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기 전에 꼭 한 번은 설악산에 오르고 싶었습니다."
숲 해설 봉사자의 도움으로 시각장애인들이 설악산 정상을 올랐다. 주인공은 대구에 사는 시각장애인 김한숙(62'여'시각장애 1급), 진성만(56'시각장애 2급) 씨다.
시각장애인 산악회에서 만난 두 사람은 2년 전부터 설악산에 가겠다는 꿈을 품었지만 동행을 구할 수 없어 뜻을 이루지 못하고 있었다. 기회는 올해 초 봉화에서 숲 해설사 류명화(46'여) 씨를 만나면서 찾아왔다. "죽기 전에 설악산 정상에 오르고 싶다"는 두 사람의 부탁을 류 씨가 승낙하면서다. 지난 4월 네팔 히말라야 트레킹을 다녀올 정도로 산행을 즐기는 류 씨는 "지난해 유방암 수술을 받아 조심스러웠고 설악산에 시각장애인 두 분을 모시고 다녀올 확신이 서지 않았다"면서도 "생애 딱 한 번 가보고 싶다는 마음을 쉽게 거절할 수 없었다"고 했다.
산행이 확정되자 진 씨는 주변 도움을 받아 '하늘의 별 따기'라는 설악산 대피소 예약을 책임졌다. 숲 해설 봉사 등으로 류 씨와 친분이 있던 이상갑(58) 씨도 합류했다.
4명이 된 일행은 지난 23일 양양군 오색탐방지원센터에 모여 대청봉과 봉정암, 수렴동대피소로 이어진 2박 3일 대장정을 시작했다. 돌과 계단 위치, 길 높낮이 등이 안내되면 앞이 안 보이는 두 사람이 주변을 더듬고, 지팡이로 바닥을 두드리며 한 발씩 내디뎠다.
일반인이라면 4시간이면 도착할 정상에 10시간이 걸려 도착하자 두 사람은 벅찬 마음을 가눌 수 없었다. 류 씨가 "바위가 울퉁불퉁하고 구름이 몰려온다. 저 멀리 속초 앞바다가 보인다"고 설명하면 두 사람은 고개를 끄덕였다. 진 씨는 "국내 최고 명산인 설악산에 왔다고 생각하니 공기조차 다르게 느껴졌다"며 "정상에서 내려가기 싫을 정도로 큰 감명을 받았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날 정상 아래 중청대피소에서 하루를 묵은 이들은 다음날 소청봉, 봉정암을 거쳐 수렴동대피소로 내려가 둘째 날을 보냈고 이튿날 백담사를 둘러보고서 하산을 마무리했다. 류 씨는 "이렇게 힘든 줄 알았으면 갈 생각을 못 했을 것"이라면서도 "일상생활도 쉽지 않은 두 분이 설악산에 가겠다는 것 자체가 대단하다. '안 된다'는 마음을 버리고 목표를 위해 실천하는 모습은 본받고 싶었다"고 말했다.
평생의 꿈을 이룬 두 시각장애인은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진 씨는 "두 분이 함께해 줘서 말로만 들어왔던 설악산에 직접 다녀왔다. 앞으로 어떤 높은 곳도 오를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고 했다. 김 씨는 "류 씨가 먹고 자는 모든 일을 세심히 챙겨줬다. 첫날 몸이 아팠지만 내색하지 않았던 류 씨에게 특히 더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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