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십천 아이스하버식 어도 토사·자갈·나무 등 퇴적물 물고기 길 막고 악취 풍겨
국가하천인 형산강 포항~경주 구간 하천정비사업과 관련, 4대강 보에 설치돼 제구실을 못한다는 지적을 받는 '아이스하버식' 어도(魚道)가 설치될 예정이어서 적합성 논란이 일고 있다. 이렇게 되면 연어'은어 등 회귀성 어류가 돌아오지 못하고, 토종 어류의 이동이 막혀 하천 생태계 교란 우려가 커진다.
부산지방국토관리청 측은 "형산강 수위가 100여 년간 일정하게 유지돼 수위 관련 문제가 없다는 환경영향평가 등을 거쳤다. 가장 적합한 어도를 선정하기 위해 전문기관이 비교분석해 내놓은 결과다. 현재 개발된 어도 중 이보다 적합하고 나은 조건이 있었다면 우리가 선정했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그동안 한국은 국가하천과 지방하천에 대한 생태연구나 하천에 적합한 어도에 대한 연구'조사가 부족해 하천유형별 어도의 기준이 체계적이지 않다"며 "비교분석 대상이 없어 그중 가장 나은 어도를 선택하는 형식이었다. 하천별 맞춤형 어도 개발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15%에 불과한 어도 설치율, 대부분 제 구실도 못해
1976년 수산자원보호령(제12조 어도 설치 규정)에 따른 생태환경보전법으로 설치가 법제화된 어도는 말 그대로 물고기들이 다니는 길이다. 하지만 기준이나 강제가 없어 형식에 그쳤고, 2005년 내수면어업법으로 보 등 인공구조물 설치 시 어도 설치를 의무화했음에도 흉내내기식에 머물렀다.
이는 하천 생태계 파괴 문제를 초래했고, 전문가들은 병든 생태계를 되살려야 조류인플루엔자 등의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고 주장하기 시작했다. 이에 정부는 보'댐 등 인공물에 막힌 물고기가 다닐 수 있는 길을 내고자 사다리식 인공 어도 설치를 권장하는 법을 만들었고, 뒤늦게 강제 조항을 집어넣었다.
이렇다 보니 전국적으로 어도 설치율은 매우 저조하다. 국가어도정보시스템 기준 2016년 현재 전국 댐'4대강 보'하굿둑'방조제'농업용 보 등 3만3천919개 구조물 중 어도는 5천259개(15%)에만 설치됐다. 대부분 2000년대 이전에 설치된 것들이다. 이 중 대다수(5천223개)는 지방하천'소하천 농업용수용 보에 설치돼 있으며 형식적 어도라는 지적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 같은 사례는 쉽게 찾을 수 있다. 지난달 말 영덕농공단지 인근 오십천의 마근보 아이스하버식 어도(폭 5m'길이 68m)는 상류에서 내려온 자갈과 모래'나뭇가지 등이 쌓여 물길을 막았고, 어도에 고인 물이 악취를 풍겼다. 어도 안에 갇혀 죽어 있는 물고기도 곳곳에서 발견됐다. 이보다 상류지역의 금호보 어도에도 계단식 어도가 설치돼 있지만 어도 출구가 퇴적물에 막혀 어류의 진입을 막고 있다. 경주 강동면 왕신천보에 설치된 아이스하버식 어도 역시 오십천 마근보처럼 온갖 퇴적물에 어도 기능을 상실한 상태였다.
김상춘 형산강 환경지킴이 회장은 "하천 생태계를 살리려면 물고기들이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물길이 반드시 필요한데 국내 하천 대부분의 어도는 차라리 없는 것보다 못하다"고 지적했다.
◆전문성 부족, 어도 관리 허술
전문가들은 국내 어도에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경남과학기술대학교가 2014년 지원한 '기존 어도의 개선에 관한 조사연구'에 따르면 물고기는 상류로 가려고 빠른 물살을 찾지만 동해안 지역 대다수 어도의 물은 대부분 일정한 속도로 흐르거나 멈춰 있어 물고기를 유인하지 못하는 문제를 안고 있다. 갈수기 때 수위가 낮아지면 상류의 물이 아래로 흐르지 않아 어도의 기능을 완전히 잃어버리는 것도 문제점이다. 이는 어도 설계 때 어도의 유량을 반영하지 않거나 유량 산정이 잘못됐기 때문이다.
게다가 어도 출입구에 토사'자갈'나무 등 퇴적물이 쌓여 수초가 자라고, 고인 물이 썩어가는데도 관리가 전혀 되지 않는 것도 문제다. 이 밖에 퇴적물을 막기 위한 장치가 없고 물고기가 어도를 따라 올라가려 할 때 새 등 천적으로부터 보호할 시설도 갖추지 않았다.
한동대 공간환경시스템공학부 안경모 교수는 "지역 하천에 대한 대학기관의 전문적 조사가 정부 지원을 통해 진행돼 하천 관련 전문가들을 양산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하천 특성에 맞는 어도를 개발해 기존 어도의 문제점을 보완'개선할 수 있다"고 했다. 국립한경대 토목안전환경공학과 백경오 교수는 최근 해양수산부의 어도 관리 정책발전 토론회에서 "어도의 이용 효율을 유인효율 및 통과효율로 분리해 각각을 극대화하는 설계 및 관리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상대적으로 등한시됐던 유인효율 증대에 초점을 맞춰 기준 개정이 필요하다. 표준 형식 어도를 유연하게 확대해야 하며 하천 특성을 참작한 어도 설계기준의 현실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논란 속 형산강 아이스하버식 어도 공사, '기대 반 우려 반'
이런 논란 속에 효자2지구 포항취수장보와 황성지구 월령보에 설치될 어도는 사전환경성 검토와 환경영향평가를 거쳐 선정돼 공사를 앞두고 있다. 부산지방국토관리청이 2015년 환경영향평가를 맡긴 A업체는 ▷도벽식 ▷계단식 ▷아이스하버식 ▷버티컬슬롯식 등 어도 4개의 형식을 형산강 어종의 유영력과 어도의 유량 등 9가지 항목으로 점수를 매겼고, 아이스하버식 어도가 33점으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부산지방국토관리청 관계자는 "형산강 토종 어류들을 고려할 때 아이스하버식 어도가 가장 양호한 것으로 검토됐다"고 했다. 이를 지지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이들은 "아이스하버식 등이 구조상 현저한 결함이 있다는 사실이 학술적으로 입증되기 전에는 표준설계 범주를 벗어나서는 안 된다"고 했다.
그러나 이들 어도의 경우, 홍수 때 떠내려오는 돌'모래'나무 등을 차단할 시설이 설계에 반영돼 있지 않고, 가뭄 등 갈수기에 물고기가 다닐 통로가 없는 등의 문제가 지적되기는 마찬가지다.
이영재 경북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최근 준공된 영천 보현산댐이나 영주댐 등 어느 곳에도 어도가 없다. 어도가 없거나 잘못된 어도를 만드는 것은 생태계 교란으로 물고기 먹이인 플랑크톤의 생태계마저 파괴한다. 물고기 이동이 불가능해지면 플랑크톤과 AI, 구제역 등의 바이러스가 호반, 강가, 수변 위의 대기권에 떠다니다 질병을 확산시킨다"며 "어도가 제 기능을 발휘하면 물고기와 수생생물들이 어도를 통해 산란과 번식을 되풀이할 수 있어 바이러스를 적절히 통제해 제대로 된 먹이사슬을 형성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또 "환경 강국인 영국, 독일, 프랑스처럼 댐에도 어도가 필요하며, 특히 앞으로는 물고기의 산란과 생태학습적 습성까지 고려한 다기능 어도 설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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