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잃을 것도 없고 얻을 것도 없으니, 그쪽 볼일 없습니다."
동국제강 포항공장은 최근 흙 등 이물질이 다량 섞인 고철을 1년 넘게 다량 불법 반입한 사건을 단독 보도(6월 13일 자 8면)한 본지에 대해 '강한 유감'을 전해왔다. 동국제강 포항공장 관계자는 "우리와 어떠한 협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기사를 보도하는 지역 언론사와는 대화할 필요가 없다는 윗선의 지시가 있었다"면서 "기사 내용 역시 경찰이 억지로 만들어낸 허구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즉각 반발했다. 경찰 한 관계자는 "동국제강 포항공장 검수팀장 등 회사 직원 9명이 경주의 한 고철업체 대표와 짜고 무게를 늘리기 위해 이물질을 섞은 고철을 1년 넘게 반입한 사실을 확인했고, 이에 대한 증거자료도 충분하다"며 분노를 표했다. 경찰에 따르면, 고철업체 대표 B(37) 씨는 검수팀장 A(47) 씨 등 검수팀 직원들을 매수해 2015년 6월 23일부터 지난해 7월 2일까지 1년여 동안 5억3천만원에 달하는 불량고철을 납품한 혐의(사기)를 받고 있다. B씨는 고철을 싣고 이동하는 차량에 흙과 슬러그 등 이물질을 뭉쳐 만든 이른바 '고철쌈'을 정상 고철과 섞어 납품하는 수법을 사용했다고 하는데, 이를 검수팀이 전혀 모를 수 없다는 것이 경찰 입장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동국제강 측은 "경찰이 없는 사건을 만들어 냈다는 것을 법원에서 밝혀줄 것"이라며 무죄를 자신하고 있다. 경찰 측은 "수사과정에서 검수팀이 잘못을 인정했는데도, 회사만 잘못이 없다며 버티고 있다"며 황당해했다.
이와 관련해 지역의 한 고철업자는 "10여 년 전 동국제강에서 비슷한 일이 발생했을 때에도 검수팀 중 한 명이 모든 책임을 뒤집어쓰고 그만둔 적이 있었다. 동국제강 측은 그 희생(?)의 대가로 해당 직원이 고철업을 할 수 있도록 도왔고, 실제로 수년간 고철을 동국제강에 납품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매일신문 보도 당시 지역의 관련업자들 사이에서는 '터질게 터졌다. 동국제강이 과연 이번에는 어떻게 대처할까?'라는 말들이 많이 나돌았다. 발뺌하는 모습을 보며 '그러면 그렇지'라며 씁쓸해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했다.
동국제강의 도덕적 해이는 경영진들의 부적절한 처신 탓이라는 말도 나돈다. 해외원정 도박 혐의로 복역 중인 장세주 회장에 이어 지난해 말에는 그의 장남이 술집에서 난동을 피우다가 불구속 입건됐다. 그 당시, 장 회장의 형량이 무겁다고 했다가 네티즌들의 뭇매를 맞은 바 있다. 책임을 피하고 사태를 악화시키는 모습을 보니, 영화 '베테랑'의 명대사가 생각난다.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면 다 끝났을 일인데, 여기까지 온 거 이상하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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