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국민이 염원하는 나라

입력 2017-06-27 00:05:11

구르는 돌에는 이끼가 끼지 않는다. 이는 만고불변의 법칙이다. 그러나 작금의 대한민국은 이미 오래전부터 구르기를 멈춘 보수라는 이끼에 둘러싸여 부식 중인 돌과, 진보라는 이끼에 둘러싸여 부식 중인 돌, 두 개의 돌로 나뉘어 있다. 진보와 보수 모두가 부식이 진행된 오래된 돌로서 곧 모래 탑이 파도에 쓸려가 흔적이 사라지듯이 자연 붕괴 현상으로 돌이 아닌 모래로 사라질 운명에 놓여 있다.

'플라톤'이 주장한 '철인 정치'는 사상과 민족을 초월한 정치의 기본 토대이거늘, 작금의 대한민국에선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기본적 자세도 갖추지 못한 자들이 자신들의 야욕(탐욕)을 채우기 위해 국민을 선동하고 상대의 네거티브만을 목이 쉴 정도로 외치고 있다. 자신만이 정의의 사도요, 이 나라를 구할 유일한 적자임을 강조하느라 진정한 국민의 열망을 깨닫지도 못한 채 허울 좋은 공약만을 마구잡이로 쏟아내고 있다.

길거리를 오가며 흔히 접하는 낯익은 풍경 가운데 허리가 90도로 휜 노인네들이 종이 박스나 철물 나부랭이, 돈이 될 것이면 경제적 가치도 계산치 않고 끙끙거리며 리어카에, 유모차에 싣고 다니는 모습은 이제 우리에게 아무런 감정도 느낄 수 없는 현실이 되어 버렸다. 현재 40, 50대 성인의 부모들은 자식들만은 고생시키지 않으려고 모든 희생을 감수하면서 대학 교육까지 시켜 주느라 자신들의 노후 준비를 포기해 버렸고, 노년 인구의 증가로 노인 빈곤층은 갈수록 밑도 끝도 없는 악순환의 연속으로 사회의 큰 문젯거리로 대두되고 있다.

그러나 정작 대학을 마친 젊은이들은 '캥거루족'이 되어 자신도 부모도 서로가 눈치만 보는 현실이 되었고 청춘의 꿈을 펼친다는 것은 희망 사항이요, 현실과는 동떨어진 옛이야기로 퇴락하고 말았다.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의 자식들은 금수저와 흙수저로 나뉘어 자식이 부모를 원망하는 사회, 취업이 두려운 대학생들은 4년 만의 졸업 기간을 5년, 6년으로 늘리는 사회, 아예 취업을 포기하는 세대가 늘어만 가는 사회, 희망도 없고 내일이 없는 암담한 현실에서 상대적 박탈감에 짓눌려 살아가야 하는 이 시대의 자화상을 그들은 알고나 있는 것일까?

내일이란 오늘보다 나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전제되어야 그 가치를 지닌다. 서민들에게 중요한 것은 지금은 비록 한 끼의 밥을 먹지만 조금만 더 노력하면 두 끼, 세 끼의 밥을 먹을 수 있을 것이란 확신이다. 땀을 쏟을 환경이 조성되어 나의 힘을 다하고 그 대가를 얻을 수 있는 내일이 하루속히 도래하는 것이다. 인간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국가란 공산주의 국가냐, 민주주의 국가냐의 사상을 떠나서 풍요롭게 먹고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내가 나의 꿈을 품을 수 있고 나의 꿈을 이룰 수 있는 환경이 갖추어진 인간다운 인간으로 살고픈 나라를 원한다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께 간곡히 호소 드린다.

통합이든, 탕평이든 그 방법론은 국민들에게 중요한 게 아니다. 과거의 잘못된 적폐를 청산하여 당장 국민들이 원하는 일거리를 창출하고, 상대적 박탈감을 와해시킬 수 있다면 적폐의 원흉들을 모두 투옥시켜도 좋다. 그러나 그러할 수 없다면 적폐 청산에 쏟을 에너지를 미래 지향적인, 땅을 파면 고구마나 감자가 나오는 생산적인 정책에 쏟아 주실 것을 강력히 촉구 드린다. 지금 대통령에게 부여된 권력은 하늘로부터 내려온 것이 아니라 불과 얼마 전에 아래(국민)로부터 부여받은 권력임을 벌써 잊으셔서는 안 될 일이다.

지금 이 나라에 필요한 것은 내가 살아야 할 이유가 있는 나라! 나를 필요로 하는 일터가 있는 나라! 나만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을 수 있는 나라!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가 더불어 행복해질 수 있는 나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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