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에 국학기공 점심 때 라인댄스…'수업 몰입' 힘 받아요

입력 2017-06-26 00:05:01

대구 논공중 심신단련 프로그램

매주 목요일 등교 직후 논공중학교 학생들은 국학기공으로 심신을 단련한다. 학생들이 국학기공 중 단공대맥형 동작에 열중하고 있다.논공중 제공
매주 목요일 등교 직후 논공중학교 학생들은 국학기공으로 심신을 단련한다. 학생들이 국학기공 중 단공대맥형 동작에 열중하고 있다.논공중 제공
주말에 열리는
주말에 열리는 '어깨동무 교실'에서는 농구, 볼링, 축구, 국학기공 등을 하며 친구, 선후배 간 우정을 쌓는다. 논공중 제공

뇌 활성화 도움되고 체력까지 단련

교사·전교생이 함께…관계 좋아져

학교폭력·기초학력미달 '0' 이뤄내

주말엔 스포츠로 협동심·도전 정신

최근 학교스포츠클럽이 활성화되면서 청소년기 신체활동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하지만 다양한 교육적 수요가 있는 학교 현장에서 '몸과 마음의 건강'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기는 쉽지 않다. 이 가운데 대구 달성군에 있는 논공중학교에서는 라인댄스, 국학기공 등 전교생이 참여하는 스포츠활동으로 심신(心身)을 함께 단련하고 있어 주목받고 있다.

◆10분 수련에 가쁜 숨 "수업 때 차분해져"

지난 22일 오전 등교를 마친 대구 논공중 1~3학년 전교생이 음악에 맞춰 국학기공 동작에 열중했다. 논공중 국학기공 스포츠클럽 소속 학생들이 무대에 올라 시범을 보이자 교사들도 학생들과 함께 동작을 따라했다.

국학기공이란 우리나라 고유의 심신 수련법을 현대인에게 맞게 체계화한 생활스포츠다. 남녀노소, 장소에 구애받지 않아 생활스포츠에 적합한 종목으로 평가받고 있다. 최근에는 기체조, 명상 호흡 등으로 몸과 마음을 단련해 심신의 건강을 찾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관심을 얻고 있다.

이날 학생들은 다리를 굽힌 상태에서 팔을 앞으로, 옆으로 천천히 뻗으면서 호흡도 함께 가다듬었다. 몸을 천천히 움직이면서 힘이 들어가는 자신의 근육 하나하나에 진지하게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전교생 250여 명이 같은 동작을 펼치는 광경은 마치 중국에서 주민 수십 명이 공원에서 아침마다 체조하며 건강관리를 하는 모습과 비슷했다. 10분 정도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동작을 마친 학생들은 숨을 가쁘게 내쉬었다.

학생들은 쉬는 시간, 점심시간 등 시간이 날 때마다 다음 달 19일 예정된 교내 국학기공대회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학급별로 국학기공 실력을 겨룰 이번 대회에서는 그동안 배운 단공대맥형 기본 동작을 바탕으로 반마다 창의적인 동작을 추가해 전교생 앞에서 선보일 예정이다.

최수봉 학생(3학년)은 "아침마다 국학기공 시간을 통해 활력을 찾고 있다"며 "국학기공이 나의 하루 일과로 자리 잡으면서 요즘 수업시간에 더욱 차분하게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학기공대회 우승 잇따라 성취감 쑥

논공중은 지난해부터 윤성혁 학생안전교육부장 교사를 중심으로 학생들이 활력을 찾고, 학교폭력과 학업 스트레스를 없애 주고자 다양한 체육활동 프로그램을 고안해왔다.

이곳은 전교생이 250여 명에 불과한 소규모 학교인 만큼 새로 부임한 교사들은 대구 도심의 학교에 비해 학생들의 활력이 조금 떨어진다고 느꼈다. 또 학교 근처에는 주거지역이 없어 대부분 학생의 등'하교 시간이 최소 30분 이상이 걸리기 때문에 피로감으로 수업에 집중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 때문에 지난해 3월부터 체육 시간을 이용해 라인댄스(line dance·여러 사람이 줄을 지어 추는 춤)를 가르쳤다. 이후 매일 점심시간 10분을 활용해 운동장에서 교사, 학생들이 함께 인기 아이돌 음악에 맞춰 춤추는 시간을 마련했다. 그러다 지난해 6월부터 '다 함께 기세등등'이라는 프로그램을 시작하면서 추가로 국학기공을 전교생에게 연마하게 했다.

아침에는 국학기공, 점심시간에는 라인댄스를 하면서 학생들은 스포츠활동에서는 물론 수업 시간에도 집중도가 높아졌다. 윤성혁 교사는 "라인댄스로 체력을 기르고, 국학기공 수련으로 뇌 활동이 활성화되다 보니 수업 몰입도가 훨씬 높아졌다"고 말했다.

교사, 학생이 함께 라인댄스, 국학기공을 배우다 보니 딱딱했던 사제 관계가 점차 바뀌었다. 학생들의 태도가 적극적으로 변하면서 수업 참여도가 개선됐다. 생활지도가 제대로 이루어지면서 자연스럽게 학교폭력 예방, 학력 신장 효과가 따라왔다. 지난해 논공중은 학교폭력 제로(0)학교, 기초학력미달 제로(0)학교로 선정됐다.

한편 전교생이 국학기공을 열심히 연마한 결과 전국 대회에서 논공중이 두각을 드러내는 성과를 거뒀다. 논공중은 지난해 각 시도에서 1등을 차지한 팀들이 모인 제9회 전국학교스포츠클럽 국학기공대회에 이어 올해 열린 제8회 달성군수기 국학기공대회에서 연이어 우승을 차지했다.

◆"스트레스 해소'학폭 예방 두 토끼 잡아"

논공중의 심신수련 프로그램은 주말에도 이어진다. 올해 초 윤성혁 교사는 '어깨동무 교실'을 만들어 비만학생, 주말에 게임에 몰입하는 학생, 운동에 자신감이 없는 남학생들을 모았다. 어깨동무 교실의 활기를 돋우고자 평소 운동을 좋아하고 잘하는 학생도 일부 참여를 받았다.

이들은 오전 9시부터 점심시간이 훌쩍 지나는 시간 동안 농구, 축구, 국학기공, 볼링 등 다양한 스포츠를 즐긴다.

지난 3월부터 두 차례에 걸쳐 진행된 어깨동무 교실에서는 운동뿐만 아니라 간식 먹기, 교내 정화 활동 등을 함께하면서 선후배, 친구 간 우정을 나누는 시간이 되기도 한다.

특히 오는 여름방학 때는 교내에서 진행되는 캠프도 준비돼 있다. 학생들은 선생님들과 함께 학교에서 밥을 해먹고, 영화감상, 운동 등을 하며 친구들과 추억을 쌓길 기대하고 있다.

논공중은 하반기부터 여학생이 선호하는 스포츠 종목을 중심으로 여학생이 참여하는 어깨동무 교실을 꾸려갈 계획이다.

교사들은 라인댄스, 국학기공으로 학생들이 변화하는 모습을 보면서 협동심, 도전 정신, 성취감을 높이는 데 스포츠가 효과적이었다고 입을 모은다. 교장 선생님에서부터 전교생이 협동해 하나의 결실을 만들어내는 과정에서 '논공인'으로서 공동체 의식까지 느낄 수 있다고 했다.

정병국 교장은 "심신수련으로 학생들의 잠재된 끼와 소질, 그리고 학업에 억눌린 감정을 바람직한 방법으로 푸는 계기가 됐다"며 "학교 구성원 전체가 참여하는 활동이었기에 스트레스 해소와 학교폭력 예방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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