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간 고민, 원탁에 앉아 '소통'으로 풀다

입력 2017-07-03 00:05:05

엑스코 '여성 UP 엑스포' 행사, 가족 원탁회의 100여명 참가

대구 최초의 가족원탁회의가 1일 오전 대구 엑스코에서 열렸다. 참가자들이 가족 간 벽을 허물고 더 건강한 가족을 만들기 위한
대구 최초의 가족원탁회의가 1일 오전 대구 엑스코에서 열렸다. 참가자들이 가족 간 벽을 허물고 더 건강한 가족을 만들기 위한 '우리 가족 안녕하세요?'란 주제로 토론하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msnet.co.kr

"중학교 3학년 오빠가 빵 3개를 혼자 다 먹어버리는데 어떡하죠?"

1일 오전 대구 북구 엑스코 1층 '여성 UP 엑스포' 행사장은 '건강가정'으로 거듭나려는 부모'자녀 100여 명으로 북적였다. 대구 각 구'군 건강가정'다문화가족지원센터 공개모집에 응모해 '우리 가족, 안녕하세요?'란 주제의 가족 원탁회의에 참여한 시민들이었다.

가족들은 서로 다른 조에 배정돼 진행자 1명이 자리 잡은 원탁 테이블 10개에 나눠 앉아 '우리 가족이 소통으로 풀어야 할 가장 큰 고민은?'이란 주제로 2시간 동안 열띤 토론을 벌였다. 참가자들은 부모'자녀, 형제'자매간 갈등을 허심탄회하게 털어놓았다. 어머니와 함께 온 차모 양은 "과거에 있었던 사소한 잘못을 어머니가 반복해서 얘기해 불만"이라고 털어놓았다. 다른 테이블에 있던 차 양의 어머니는 "딸과 소통이 잘된다고 말했었는데 반성해야겠다"면서 "잘못을 각인시켜 변화하게 하려는 의도였는데 미안하다"고 했다.

중학교 3학년 강모 군은 "고교 3학년인 누나와 스마트폰 사용 시간, 음식 분배 등의 문제로 사사건건 부딪친다"며 불만을 꺼냈다. 강 군 어머니는 "둘의 대화가 격해지면 '스톱!'을 외쳐 각자 방으로 가게 한다"면서 "형제가 많았던 과거와 달리 요즘 아이들은 개인주의가 심하다. 성인이 되면 서로 친하게 지낼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설문조사에서 소통이 어려운 원인으로 '시간적 여유 부족'(25명)을 가장 많이 꼽았다. '부모 뜻대로 움직이지 않는 자녀'(20명), '마음과 다른 엇나간 표현'(14명) 등이 뒤를 이었다. 해법으로는 '사춘기 아이들, 중재를 위한 부부간 대화 방법을 알려주세요'(23명), '스마트폰 어떻게 좀 해주세요'(22명), '가족끼리라도 시간을 정해 통화해요'(16명) 등을 요구했다.

아들 둘을 둔 아버지 한모 씨는 "소통이 안 되는 것은 결국 시간 부족이 문제다. 주당 근로시간을 40시간보다 더 줄이는 획기적 대책이 필요하다"며 "자녀와 '맛집 투어'만 할 순 없다. 주변에 쉽게 갈 수 있는 새로운 놀이문화, 체험 콘텐츠 개발에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태화 대구 건강가정다문화가족지원센터협회 회장은 "일하면서 세 자녀를 키우고, 시부모님을 모시는 맏며느리로 27년 결혼 생활을 했는데 남편과 처음 만났을 때의 기분을 떠올리며 가정 위기를 극복했다"면서 "고민은 어느 가족이든 있으니 소통하면서 행복해졌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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