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승기념공원 부지 없다" 지자체가 내팽개쳐

입력 2017-06-28 00:05:00

호국평화벨트사업에 빠진 포항·경주

포항 학도의용군 전승기념관 내 전투 재현 모형. 배형욱 기자
포항 학도의용군 전승기념관 내 전투 재현 모형. 배형욱 기자

1950년 6월 25일 북한군의 기습 남침에 한국군은 일방적으로 남쪽으로 밀려났다. 파죽지세인 북한군을 저지하고, 반격하는 교두보를 만든 곳은 낙동강 방어선이었다. 미8군 사령관 워커 중장의 이름을 따 '워커라인'이라고도 불리는 이 방어선은 칠곡 왜관을 중심으로 역 'ㄱ'자 형태였다. 왜관에서 남쪽으로 마산까지 160㎞, 동쪽으로 영덕까지 80㎞에 달했다. 국가보훈처와 경상북도는 2008년 낙동강 방어선 동쪽으로 '칠곡-영천-경주-포항-영덕'에 '낙동강 호국평화벨트 조성사업'을 추진했다. 참전용사들은 전쟁의 역사적 의의가 이 사업을 통해 후세에 길이 남길 바랐다. 그러나 사업은 예산 문제 등 이해관계가 얽혀 칠곡, 영천, 상주, 영덕, 군위 등은 참가했지만 포항과 경주가 빠지면서 반쪽짜리가 됐다. 지역 호국 역사를 스스로 내팽개쳤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주 '기계-안강' 전투, '영덕-포항' 전투

경주 '기계-안강 전투'는 기계와 안강, 경주 북부 등에서 국군 제1군단 예하 수도사단이 북한군 제766부대로 증강된 제12사단의 남진을 저지한 방어전투다. 수도사단은 9월 5일 무릉산~곤계봉~형산강 선에 최후의 방어선을 형성, 11일간의 격전 끝에 이 선을 확보해 공세의 전기를 마련했다. 특히 곤계봉 탈환을 계기로 전황이 급반전돼 반격으로 연결됐다.

8월 1일부터 9월 14일까지 '영덕-포항 전투'에서 국군 제3사단은 영덕과 포항을 점령한 후 부산으로 진출하려는 북한군 제2군단 예하 제5사단의 침략을 막아내고, 반격 작전의 발판을 마련했다. '영덕 207-218 고지 전투'는 8월 6일 국군 제3사단 제22연대가 항공기 지원하에 영덕 부근 207고지~181고지로 대대적인 역습을 펼쳐 고지를 탈환하고 적의 공격을 방어한 전투다.

영화 '포화 속으로'에서 다뤄진 '포항여중 학도병 전투'의 주인공들인 학도병 71명은 8월 10일 포항여중에서 11시간 동안 4차례 적의 공격을 방어해 국군 제3사단 후방 지휘소와 시민들이 대피할 길을 열었다. 이 전투에서 학도병 47명은 꽃다운 목숨을 잃었다. '영덕 장사동 상륙작전'은 인천상륙작전을 기만하고자 육군 '명'부대 828명이 '문산호'(LST)를 타고 펼친 전투다. 이 배는 9월 15일 새벽 장사동 해안에서 좌초돼 많은 희생자가 발생했지만, 목적을 달성해 인천상륙작전 성공의 발판이 됐다.

◆반쪽짜리 전락 '낙동강 호국평화벨트 조성사업'

국가보훈처와 경상북도는 2008년 '칠곡, 영천, 경주, 포항, 영덕' 등 5개 지역과 '군위, 상주, 안동' 등 호국자원 연계지역을 대상으로 순차적 '호국벨트'화 사업에 들어갔다.

칠곡 낙동강 호국평화공원이 가장 먼저 시작됐다. 이곳에는 2010~2015년 호국기념관, 호국문화갤러리, 호국체험장 등이 세워졌다. 영덕 장사상륙작전 전승기념공원 조성사업도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진행, '영덕 장사동 상륙작전' 도중 침몰한 문산호의 실물 모형이 제작됐다. 2011년에는 영천 전투 메모리얼파크 조성공사가 시작돼 올 연말 완공을 앞두고 있다. 호국기념관, 전망타워, 전투체험장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상주에는 화령장전투 전승기념관이 2012년부터 조성되고 있다. 이 역시 올 연말 완공을 앞두고 있으며, 전투체험장과 광장 등이 모습을 갖추는 중이다. 2014년 사업이 시행된 군위 효령고로지구 전투기념공원은 올해 말 호국기념광장과 추모공원, 서바이벌게임장 등 다양한 호국 시설을 갖추게 된다. 국비 50%가 투입됐다.

포항에도 전승기념공원이 건립될 예정이었다. 호국충혼탑과 세계전쟁사박물관, 휴양 숙박시설, 공원 등 다양한 시설이 계획됐다. 특히 야외 전시공간의 한쪽을 전쟁 당시 지역 한 부분으로 재현한 세트장을 만들어 체험하는 공간 조성도 논의됐다. 또 공원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전망대나 유람차 등 전망시설을 갖추는 것도 계획에 포함돼 있었다. 경주도 안강전투 기념공원이 조성되고, 전시관과 야외전시 및 기타시설이 들어설 계획이었다.

하지만, 포항과 경주는 부지조차 구하지 않는 무관심을 보이다 '포기'를 선택하며 낙동강 호국평화벨트 조성의 대열에서 빠졌다. 그나마 지난해 추진된 포항'경주 '형산강 프로젝트'에 '포항 학도의용군 호국문화의 길 조성사업'이 포함됐지만, 국비 지원은 한 푼도 받지 못한 채 10억원(도'시비 각 5억원)으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사업은 내년까지 기존의 학도의용군 전승기념관 리모델링, 전몰학도충혼탑 주변 쉼터 조성 등을 하는 것에 그친다.

한 6'25 참전용사는 "훌륭한 호국 자원을 갖고도 제대로 활동도 못 하고, 예산 지원을 해준다고 해도 거부하는 포항과 경주의 모습은 안보를 소홀히 여기는 것 같아 매우 안타깝다"며 "역사를 제대로 알아야 미래를 볼 수 있다. 말로만 호국을 외치지 말고, 실천하는 지방자치단체가 돼 달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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