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고] 100세 시대의 그늘 '노인학대'

입력 2017-06-30 00:05:01

얼마 전 대구에서 일명 '노부부 빨랫방망이 사건'이 있었다. 노부부만 사는 가정인데, 평소에도 전원차단기(일명 두꺼비집)를 자주 내려놓던 남편이 그날도 아내가 잠든 사이에 전원차단기를 내려놓았다. 새벽에 냉장고를 열어 물을 마시려던 아내는 전원이 또 꺼진 것을 보고 화가 나서 방에서 자고 있던 남편을 빨랫방망이로 때린 사건이다. 한참 후, 정신을 차리고 불을 켠 아내는 남편이 피투성이가 돼 있자 놀라서 신고했다고 한다. 참으로 황당하고 이런 일도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노부부만 사는 가정이 늘어나면서 이런 일들이 우리 주변에는 이제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이 되어 가고 있다. 매년 6월 15일은 UN에서 지정한 '세계 노인학대 인식의 날'이다. 이미 고령화 사회인 우리나라도 이날을 '노인학대 예방의 날'로 지정해 올해 제1회를 맞이하게 됐다.

노인 인구가 증가함에 따라 그에 따른 피해도 해마다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나 아직 노인학대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이 부족한 현실이다. 노인복지법상 노인학대 범죄는 65세 이상 노인에 대한 보호자의 신체적'정서적'성적 폭력 및 경제적 착취 또는 유기'방임하는 것을 말한다. 보건복지부가 65세 이상을 대상으로 진행한 학대 피해실태조사에 따르면 "학대 피해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노인은 약 10%로 나타났으며 노인학대 신고도 해마다 증가 추세에 있다.

그러나 노인학대는 자녀 등 가족'친족에 의해 이뤄지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피해 사실을 알리지 않는 경우가 많다. 노인들은 밖에서 타인에게 모멸이나 학대를 당해도 선뜻 신고를 꺼리는데, 가족 특히 자녀들로부터 학대를 당할 경우 차마 밖으로 드러내지 못하는 것이다. 더구나 요즘 젊은 세대들과 달리 현재 노인 세대들은 무슨 문제가 있다고 곧바로 경찰에 신고하거나 공공기관에 도움을 받는 데 익숙하지도 않다. 개인적 문제, 특히 가족문제라면 가족이 우선 대화나 이해, 소통을 통해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가족 간 갈등이라고 해서 경찰의 도움을 받는 것을 무작정 거부하거나 낯부끄러운 일로 생각하는 경향도 이제는 버려야 한다.

노인학대의 유형은 일회성 폭력뿐만 아니라 다양하다. 가정 경제의 어려움으로 발생하는 노인학대나 방치의 경우 가족이 자체적으로 해결하기는 매우 어려운 면이 있다. 따라서 적극적으로 경찰이나 사회복지기관의 도움을 받는 것이 문제를 해결하는 열쇠라고 할 수 있겠다.

경찰에서는 나날이 심각해져만 가는 노인학대 범죄에 대응하기 위해 학대 예방 경찰관(APO)을 배치하여 노인학대 신고 활성화, 홍보 및 예방 교육을 하고 노인학대 사건에 대해 체계적 관리 및 노인보호 전문기관 등 관계기관과 협업해 피해자 지원 등 사후 관리까지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은폐되기 쉬운 노인학대 범죄 특성상 가장 효과적인 예방은 관심에서부터 비롯된다. 주변의 적극적인 관심이야말로 노인 안전을 담보하는 중요한 실천 방법이다. 학대 피해로 도움이 필요한 노인들을 보게 된다면 경찰(112) 또는 노인보호전문기관(1577-1389)으로 도움을 손길을 건네주길 바란다.

'노인의 지혜는 도서관의 책보다 낫다'는 속담이 있듯이 노인들의 경험과 지혜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귀한 자산이다. 머지않은 날 노인학대의 피해자가 우리가 아니란 법은 없다. 우리들의 관심과 노력으로 노인학대의 예방과 근절은 물론 '동방예의지국'에 걸맞은 경로효친사상을 더욱 발전시켜 노인이 안전한 사회가 하루빨리 찾아오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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