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건물 주변 담배 연기, 환자·방문객 간접흡연

입력 2017-06-19 00:05:04

의교기관 내 전부 금연 원칙, 흡연 부스·환기시설 드물어…병원 바깥서 삼삼오오 '뻐끔'

18일 오후 대구 한 대학병원 장례식장 입구에서 조문객들과 병원 관계자들이 흡연을 하고 있다. 병원 전 구역은 국민건강증진법에 따라 금연구역으로 지정되어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msnet.co.kr
18일 오후 대구 한 대학병원 장례식장 입구에서 조문객들과 병원 관계자들이 흡연을 하고 있다. 병원 전 구역은 국민건강증진법에 따라 금연구역으로 지정되어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msnet.co.kr

17일 오후 대구시내 한 대학병원, 건물 바깥에 설치된 흡연구역에는 쓰레기통만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흡연자들은 흡연구역 주변 벤치에 앉아 담배를 피웠다. 벤치에는 '금연구역' 스티커가 붙어 있었지만 무용지물에 불과했다.

장례식장 주변에선 삼삼오오 모여 담배를 피우는 조문객들이 여기저기 눈에 띄었다. 병원 내 전 구역은 정해진 장소 말고는 모두 금연이 원칙이지만 신경 쓰는 이는 거의 없었다. 담배를 피우던 김모(30) 씨는 "병원 바깥은 흡연구역과 금연구역의 구분이 사실상 없다"며 "사람들이 모여 담배를 피우고 있으면 금연구역이라도 자연스레 담배를 꺼내게 된다"고 했다.

법정 금연구역인 의료기관 주변이 담배 연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건물 바깥 금연구역이나 병원 터와 인접한 경계에서 담배를 피우는 이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대구시내 병원급 의료기관들은 대부분 부지 내 구석진 곳에 흡연 공간을 설치해 운영 중이다. 그러나 흡연 부스나 환기 시설 등을 갖춘 곳은 드물고, 대부분 흡연구역만 지정해 환자나 방문객들이 간접흡연에 노출되는 일이 잦다.

더구나 병원 경계를 벗어나면 흡연을 막을 방법이 없다. 각 지방자치단체가 조례로 의료기관 출입구 인근 등을 금연구역으로 지정할 수 있지만 극소수에 불과하다. 한국건강증진개발원에 따르면 전국 245개 지자체 중 의료기관 외부를 금연구역으로 지정한 지자체는 6곳에 그치고, 대구경북에서는 경산이 유일하다.

문제는 병원 인근에서 흡연하면 산책을 나온 환자, 보호자에게 피해를 준다는 점이다. 담배 연기가 열린 창문을 통해 건물 내부로 스며들면서 간접흡연 우려도 제기된다. 입원 환자 황모(68) 씨는 "답답한 병실에 있다가 잠시 나왔더니 흡연자들이 금연구역인 벤치에 앉아 담배를 피우는 통에 담배 연기만 잔뜩 마셨다"며 "병원 내부는 금연구역이지만 출입문 밖에서는 담배를 피우는 사람이 많아 피해 다닌다"고 했다. 한 대학병원 관계자는 "직원들이 병원 주변을 돌며 흡연을 만류하고 있지만 과태료 부과를 위해 고발하긴 쉽지 않아 근절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각 지자체가 의료기관 출입구로부터 10m 이내 등 일정거리를 법정 금연구역으로 지정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건강증진개발원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간접흡연에 취약한 의료기관, 보건소 등은 지자체 조례뿐만 아니라 정부 차원에서 금연구역으로 지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