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주 김정숙 씨가 영부인 김정숙 여사에 편지

입력 2017-06-27 00:05:11

"30년간 일궈온 모든 게 물거품 사드로 바뀐 삶 필름에 담아"

26일 서울 청와대 입구 분수대 앞에서 사드한국배치저지전국행동 관계자들과 성주에서 참외 농사를 짓는 김정숙 씨(가운데)가 영부인 김정숙 여사에게 보내는 사드 배치 반대의 뜻을 담은 편지를 낭독하는 행사를 하고 편지와 참외를 전달하기 위해 청와대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26일 서울 청와대 입구 분수대 앞에서 사드한국배치저지전국행동 관계자들과 성주에서 참외 농사를 짓는 김정숙 씨(가운데)가 영부인 김정숙 여사에게 보내는 사드 배치 반대의 뜻을 담은 편지를 낭독하는 행사를 하고 편지와 참외를 전달하기 위해 청와대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드 배치 철회를 요구하는 성주지역 여성들이 26일 영부인 김정숙 여사에게 편지를 보냈다. 이날 청와대 입구 분수대 앞에서 열린 퍼포먼스에서 영부인 김정숙 여사와 동명이인인 성주 주민 김정숙 씨가 영부인에게 쓴 편지를 낭독했다. 이번에 청와대를 찾는 성주 여성들은 편지를 통해 사드 배치 반대의 뜻과 함께 최근 소성리에서 발생한 보수단체 난동에 대한 우려의 뜻도 전했다. 또 지난해 7월 성주가 사드 배치 부지로 선정된 후 석 달가량 젊은 엄마들의 사드 반대 투쟁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파란나비효과'의 초대장도 전달한다. 다음은 성주에서 참외 농사를 짓는 김정숙 씨가 영부인에게 보낸 편지글 전문이다.

김정숙 여사님께

안녕하십니까. 저는 사드가 배치된 지역 경북 성주에 사는 김정숙입니다. 스무 살 때 성주로 시집와 참외 농사를 지으며, 평범한 주부로 아내로 엄마로 살아온 지 올해로 30년이 됐습니다. 도시에 살던 제가 꿈꾸었던 농촌은 내 집 앞마당이 다 내 땅이고, 내가 농사짓는 논이 다 내 땅이라 생각했지만, 현실은 당연히 아니었죠.

30년을 뜨거운 하우스 안에서 참외 농사를 지으며 이제쯤 두 자식 반듯하게 키우고 내 삶을 살겠구나 싶을 때 사드라는 괴물이 찾아왔습니다. 2016년 7월 13일부터 한동안 저는 30년을 일궈온 모든 것들이 물거품이 되는 것 같은 생각에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힘이 들었고, 그날부터 매일을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촛불을 들고 있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이 촛불을 드는 것밖에 없다 생각했고, 광화문에서 성주에서 열심히 촛불을 들다 보니 김정숙 여사님은 영부인이 되셨고, 저 김정숙은 영화배우가 되었네요. 어설프게 카메라를 들고 다니던 사람이 인터뷰를 요청해 사드 반대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까 하는 생각에 인터뷰를 해주었지요.

몇 번을 보면서도 '뭘 하기라도 할까' 하는 마음에도 열심히 뛰어다니시는 모습이 참 인상적이었는데, 다큐멘터리 영화감독이란 말에 참 놀랐습니다. 그랬던 우리 감독님이 일을 내셔서 영화로 제작이 돼 전주국제영화제에서 다큐멘터리상까지 타고 난리가 났습니다. 우리가 투쟁해 온 날들이 고스란히 영화에 담겨 있는 것을 보니 마음이 뭉클하더군요. 그 영화가 22일 전국에서 개봉을 했습니다. '파란나비효과' 다큐멘터리 영화에는 문재인 대통령님과 여사님이 알고자 하는 국민의 삶이 담겨 있습니다. 성주에 사는 국민이 지난 1년을 어떻게 투쟁해 왔는지 어떤 마음으로 살아왔고 오늘을 살아가는지 공감할 수 있는 영화입니다.

대통령님, 김정숙 여사님, 영화 꼭 보시고 국민의 삶에서 함께하는,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해주십시오. 대한민국은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국가란 것을 깨닫게 해 주십시오. 저희가 더 크게 소리 내겠습니다. 든든한 국민 빽 믿고, 용감한 외교 부탁드립니다. 늘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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