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들 와서 포대에 담아" 도동 인근 주민들 망연자실, 초복 앞둔 식당가도 어수선
22일 오전 11시쯤 대구 동구 도동 한 굴다리 입구. '이곳은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발생 농장으로 사람과 차량의 출입을 금지합니다'라는 안내문이 놓여 있었다. 무더위 속에서도 머리부터 발끝까지 하얀 방역복을 입은 질병관리본부 직원의 얼굴은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 한 관계자는 "전날 오후부터 지금까지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살처분 작업은 마무리됐고 예방 차원에서 소수 인력만 남았다"고 전했다.
AI 발생지에서 500m도 채 되지 않는 곳에 거주하며 닭 14마리를 키우는 한모(70) 씨는 망연자실한 표정이었다. 그는 "어제 오후 7시쯤 갑자기 구청에서 살처분해야 하니 잡아먹든지 하라고 연락이 왔다. 그러고는 사람들이 와서 닭을 포대에 모두 담아갔다"며 "계란이나 먹으려고 재미 삼아 키운 닭인데 서운한 마음이 앞선다. 한적한 시골마을이 갑자기 AI로 시끄러워지니 혼란스럽다"고 말했다.
닭뿐만 아니라 공작'거위'칠면조 등 키우던 가금류 100여 마리를 한꺼번에 살처분해 살길이 막막해졌다는 주민도 있었다. 상실감에 밤새 술만 마셨다는 윤상철(61) 씨는 "대부분 병아리들이다. 자루에 담아 옮기는데 눈물만 났다"며 "축사가 아닌 넓은 곳에 풀어놓고 키우고 싶어서 얼마 전 경북 모처에 땅을 6천600여㎡(약 2천 평)나 사뒀는데 전부 살처분해 버리니 눈앞이 캄캄하다. 돈보다도 열정을 바친 일인데 전부 무산됐다"고 한숨을 쉬었다.
애완용으로 애지중지 키우던 닭을 떠나보낸 박병순(59'여) 씨는 울분을 토했다. 박 씨는 "7년 전부터 함께 살며 매일 신선한 달걀을 주는 가족 같은 녀석이었다"며 "안타까운 마음에 구청 직원과 실랑이도 했다. 동네에 참새가 얼마나 많은데 왜 갇힌 닭 한 마리 갖고 그러는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동네를 뒤엎은 침통한 분위기는 인근 식당에도 번졌다. 백숙'오리고기를 취급하는 식당 주인들은 걱정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김모(53) 씨는 "초복 대목을 앞두고 걱정이 많다. AI 발생 인근 지역에 누가 식사하러 오겠느냐"며 "잘 수습되겠지만 손님이 끊길까 봐 조마조마하다"고 말했다.
한편 동구청은 감염 의심 발생지 3㎞ 이내 농가 7곳에서 닭'거위 등 가금류 725마리를 살처분했다. 동구청 관계자는 "정밀검사 결과가 나오면 통제 및 방역 강화 여부를 결정하는 한편 가축전염예방법에 따라 질병 발생 사실을 신고하지 않은 주민을 상대로 고발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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