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잠 못드는 '찜통'…마른 장마 속 포항 사흘째 열대야

입력 2017-07-03 19:21:29

대구는 작년보다 23일 일찍 발생…태풍 '난마돌' 영향 많은 비

전국적으로 장마가 시작됐지만 대구와 경북 동남부 지역에선 오히려 열대야 현상(전날 오후 6시부터 다음날 오전 9시까지 기온이 25℃ 이상 유지되는 상태)이 발생하는 등 마른 장마 속에 찜통더위가 계속되고 있다.

대구기상지청에 따르면 3일 오전 최저기온은 대구 27.3도, 포항 27.7도, 경산 27.3도, 경주 26.8도, 성주 25.7도 등을 기록했다. 특히 지난해에 열대야 현상이 무려 20일 동안이나 발생해 시민들을 지치게 했던 포항의 수은주는 사흘째 25도 이하로 떨어지지 않았다. 기상지청은 4일 오전에도 대구와 경북 일부 지역에서 열대야가 나타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대구기상지청 관계자는 "북태평양 고기압의 영향으로 고온 다습한 남서류가 유입돼 밤에도 기온이 떨어지지 않는 현상이 예년보다 이르게 발생했다"며 "더욱이 해안가는 기온 변화가 크지 않고 일교차가 적어 이런 현상이 두드러졌다"고 설명했다. 실제 포항은 작년에도 타지역과 달리 올해와 비슷한 시기(7월 1일)에 첫 열대야가 관측됐다. 대구의 열대야는 지난해(7월 25일)에 비해 23일 일찍 나타난 것이다.

이처럼 무더위로 잠 못 이루는 밤이 이어지면서 일부 포항 시민들은 영일대해수욕장, 송도해수욕장 등 도심 인근 해수욕장으로 발길을 옮겨 수박을 쪼개 먹으며 무더위를 식혔다. 또 가정에서도 에어컨과 선풍기 등 냉방기를 켠 채 밤을 보내기도 했다. 주부 윤정미(42) 씨는 "지난주말에는 아이들이 더위에 잠을 못 이뤄 바닷가에 돗자리를 펴놓고 새벽까지 있었다"면서 "장마철이라는데 오히려 열대야 현상이 발생해 황당하다"고 말했다. 회사원 김민규(38) 씨는 "밤이 됐는데도 기온이 내려가지 않고 한낮처럼 더워 친구와 함께 영화관에서 심야 영화를 보며 더위를 식혔다"고 귀띔했다.

다행히 4일 낮부터는 기온이 떨어져 열대야 현상이 소강상태에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장마와 태풍 '난마돌'의 영향으로 일부 지역에는 시간당 20~30㎜의 많은 비가 예상된다. 대구기상지청 관계자는 "4일 오후부터 제3호 태풍 난마돌이 일본 쪽으로 북상하면서 한반도에 형성된 장마전선이 활성화되고, 동쪽에서부터 불어오는 한기가 유입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2일 대만 남동쪽 769㎞ 부근 해상에서 발원한 태풍 난마돌은 4일 새벽 제주도 서귀포 남쪽 약 220㎞ 부근 해상을 지나 5일 새벽 일본 도쿄 서쪽 약 20㎞ 부근 육상에서 세력이 크게 약화할 것으로 기상지청은 내다봤다. 진로, 이동 속도, 발달 여부에 따라 한반도 주변 기압계의 변동 가능성이 있으므로 최신 기상 정보를 수시로 참고할 필요가 있다. 국민안전처는 3일 난마돌이 2016년 경남지방에 큰 피해를 준 태풍 '차바'와 유사한 경로로 북상하고 있어 각별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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