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무역 압박·방위비 증액' 속내 여과 없이 드러내

입력 2017-07-01 08:13:18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0일(현지시간) 문재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꺼낸 양대 화두는 북핵과 통상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문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 후 공동 언론발표에서 한반도와 역내 평화를 위협하는 북핵 문제에 대해 "단호한 대응이 필요하다"며 강경 대응 방침을 천명했다.

북한의 최대 교역국인 중국을 동원해 북한을 경제·외교적으로 고립시키는 계획인 '최대의 압박'(maximum pressure) 전략을 지속하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한 것이다.

그는 또 "북한에 대해 많은 옵션(선택)을 갖고 있고, 매우 강하고 확고한 계획을 갖고 있다"고 말해, 앞으로 북한에 대한 압박 수위를 최고조로 끌어올리겠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처럼 고강도 대북 압박을 선언하면서 관여 또는 대화로 번역되는 '인게이지먼트'(engagement)를 입에 올리지 않았다.

반면 문재인 대통령은 언론발표에서 "두 정상은 제재와 대화를 활용한 단계적이고 포괄적인 접근을 바탕으로 북핵 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하자는 데 뜻을 같이했다"고 말했다.

두 정상이 북핵 해법의 수단으로 제재와 대화의 필요성을 인식하지만, 적어도 트럼프 대통령은 둘 중 '제재'에 더 큰 무게를 싣겠다는 의지가 읽히는 대목이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회담을 앞둔 한미 간 악재로 떠올랐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문제는 전혀 거론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한미 양국 간 통상 불균형에 초점을 맞췄다. 미국의 대(對)한국 무역적자와 자동차·철강 수출입 문제를 집중적으로 부각했다.

지난해 대선 때부터 무역 불균형과 한미FTA 재협상을 이슈화했던 만큼 예상된 것이긴 하지만, 압박의 수위는 예상을 넘어선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금 한미FTA 재협상을 하고 있다. 공정한 협상이 되길 희망한다"며 사실상 한미FTA 재협상을 공식화했다.

그는 지금의 한미FTA는 "미국에 거친(rough) 협정"이라고 규정했다. 일종의 불공적 협상이었다는 뜻으로 읽힌다.

한미FTA를 "끔찍한 협정"이라고 했던 대선 유세 때 표현보다는 완화한 것이지만 부정적인 생각을 여과 없이 드러낸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양측에 공정한 협상을 진행해, 무역 운동장을 평평하게 하겠다"고 강조했다.

또한 "우리는 미국인 노동자들에게 좋은 것을 원한다"며 '아메리카 퍼스트'(미국 우선주의) 입장도 분명히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자신의 주장에 문 대통령이 이미 동의한 것처럼 발언하는 '협상 기술'까지 써가며 압박을 가했다.

마치 지난번 삼성전자가 미처 검토를 완료하기도 전에 "땡큐, 삼성!"이라는 트윗을 올려, 미국에 가전 공장을 유치시킨 것과 흡사한 전략이다.

그는 "우리는 어젯밤과 오늘 자동차나 철강 등 엄중한 무역 문제들에 관해 이야기했다"며 "문 대통령은 평평한 운동장을 만들어 미국 노동자와 기업, 특히 자동차업체들이 공정하게 한국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해주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트럼프 정부의 무역 사령탑인 윌버 로스 상무장관은 미국산 자동차에 대한 비관세 무역장벽 해소, 유정용 강관 등 철강 제품에 대한 덤핑 문제를 집중적으로 제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울러 "공정한 방위비 분담이 매우 중요하다"며 방위비 증액 필요성도 공개로 거론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문 대통령과의 첫 정상회담에서 양국 간 민감한 현안인 한미FTA와 방위비 문제를 거론하면서 한미관계에 적잖은 긴장이 조성될 것으로 전망된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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