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수막염

입력 2017-07-05 00:05:01

감기로 오해 쉬워 치료시기 놓치면 기억력 잃을 수도

뇌 감싸는 수막에 세균 등 침입

구토·고열·두통 한꺼번에 나타나

항생제 투여해 원인균 없애 치료

손 씻기로 개인 위생 청결히 해야

A(70) 씨는 2주일 넘게 온몸이 쑤시고 열이 나는 증상에 시달렸다. 몸살감기 정도로 생각하고 가까운 동네의원에서 감기약을 처방받았지만 도무지 낫질 않았다. 오히려 두통과 구토가 심해졌고, 양쪽 팔다리에 힘이 쭉 빠졌다. A씨는 계속 감기약만 먹다가 걷기조차 힘든 상황이 돼서야 병원에서 '결핵성 뇌수막염'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본격적인 무더위가 찾아오면서 뇌수막염에 시달리는 이들이 늘고 있다. 뇌를 둘러싼 수막에 염증이 생기는 뇌수막염은 몸살감기로 오해하는 경우가 많아 치료 시기를 놓치기 쉬운 질환으로 꼽힌다. 특히 뇌수막염을 방치하면 기억력 장애 등 영구적인 후유증을 겪을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두통, 구토, 고열 모두 나타나면 뇌수막염 주의

뇌수막염은 사람의 뇌를 감싸고 있는 껍질인 수막에 바이러스나 세균, 결핵균 등이 침범해 염증을 일으키는 질환이다. 뇌수막염은 크게 세균성 뇌수막염과 바이러스성 뇌수막염으로 구분된다. 세균성 뇌수막염은 전체 뇌수막염의 10% 정도를 차지하며 폐렴구균, b형 헤모필루스 인플루엔자균, 수막구균 등이 주요 원인균이다. 폐렴구균이 일으키는 뇌수막염은 젊은 연령과 40대 이후에 많이 발생하며, b형 헤모필루스 인플루엔자균이 원인인 뇌수막염은 2개월~7세의 어린이에게 주로 나타난다. 바이러스성 뇌수막염의 원인 중 90% 이상은 엔테로바이러스다. 특히 콕사키바이러스와 에코바이러스가 대표적인 엔테로바이러스로 꼽힌다. 뇌수막염은 주로 봄철에 남부 지방부터 시작돼 여름철에는 서울'강원 지역으로 확산된 뒤 기온이 떨어지면 서서히 줄어든다.

뇌수막염은 감염성 질환이기 때문에 몸살감기와 비슷한 증상을 보인다. 감염 초기에는 온몸이 쑤시고 열이 나다가 점차 두통과 구토를 일으킨다. 감염 초기에 고열이 나면서 심한 두통과 구토를 유발하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감기 증상과 비슷하더라도 심한 두통과 함께 구토, 고열 등 3가지 증상이 모두 나타난다면 뇌수막염일 가능성이 높다.

◆뇌척수액 천자검사로 원인균 찾아내야

뇌수막염이 의심된다면 허리에 주삿바늘을 찌르고 뇌척수액을 받는 '뇌척수액 천자검사'를 받아야 한다. 뇌척수액을 받아서 현미경으로 관찰하면 원인균의 침입 여부와 정체를 밝힐 수 있다. 뇌척수액 천자검사는 복잡하거나 통증이 심한 검사가 아니어서 두려워하지 않아도 되지만 검사를 받은 뒤에는 5시간 이상 누워서 안정을 취해야 한다.

뇌수막염은 원인균을 없앨 수 있는 약물로 치료를 해야 한다. 바이러스가 원인이라면 항바이러스제를, 세균이 원인이라면 항생제를 사용한다. 결핵균이 염증을 일으켰다면 항결핵제가 필요하다. 그러나 원인균을 찾을 수 없는 경우도 있고, 원인균을 찾을 때까지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치료부터 우선 시작하는 게 일반적이다.

세균성 뇌수막염을 예방하려면 원인균에 해당하는 백신을 접종하면 된다. 그러나 바이러스성 뇌수막염을 예방하기 위한 백신은 아직 개발되지 않았기 때문에 손 씻기 등 개인위생을 청결하게 유지해야 한다.

박재한 대구가톨릭대병원 신경과 교수는 "뇌수막염은 대부분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완치될 수 있다"면서도 "다만 치료 시기를 놓치면 기억력 장애 등 영구적인 장애를 일으킬 수 있고 심한 경우에는 사망에 이를 수 있으므로 뇌수막염이 의심스럽다면 빨리 가까운 신경과를 찾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도움말 박재한 대구가톨릭대병원 신경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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