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송 자연유산 그랜드슬램] <5>국제슬로시티 청송

입력 2017-06-20 00:05:00

풍부한 산림자원 덕분에…국내 유일 '산촌형 슬로시티' 개발

청송군 파천면 송강리 청송한지장에서는 전통 한지 제작을 직접 체험할 수 있다. 또한 한지 염색부터 한지 공예까지 자신만의 개성 있는 공예품을 제작할 수 있어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청송군 제공
청송군 파천면 송강리 청송한지장에서는 전통 한지 제작을 직접 체험할 수 있다. 또한 한지 염색부터 한지 공예까지 자신만의 개성 있는 공예품을 제작할 수 있어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청송군 제공
시간이 멈춰진 곳이라면 바로 청송 덕천마을이 아닐까. 조선시대 산촌형 한옥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는 덕천마을은 내국인들의 휴식처로 이름나 있다. 2011년 한국관광공사로부터
시간이 멈춰진 곳이라면 바로 청송 덕천마을이 아닐까. 조선시대 산촌형 한옥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는 덕천마을은 내국인들의 휴식처로 이름나 있다. 2011년 한국관광공사로부터 '한국관광의 별'로 인정받기도 했다. 청송군 제공

자연과 인간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살아가는 곳이 청송이다. 자연이 허락한 일부에만 집을 짓고 생활을 꾸려간 청송지역 주민들은 자연의 소중함을 늘 가슴속에 새기고 있다. 전국 오지라는 자존심 상하는 말들을 종종 들어도 그것을 순리로 여기고, 오히려 개발을 막는 사람들이 바로 그들이다.

청송 면적의 대부분은 산이다. 약 80%다. 지리적으로도 청송은 서쪽으로는 안동과 의성, 북쪽으로는 영양, 동쪽으로는 영덕, 남쪽으로는 포항과 영천 등이 이어져 있는데 이들 지역으로 이동할 때도 꼭 산을 넘어야만 한다. 이처럼 외부와 고립된 지형 조건에서 청송은 고유하면서도 독특한 자연문화를 발전시켰다. 우리나라 3대 암산 중 하나로 꼽히는 주왕산국립공원을 세계 어느 산보다도 아름답게 지켜냈고 자연을 소중히 보존한 덕에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이라는 자연분야 최고의 법적 지위를 얻게 됐다. 이런 자연문화를 인간과 조화롭게 발전시키고 관광과도 연계시키면서 청송은 '국제슬로시티'라는 또 다른 이름도 갖게 됐다.

◆국제슬로시티란?

1986년 패스트푸드에 반대해 확산된 슬로푸드 운동이 있다. 너무나 산업화해가고 '빠른 것이 곧 바른 것'으로 여기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음식 먹는 시간까지 아껴서 생활해야 한다는 사회 흐름이 패스트푸드라는 음식까지 탄생시켰다. 그 때문에 조금 느리더라도 진정한 음식의 맛, 요리하는 사람의 실력과 정성, 철학 등을 생각하자는 의미에서 생겨난 운동이 바로 슬로푸드 운동이다.

이 운동이 더욱 발전해 1999년 10월 이탈리아 토스카나주 그레베 인 끼안띠(Chianti)에서 슬로시티운동이 처음 시작됐다. 이 끼안띠의 파올로 사투르니니(Paolo Saturnini) 전 시장과 몇몇 시장들이 모여 '치따슬로'(cittasiow), 즉 슬로시티 운동을 출범시켰다. 슬로시티 운동은 공해 없는 자연에서 전통문화와 자연을 보호하면서 자유로운 옛 농경시대로 돌아가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슬로시티의 정신은 작고(small) 느리며(slow) 지속할 수 있는(sustainable) 것으로 소위 '3s 운동'이라고 말한다. 속도가 중시되는 사회에서 슬로시티 프로젝트가 비현실적인지는 몰라도 1999년 국제슬로시티운동이 출범한 이래 30여 개국 230여 개 도시가 국제슬로시티연맹에 가입돼 있으며 최근 인근 영양군도 대한민국에서 12번째 국제슬로시티로 이름을 올렸다.

◆국제슬로시티 재인증된 청송

지난 3월 10일 국제슬로시티연맹은 청송군을 앞으로 5년간 국제슬로시티로 재인증했다. 이로써 청송군은 국제슬로시티라는 국제적 명성을 등에 업고 관광도시로 한층 도약하게 됐다.

지난 2011년 6월 25일 대한민국에서는 9번째, 세계에서 143번째로 국제슬로시티로 지정된 청송군은 앞서 2010년 9월 경북 최초로 후보지에 선정되면서 국내외의 큰 주목을 받았다. 같은 해 국제슬로시티연맹 현장 실사를 통해 '청송은 숨겨진 보물이 많은 곳'이라는 찬사를 받으며 이듬해 인증까지 획득했다.

청송군은 국제슬로시티 재인증에 앞서 지난 5년간 산촌형 슬로시티라는 국내 유일한 브랜드를 개발해 청송뿐만 아니라 슬로시티라는 개념과 이미지를 널리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산림조합중앙회 임업인 종합연수원을 유치'개원하면서 산림에 대한 교육과 연구에 큰 성과를 남겼다. 풍부한 산림자원을 통해 산약초타운 조성과 장난끼 유아숲 체험장 등을 만들어 산림을 다양한 문화'생활공간으로 재창조시켰다. 외씨버선길과 솔누리느림보길 등을 조성해 주민과 관광객이 함께 어우러져 자연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

청송의 이런 성과는 대한민국 전체 슬로시티의 본보기가 됐고 2014년 한국슬로시티 시장군수협의회에서 만장일치로 한동수 청송군수를 협의회장직에 추대하기도 했다. 한 군수는 지난해까지 협의회장직을 맡으며 국제슬로시티연맹 총회에 대한민국 대표는 물론 한국 슬로시티를 세계에 홍보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특히 2015 국제슬로시티 총회에서는 국내 최초로 주민참여 부문 '올해의 슬로시티'로 청송이 선정됐다.

◆청송 슬로시티란?

2011년 청송이 국제슬로시티로 인정될 때는 주왕산국립공원을 중심으로 한 부동마을과 조선시대 산촌형 한옥 형태가 고스란히 남아 있는 파천마을이었다.

부동마을은 청송을 대표하는 주왕산과 주산지가 있다. 주왕산 입구에서 용추'절구'용연폭포까지 대부분 평지로 돼 있어서 여유 있는 산책을 즐길 수 있다. 입구를 지나면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이 기암을 안은 대전사다. 대전사를 지나면 뒤로 돌아 가랑이 사이로 돌을 던져 올리면 아들을 낳는다는 아들바위와 숲 속에서 바람 소리와 새소리를 들으며 책을 읽을 수 있는 숲 속 도서관이 있다.

주산지는 김기덕 감독의 영화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의 주 배경지로 널리 알려졌다. 주산지는 원래 1721년 조선 경종 때 축조된 농업용 저수지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저수지 안에 수십 년 된 왕버들나무가 자라나면서 신비한 호수로 재탄생했다. 어른 팔뚝만큼 큰 잉어와 수달 등이 서식하는 이곳은 사계절 내내 관광객은 물론 사진작가들의 소재가 되고 최근 영화나 CF, 방송 프로그램의 배경으로 등장한다.

조선시대 4대 지방요 중 하나인 청송백자는 부동마을 법수골에서 시작됐다. 청송백자는 '계란껍질처럼 얇아 짊어지고는 돌다리도 못 건넌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얇은 것이 특징이다. 흙으로 빚은 도자기와는 달리 돌을 빻아 만든 도석으로 도자기를 만들어 튼튼하고 특유의 고운 빛깔을 낸다. 밥알이 도자기에 달라붙지 않아 조선시대에 널리 활용됐다. 이곳 청송백자전수장에서 전통 도자기 빚기 등을 체험할 수 있다.

파천마을에는 조선시대 한옥마을이 그대로 보존된 덕천마을이 있다. 마을 전체가 산촌형 한옥 구조로 돼 있다. 마을 중심에는 송소고택(국가지정 중요 민속자료 제250호)이 있다. 예로부터 '청송 심부자집'으로도 유명한 이 집은 조선 영조 때 만석의 부를 누린 심처대의 7대손 송소 심호택이 1880년쯤 99칸 대규모로 지은 집이다. 2003년부터 일반인에게 개방된 송소고택은 2011년 한국관광공사로부터 '2011년 한국관광의 별'을 수상하기도 했다. 현존하는 국내 99칸 전톤 한옥 중에서 보존관리가 가장 뛰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덕천마을에는 송정고택과 창실댁, 찰방공파종택 등 다양한 형태의 고택이 모여 있으며 대부분 관광객을 위해 한옥체험을 시행하고 있다. 덕천마을에서 북쪽으로 길을 따라 조금만 올라가면 송강마을이 나온다. 이곳에는 경상북도 지정 무형문화재 23호인 '청송한지장'이 나온다.

이곳 한지장인 이자성(68) 씨는 7대째 걸쳐 전통 한지를 생산하고 있다. 청송한지는 질이 좋고 흡습력이 강해 서예가들로부터 이름나 있다. 이곳을 방문하면 전통 한지 제작을 직접 체험할 수 있고 천연재료를 이용한 한지 염색과 자연에서 얻은 단풍, 꽃 등을 이용한 나만의 청송한지 등을 만들 수 있다.

자문 대한관광경영학회 김영규'박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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