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A, 美대선 전 푸틴의 '트럼프 지원작전' 알았다"

입력 2017-06-24 10:03:12

WP 보도…"상황 악화 우려해 대선 후로 대응 미뤘다가 후회"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트럼프 밀어주기' 작전 지시 정황을 지난해 미 대선 전에 이미 알고 있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P에 따르면 대선을 3개월 앞둔 작년 8월에 파악된 이 정보는 백악관을 충격에 빠뜨렸고, 미국 정보 당국자들은 대응 방안을 고민했다.

백악관은 이 정보를 입수하자마자 심각한 안보 위협으로 간주했으며, 정보를 탄탄하게 모으고 대응 방안을 제시할 비밀 태스크포스(TF)까지 꾸렸다.

TF는 러시아가 유권자 등록 명단이나 투표집계기를 해킹해 미국 대선을 방해할 수 있을지에 초점을 맞추고 활동했다. 힐러리 클린턴 전 민주당 후보의 이메일 해킹 사건까지는 미처 손을 쓰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클린턴 후보의 승리가 유력한 상황이었고 러시아에 대한 적극 대응이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선거 조작 시도로 보일 수 있다는 우려도 있었다고 WP는 밝혔다.

이에 미국 정부는 상황 악화를 우려해 러시아에 직접 경고를 보내는 선에서 마무리하고 본격적인 대응은 대선 이후로 미뤘다고 한다.

당시 논의 테이블에 올랐던 보복성 대응 방안은 경제제재 강화, 푸틴 대통령을 외교적으로 곤란하게 할 수 있는 정보 유출, 러시아 인프라 겨냥 사이버 공격 등이었다.

그러나 예상을 뒤엎은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의 대선 승리 이후 오바마 행정부 내에서는 러시아에 강력한 조치를 하지 않은 것을 후회하는 목소리가 나왔다고 한다.

이와 관련해서 한 전직 관리는 "안보 당국자들은 '우리가 잘못한 건가'라고 자성했다"고 WP에 전했다.

러시아의 미국 대선 개입 의혹과 관련해 오바마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말 미국 주재 러시아 외교관 35명을 추방하고 기존의 대 러시아 제재를 강화하는 정도의 조치를 단행했다.

한편, 이날 보도를 계기로 트럼프 대통령은 오바마 전 대통령이 러시아의 미국 대선 개입 의혹 문제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했다며 오히려 역공을 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25일 방영 예정인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오바마 전 대통령이 러시아 일을 대선 한참 전에 알았는데도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고 오늘 처음으로 들었다"며 "그는 무언가를 해야 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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