는 정작 일꾼이 없어 애가 탈 때가 많다. 그럴 때 거리낌 없이 달려와 열악한 현장의 일을 맡아주는 고마운 사람들이다.
여러 나라 일꾼들이 한데 섞여 대화할 때 귀 기울여 들어보면 우리나라 말로 대화를 한다. 어설픈 토막말이지만 우리말이 중심이고 한국어가 우선이다. 우리나라 말이 여러 나라 사이에 다리를 놓아주는 것이다. 그러면서 모두가 한 식구가 되어간다. 이럴 때 또 한 번 우리나라가 자랑스러워진다.
회사의 현장 일이 제일 힘든 여름에도 이 공장은 한 마리의 잘 자라는 수염고래 같다. 불볕 속에 포효하며 되새김질하는 듯 기계는 쿵쾅대고 냉각수 물소리는 시원하게 쏟아져 내린다. 왕성한 소화를 돕는 젊고 늙은 작업자들, 낮과 밤의 숨비소리로 산업공단이 살이 찐다. 흘린 땀이 그려놓은 뒷등의 얼룩 꽃이 아름답게 보이고 고된 시간을 버텨내는 그들의 빗장뼈가 단단해진다.
오늘도 졸음을 참으며 밤샘 작업이 시작되었다. 생의 우기가 지나기를 바라는 근로자들이 잠시 쉬는 시간, 보름 달빛이 뻐근한 어깨를 토닥여 준다. 시름을 털어내는 눈빛들이 한결 밝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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