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양심 불량 상인으로 인해 AI에 뚫린 대구

입력 2017-06-26 00:05:01

대구에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발생해 불안해하는 이들이 많다. 전국적으로 소강상태를 보이던 AI가 대구로 인해 확산되지나 않을까 하는 우려까지 나온다. 2014년 이후 3년 만에 AI 청정지대가 무너졌다는 아쉬움도 크지만, 한 무책임한 상인의 가금류 계류장에서 발생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더욱 크다.

이번 AI는 한 가축 거래 상인의 '양심 불량'에 의해 발생한 것이나 마찬가지여서 찜찜함을 더해 준다. 이 상인은 최근 한 달 동안 본인 소유의 가금류 계류장에서 토종닭 10마리가 폐사했는데도, 검역 당국에 알리지도 않았다. 동구청이 전화 예찰 과정에서 닭'오리 보유 여부를 물었는데도, "사육하지 않는다"는 거짓말까지 했다.

전국적으로 AI로 인해 난리가 났는데도, 무슨 이유 때문인지 나 몰라라 하고 있었다니 기가 찰 일이다. 아마 번거롭거나 귀찮다는 이유가 아닐까 싶다. 이 상인은 가축 전염병 예방법을 위반해 축산 차량용 GPS를 꺼 놓고 경북 지역 전통시장 등을 돌아다니며 거래를 했다니 걱정스럽기 짝이 없다. 대구시는 이 상인을 고발하고 가축 판매업 등록 취소를 할 방침이라고 하지만, 이 과정에서 발견된 문제점이 한둘이 아니다.

이 상인이 축산 차량용 GPS를 꺼 놓고 이곳저곳을 돌아다녔지만, 아무런 제재도 받지 않았고 누구도 이 사실을 알지 못했다. 이 상인은 가축 거래 상인 등록을 했지만, 등록 요건이 너무나 허술하고 단순했다. 상인들에 대한 관리도 전혀 이뤄지지 않아 이런 상인이 얼마든지 생길 수 있다고 한다. 정부와 대구시는 이런 문제점을 하루빨리 보완해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

지난 21일 대구의 고병원성 AI 확진 판정 이후 아직까지 추가 의심 신고가 없다고 하니 다행스럽다. 발 빠르게 대응한 대구시와 방역 당국의 노력 덕분일 것이다. 이번에 대구로 인해 AI가 확산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한시름 던 것 같다. 2010년 안동에서 구제역이 처음 발생해 전국으로 크게 확산되면서 오명을 덮어쓴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렇지만, 아직까지 안심할 단계가 아닌 만큼, 방역 당국은 긴장의 끈을 놓아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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