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脫원전 선언에 묶인 영덕원전 지원금 380억원

입력 2017-06-29 00:05:05

문재인 대통령이 신규 원전 백지화 방침을 밝히면서 영덕 천지원전 1, 2호기와 관련해 영덕군에 지원된 380억원의 처리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다른 원전 지역과는 달리 한 푼도 쓰지 않았기 때문이다.

영덕군은 지난 이명박'박근혜 정권의 원전 중시 정책에 따라 향후 원전건설을 가정하고 도시계획과 장기발전 비전을 설계해 왔다. 하지만 영덕지역의 원전반대 여론과 경주 지진 등을 고려해 사실상 '안전을 담보로 한 조건부 원전 찬성'의 입장을 보여왔던 것도 사실이다.

그 때문에 영덕군에 지원된 원전 자율유치가산금 380억원은 원전 안전에 대한 지역 여론이 성숙되고 나면 원전 건설과 함께 사용할 수 있는 이른바 '꼬치에 꽂힌 곶감'으로 여겨왔다. 그런데 이 돈이 문 대통령의 신규 원전 건설 계획 백지화 선언으로 손도 못 댄 채 날아갈 처지가 된 것이다.

영덕군 일각에서는 원전 자율유치가산금을 과연 정부에 돌려줄 필요가 있느나는 여론이 제기되고 있다. 이들은 "원전 백지화는 정부가 일방적으로 결정한 것이다. 원전 고시 이후 5년간 원전과 관련해 재산권 행사에 손해를 본 주민들에 대한 보상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아울러 "아직은 영덕이 원전 고시지역이고, 원전 건설 예정지에 지원되는 돈이 내려와 있기 때문에 사용할 명분은 충분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즉 '더 늦기 전에' 일단 쓰고 보자는 것이다.

영덕군은 영덕군의회와 예산 승인 협의를 하는 한편 태스크포스까지 꾸려 다른 지역의 사례 등을 살피는 등 380억원을 사용할 방도 찾기에 나섰다. 윤위영 부군수는 "원전을 찬성했던 주민들도 적지 않았다. 백지화의 부담을 영덕군이 모두 떠안는 것은 부당하다"고 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만만한 문제가 아니다. 해당 자율유치가산금은 '원전 주변지역 지원에 관한 법률'에 기반해 정부의 일정한 목적기금에서 나온 것이다. 원전을 건설할 예정인 지역과 원전 지역 등에 지원되는 돈이다. 발전소가 없는 곳에 정부 기금이 지원되는 것은 법률상 근거가 없는 행정행위라는 것이다.

게다가 원전 자율유치가산금을 사용하려면 절차상 산업통상자원부에 사업 내용과 규모 등을 통보하고 심의를 받아야 한다. 대통령이 신규 원전 백지화를 선언한 마당에 산자부가 승인해줄지 의문이다. 정부는 마음만 먹으면 해당 자금을 영덕군 통장에서 즉각 회수할 수 있다는 이야기도 있다.

이에 대해 산자부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뭐라고 답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며 말을 극도로 아꼈다. 한국수력원자력 관계자는 "원전 계획이 철회된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누구도 쉽게 답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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