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SNS상에서 '대가대 청설모'가 화제가 됐다. 대구가톨릭대 효성캠퍼스에 출몰하는 조그마한 털북숭이 청설모가 직접 수도꼭지를 틀고 물을 마시는 영상 제보가 떴기 때문이다. '설마….' 처음엔 사람들이 믿지 않는 반응을 보였지만 실제로 수돗가에서 수도꼭지를 돌려 물을 마신 뒤 수도꼭지를 잠그고 사라지는 청설모를 본 목격자들의 제보와 영상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이후 신기한 청설모를 보기 위해 학교를 찾아오는 주민들 또한 늘어나 캠퍼스는 자그마한 관광지로 자리 잡았다.
아마, 청설모는 우연히 수돗가를 지나쳤고, 수도꼭지 아래로 물방울이 떨어지는 것을 보곤 한 번 건드려 보았을 것이다. 사람들 역시 사용법을 모르면 쓸 수 없는 기계들이 익히고 사용할 줄 알면 편리한 물건이 되듯, 청설모는 수도꼭지를 틀고 잠그는 법을 배우고서는 난생처음 보는 쇳덩이에서 무한하게 뿜어져 나오는 용천수를 발견한 기쁨(?)을 누렸을 것이다.
우연이란 이렇게 필연으로 만들 때 기회로 바뀌곤 한다. 고대 그리스시대 학자였던 아르키메데스가 왕관이 순금인지 불순물이 섞인 반쪽짜리 금인지 밝히려던 중 우연히 욕조에서 자신의 무게로 인해 넘쳐흐르는 물을 보고 "유레카"를 외치며 뛰쳐나갔던 그 순간도 우연을 통한 발견이니까.
과연 청설모가 우연히 그곳을 지나갔을까. 내가 보기엔 아닌 것 같다. 보통 청설모는 초여름부터 늦가을까지 볼이 빵빵할 정도로 견과류들을 모으고 또 나른다. 한마디로 열심히 산다는 뜻이다. 열심히 먹거리를 모으던 청설모에게 수도꼭지와의 만남은 하늘이 주신 선물이 아닐까.
곧 여름방학이다. 잠시 학교를 떠나서 세상을 돌아다니는 여행, 지식의 보고를 찾기 위한 독서, 인성을 채우는 봉사활동까지 다양한 일들을 할 수 있다. 그중 한 가지, 꼭 권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일기를 쓰는 것이다. 일기를 쓰며 오늘은 어떤 하루를 보내면서 '우연의 수도꼭지'를 무심히 지나가지 않았는지 하루를 반성해보자.
우연처럼 주어진 모든 일이 반드시 나에게 이득과 행복을 가져다줄 것이라는 생각을 하진 않는다. 또한 '한 방'을 노린 복권 당첨같이 어느 날 갑자기 우연히 다가와 주길 바라지도 않는다. 하루에 최선을 다하고, 한 주에 노력을 보이고, 한 달에 열정을 쏟다 보면 청설모가 수도꼭지를 만난 것처럼 나에게도 '수도꼭지를 돌리는 일'이 생기지 않을까 기대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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