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과 전망] 실질적 지방자치 준비해야

입력 2017-06-28 00:05:00

요즈음, 지방자치단체장들이 부쩍 바빠졌다. 1년 앞으로 다가온 내년 지방선거를 대비해 벌써 움직이고 있다. 전에는 잘 찾지 않던 작은 모임이라도 얼굴을 비춘다. 광역단체장을 바라보는 출마 예상자들은 자신의 연고지를 다지는 한편 틈만 나면 다른 시군에도 들러 여론을 살피고 사람들을 만나러 다닌다. 남이 알세라 조용히 그 지역의 영향력 있는 인사들을 만나고 온다. 현역 단체장들에 도전하는 출마 예상자들도 마찬가지이다. 대면 접촉을 늘리고 선거 조직을 구축하는 일에 열심이다.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아 있어 정중동의 행보 수준에 그치고 있지만, 선거판이 빚어내는 특유의 활기와 에너지가 스며 나온다.

대도시인 대구는 덜하지만, 경북의 시군 단체장과 도지사 선거는 지연과 혈연, 학연을 매우 따지며 농촌 고유의 정서적 공감대를 중요시한다. 인구 3만~5만 내외의 군 지역에는 이런 정서가 아주 강하며 10만~20만 규모, 40만~50만 규모의 중소도시라 해도 정도의 차이가 있을지언정 크게 다르지 않다. 몇 대에 걸친 토박이들이 많고 외지인이 적은 특성으로 말미암은 현상이다. 그래서 구미 출신이 도지사를 했으니 이번에는 포항 출신이 해야 한다는 등의 이야기가 나오고 예상 경쟁자들보다 더 큰 조직을 꾸리고 사람을 최대한 많이 모으며 아직은 지역 기반이 굳건한 자유한국당 공천에 목을 맨다. 선거가 임박하면 공약을 제시하면서 득표 활동에 나서겠지만, 공약보다는 인물 됨됨이, 연고 관계가 더 당락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전반적인 선거 문화가 바뀌고 발전해 왔지만, 농어촌 지역의 선거 문화는 별반 달라진 게 없어 보인다. 삶의 변화가 적고 변화를 잘 받아들이지 않는 고령자들이 많아서 그런 것일 수 있다. 사실, 단체장이 누가 되든 큰 차이도 없다. 재정 자립도가 현저히 낮아 무늬만 지방자치일 뿐인 현실에서 중앙정부에 예산을 많이 타 내 사회기반시설을 확충하고 경쟁적인 관광 홍보, 축제 홍보를 통해 외지인들의 지갑을 많이 여는 데 주력한다. 지방 재정의 한계 때문일 수 있지만, 창의적 정책은 별로 보이지 않고 대동소이한 정책들이 여기저기에서 펼쳐진다. 그러다 보니 유권자들도 정책을 살피기보다는 후보자들의 소속 정당, 경력, 지연과 혈연 등에 얽매이게 되는 것일게다.

내년 지방선거부터는 좀 달라지지 않을까 싶다. 문재인정부가 지방분권과 균형발전 정책을 내세우고 있고 이 정책은 가시화될 것으로 보인다. 내년 지방선거와 함께 지방분권과 균형발전 조항을 포함하는 개헌도 추진되고 있다. 지방재정을 확충하고자 국세인 담배 개별소비세, 부동산 양도소득세의 지방세 이전이 검토 중이고, 부가가치세 일부를 떼서 이전하는 지방소비세율을 현행 11%에서 21%까지 올릴 여지가 충분하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내국세의 19.24%인 지방교부세율을 상향하고 나서 농'어촌 중심 지자체에 교부금을 많이 분배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즉, 내년 지방선거에서 선출된 단체장들은 지방재정이 확충돼 지방자치가 실질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환경에서 리더십을 발휘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바람직한 변화이지만, 우려도 적지 않다. 자질이 부족한 단체장이 지방재정을 부적절하게 운용할까 염려된다. 새로운 도약을 위해 시행착오를 거쳐야겠지만 그 비용이 많이 들어서는 곤란하다. 지방자치를 제대로 하려면 그에 맞는 역량과 준비가 필요하다. 내년 지방선거 출마자들과 유권자들 모두 준비해야 한다. 출마자들은 인맥과 조직을 통해 표 모으는 데만 골몰하지 말고 달라진 시대에 맞는 공약과 정책을 다듬어야 하며 유권자들은 출마자들이 어떤 일을 하려고 하며 그것이 주민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지 찬찬히 살펴야 한다. 종전보다 한 단계 이상 경쟁 수준을 끌어올려야 선거 문화와 지방자치가 한 걸음 이상 더 나아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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