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기업이 만드는 원단
◇신흥
구김 쉽게 펴지는 모노텍스
아르마니·휴고보스 직수출
◇송이실업
욕창 예방 매트리스 획기적
7겹 원단 겹쳐 통기성 우수
국내 섬유업은 1900년대 대구경북에서 처음 시작해 1970, 80년대 산업도시로서 대구경북의 명성을 널리 알린 효자 산업이다. 지역 기업이 만드는 섬유는 평상복과 생활용품을 넘어 산악용 의류, 산업현장 작업복과 제조'건설 현장, 비행기, 자동차, 로켓 등 그야말로 모든 분야에서 필수재로 자리 잡고 있다. 섬유 전성시대를 이끌며 지역 경제 발전에 기여하고 있는 대구경북 섬유산업과 주요 기업을 조명해 본다.
'섬유' 하면 바로 떠오르는 것이 원단이다. 대구 제직기업들은 부드럽고 포근한 의류'가정용 직물에서부터 강철보다 단단하고 고열을 이겨내는 산업용 직물까지 그야말로 폭넓은 원단을 쉼 없이 만들어내고 있다.
◆의류 섬유
경북 왜관산업단지에 있는 여성 의복용 섬유 전문기업 덕우실업은 1994년 설립한 이래 끊임없는 연구개발로 신축성과 착용감이 뛰어난 생체모방 직물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덕우실업이 만드는 섬유는 감촉을 실크나 울 직물에 최대한 가깝게 묘사한 것이 특징이다.
덕우실업이 과거 국내 최초로 선보인 화학섬유 원단 브랜드 '실키아'는 뛰어난 촉감을 내고도 질기고 변색이 되지 않아 패션 본고장인 유럽에서도 여성 블라우스 소재로 각광받았다. 이에 현재 세계 최고의 SPA 기업인 자라, 망고사에 납품해 연간 130억원이 넘는 매출을 기록했다. 지역 섬유가 어려운 상황에서도 지난해 기준 400억원 매출을 달성하며 지역은 물론 국내를 대표하고 있다.
아웃도어 의류 원단을 주로 만드는 ㈜신흥은 구김이 져도 손쉽게 원형으로 돌아가는 메모리(형상기억) 섬유 브랜드 '모노텍스'로 유명하다. 모노텍스 생산량의 80% 이상이 아르마니, 휴고보스 등 유명 패션 브랜드에 직수출된다. 메모리 섬유는 쉽게 구겨지지만 살짝만 힘을 주면 다시 원래의 형태로 펴지는 성질을 지녀 실용성이 높다.
신흥은 산업현장 작업자의 추락을 막아주는 고강도 안전띠도 함께 만드는 등 다양한 영역에 뛰어들고 있다. 탄탄한 실력이 바탕이 돼 연매출 200억원 상당 가운데 80%가 넘는 180억원가량이 수출에서 나온다.
이 밖에도 내열성 소방'보호복과 국방용 섬유를 만드는 ㈜동아티오엘, 등교용 가방 등 일상 용도부터 아웃도어용 가방, 산업용 폐기물 처리 전용 백까지 두루 만드는 ㈜부성텍스텍 등이 국내외 의류와 인테리어 섬유를 책임지고 있다.
◆산업용 섬유
㈜성재엠에이치택은 100㎏대 힘에도 버텨 내는 특수 고강도 섬유를 만든다. 스위스 독일 이탈리아 등에서 생산하는 첨단 직기 30여 대를 갖추며 기술력 확보에 주력한 결과 연 매출액이 20억원 수준으로 올랐다.
이 업체의 고강도 섬유는 에어컨 필터와 세탁기 여과기, 토목공사 보조용 원단, 안전화'군화의 깔창 신발지 등에 쓰인다. 업체가 한국섬유개발연구원(이하 섬개연)과 함께 만든 수영장용 풀 커버(Pool Cover)는 자외선 등에 약한 폴리프로필렌(PP) 소재에다 직접 개발한 특수 첨가물을 넣어 강도를 높인 것이 특징이다. 풀장을 쓰지 않을 때 이 커버를 덮어 두면 성인 남성이 위에 수차례 올라가도 견딜 수 있어 미끄럼'낙상 사고를 막아 준다.
아울러 각각 100㎏, 120㎏의 무게까지도 견딜 수 있는 안전화 깔창 소재를 개발, 산업 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발 부상을 막는 데도 기여하고 있다. 앞으로 카본과 유리섬유를 제외한 모든 산업용 섬유 영역에서 기술력을 키우는 것이 목표다.
삼우기업㈜은 약 40년 업력을 바탕으로 연매출 1천억원이 넘는 산업용 섬유 생산 대표 업체다. 자동차 선루프용 섬유 보드, 엔진룸 흡음'단열재 등 다양한 제품을 국내 완성차 업체에 납품하고 있다.
특히 삼우기업이 탄소 복합섬유를 이용해 만드는 초고압 용기는 천연가스 버스, 연료전지 자동차, 소방용 산소탱크 등에서 기존 금속 탱크를 대체해 두루 쓰이고 있다. 과거 서울에서 천연가스 버스 폭발사고가 논란이 된 이후, 삼우기업의 유리섬유 소재 가스 탱크가 폭발에 대한 내구성이 높은 것으로 드러나면서 대구시 택시 연료 탱크를 대체하는 특명을 받기도 했다.
유진섬유㈜는 불에 타지 않는 암막 커튼 직물을 생산, 수출하는 글로벌 강소기업이다. 섬개연과 3년간 공동연구한 끝에 만든 암막커튼은 밀폐된 고속버스나 불이 쉽게 옮겨붙기 쉬운 전통시장 등에서 불이 날 경우 불과 열기가 전파되지 않도록 막아 준다. 기존에 쓰던 유리섬유 소재 불연 커튼은 인체 유해도가 높아 제한적으로 쓰였으나 유진섬유가 만드는 섬유는 인체에도 무해한 것으로 확인됐다.
◆ICT'헬스케어 고부가가치 영역에도
㈜송이실업은 의류에서 시작해 고부가가치 섬유로까지 발전해 온 다품종 교직물 업체다.
송이실업은 금속 소재를 이용해 세계 최초의 직물형 태양전지를 만들고 있다. 한국전기연구원과 3년째 개발 중인 이 제품은 스마트워치 밴드나 실내용 블라인드'버티칼, 아웃도어 의류와 텐트 등에 접목돼 전력을 생산하고 스마트기기 사용 시간을 연장해 줄 것으로 기대된다.
이를 위해 송이실업은 금속 원사를 다룰 수 있는 제직기를 손수 개량 제작했다.
송이실업이 만드는 욕창 예방 매트리스도 현재 개발 완성단계에 있다. 7겹의 원단을 겹쳐 만드는 이 제품은 두께가 2~3㎝ 수준으로 통기성이 우수하고 체압을 분산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욕창을 앓는 환자는 물론 노인요양병원 등에 입원한 고령의 환자에게 유용할 전망이다. 해당 제품은 현재 전 세계에서 일본 기업 1곳과 송이실업 등 총 2곳만이 제조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송이실업 관계자는 "앞으로 헬스케어, 태양전지 개발을 마쳐 고부가가치 섬유 생산 비중을 확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엔도비전은 섬개연과 공동으로 의료용 인공 장관(내장)을 개발해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대장암 수술을 한 환자는 소실된 장기를 대체할 인공 장관을 필요로 하는데, 엔도비전이 만드는 제품은 인체 친화성이 낮은 소재가 체내에 들어갔을 경우 우려되는 합병증을 예방한다. 이 업체는 앞서 키토산 지혈 거즈를 개발해 병원과 국방부에 납품하며 실력을 인정받은 바 있다.
엔도비전은 앞으로 섬개연과의 연구개발 및 기술이전을 통해 국방용 메디컬 섬유를 만드는 등 의료용 섬유 전문기업으로 자리 잡을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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