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 '집시맨'을 꿈꾸는 사람들

입력 2017-06-28 00:05:00

해방 후 세대와 베이비붐 세대들은 시대적 격랑과 급속한 경제성장의 무한경쟁시대를 맞아 치열한 생존과 성공을 위하여 앞만 보고 열심히 달려온 것 같다. 젊은 세대도 예외일 수 없어 엄청난 사교육과 입시전쟁 앞에서 인간의 기본적인 욕망마저도 접어야 했고 옆자리의 친구들은 모두 경쟁에서 이겨야 할 대상이 되고 말았다. 돈과 권력이 인생 목표이고 행복의 지표가 된 우리 사회에서 인문학은 자취를 감추었다. 인간성 상실이라는 사회적 질병이 점점 깊어가고 있는 것 같아 걱정이다. 이런 상황이 우려스러운 것은 '배부른 돼지보다 의식이 있는 인간'이 더 가치가 있는 삶이기 때문이다.

조금씩 도시화'기계화된 인간의 모습에서 벗어나려는 몸부림도 보인다. 예컨대 젊은 세대가 캠핑장에서 자연과 교감하며 지친 심신에 에너지를 재충전하려는 모습을 볼 때 그렇다.

중장년 세대는 자신을 위한 개별적인 여가를 갖는 환경을 만드는 데 서투르다. 주로 단체로 주말에 등산하거나 해외여행을 떠나는 것에 만족하는 것은 어린 시절부터 개성보다는 정형화된 단체생활에 익숙해져 인간이 가진 다양성에서 인생을 배우고 더불어 사는 것에 행복을 찾지 못했기 때문일 듯싶다.

최근 어느 종편에서 '집시맨'이라는 프로그램이 매주 방송되고 있다. 이 프로그램에 대한 중장년층의 관심과 호감도가 아주 높은 것 같다. 자녀교육이 끝나고 시간의 여유가 생겼지만 무언가 허전한 마음의 중년들이 캠핑카를 만들어 어린 시절 추억을 돌아볼 수 있는 산으로 강으로 때로는 바다로 가서 일상에 지친 마음을 힐링할 수 있는 아주 좋은 시간을 만들어 내고 있기 때문이다.

아쉬운 점이라면 '집시맨' 프로그램이 '먹방'으로 단순화되는 점이다. 자동차를 고치고 이동하는 비용이 만만찮은데 결국 어느 정도 재력이 없는 사람에게는 캠핑이 그림의 떡이다.

'집시'는 유랑족이다. 가끔 그들은 산천을 떠돌며 자급자족하고 몸과 마음이 자유로운 사람들로, 때로는 낭만적인 삶으로 묘사되기도 한다. 진정한 '집시맨'의 생활은 이동 중에 거리에서 물건을 팔거나 자신의 재능을 팔아서 경비를 자급자족해야 지속하는데 우리나라의 경직된 행정가들은 도시 혹은 관광지 미관을 훼손한다는 명목으로 길거리 장사를 허용하지 않는다. 그런 규격화되고 깨끗한 현대문명만 가득한 곳에 외국관광객이 얼마나 오겠는가?

문화의 다양성을 공유하고 조화를 이루고 여러 사회계층의 사람들이 함께 어울려 살아왔던 곳이 이 땅이다. 또 그것을 리드했던 우리 선조 목민관들이 있어서 아름다운 문화를 만들어 왔다.

열심히 살아온 중년들이여 떠나보자! 현 상황이 조금은 아쉽지만 그래도 가끔은 자유로운 심신으로 산과 들을 찾아 '꽃 꺾어 산(算) 놓고 무진무진(無盡無盡) 먹세 그려'라고 노래한 송강(松江) 정철(鄭澈)의 풍류를 흉내라도 내어 보는 것도 인생의 즐거움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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