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경기냐 투기 근절이냐…갈림길에 선 부동산 대책

입력 2017-06-26 00:05:01

정부가 집값 급등을 부추기는 부동산 투기 세력에 정면 대응하겠다고 선언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23일 취임식에서 최근 서울'경기, 세종, 부산 등 일부 지역의 집값 급등이 "다주택 보유자의 투기 행위에서 비롯됐다"며 투기 세력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장관 취임식 자리에 다주택자 부동산 거래 통계를 담은 현황판까지 동원해 규제 강화 방침을 밝힌 것은 선례가 없는 일이다. 그만큼 정부의 부동산 투기 근절 의지가 어느 정도인지를 말해준다.

최근 부동산 경기 과열 현상에 관한 정부 시각은 지난주 발표한 6'19 부동산대책에서도 어느 정도 엿볼 수 있다. 급격한 부동산 경기 위축을 염려해 정부가 대출 규제 등 통상적인 카드를 먼저 꺼내 들었다. 하지만 앞으로 상황을 지켜봐 가면서 추가 대책을 내놓을 가능성은 충분해 보인다. 김 장관이 취임사에서 6'19대책이 투기 행위를 겨냥한 1차 메시지라고 밝힌 것도 앞으로 2차, 3차 대책을 통해 부동산 투기 고삐를 바짝 죄겠다는 경고인 셈이다.

반면 부동산 업계 등 일각에서는 "정부가 제시한 강남 4구 등 부동산 거래 분석 자료가 과장됐다"며 비판적인 입장이다. 5주택 이상 보유자나 '29세 이하' 젊은 층의 서울 강남 4구 부동산 거래량 증가가 투기 행위를 뒷받침하는 증거로 꼽고 있으나 실제 거래 건수는 그리 많지 않다는 점에서 투기로 단정 짓기 힘들다는 게 비판론자의 시각이다. 이들은 저금리와 주택 공급 부족이 집값 상승의 원인인데도 정부가 투기 세력 탓으로 돌리고 있다며 불만을 표시했다.

정부의 말이 맞는지, 부동산 업계의 주장이 맞는지는 국세청과 지자체 등 관련 통계를 전부 확인하면 금방 알 수 있다. 업계 주장도 일리는 있으나 일부 부유층의 무분별한 투기 행위가 주택 거래에 기름을 부으면서 집값을 뛰게 만든다는 것은 누구도 부인하기 힘든 사실이다.

정부는 다주택자의 부동산 투기에 대해 양도소득세를 무겁게 매기고 보유세도 올리는 등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 투기과열지구 지정도 더는 주저해서는 안 된다. 고강도 규제 없이 엄포만으로는 투기 행위를 근절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경기도 중요하나 주택 시장의 안정과 실수요자 보호가 더 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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