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 없이 변하는 도시, 어떻게 살 것인가…『도시의 재구성』

입력 2017-06-17 00:05:00

도시의 재구성/ 음성원 지음/ 이데아 펴냄

낡은 집을 허물고 아파트를 짓고 고층빌딩을 세워 올리는 도시개발방식이 일대 전환기를 맞았다. 경제적 이득을 앞세운 개발과 옛것을 지키려는 보존의 논리는 도시계획에서 대립하는 화두였다. 저금리 금융기조에 '땅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부동산 투자자의 굳건한 믿음을 더욱 다졌고, 도심부 웬만한 동네에서는 남은 땅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가 됐다. 이제 개발이 아닌, 재생이 도시계획의 대안이 됐다. 재생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은 그 지역의 역사성, 사회경제적 요소, 거주자의 생활패턴 등 고려할 요소가 늘어난다는 것을 의미한다.

도시계획을 전공한 전직 신문기자가 음성원 에어비앤비 미디어정책총괄이 꼼꼼한 취재와 풍부한 정보, 통찰력 있는 해석과 대안을 담은 책을 내놨다. '도시의 재구성'은 융합적인 문제를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 ' 도시재생', '코리빙'(co-living, 함께 살기), '테크놀로지'라는 네 가지 키워드로 풀어낸다. 그는 서울시와 미래 섹션을 담당했던 기자답게 도시에 대한 시공간적 분석을 넘어 도시재생과 공유경제 시대의 도래를 이야기한다.

책은 홍대거리~연남동~상수동, 서촌 일대 상권 등의 등기부 등본 통해 자본의 흐름을 분석했다. '뜨는 동네'에서 '쫓겨나는 사람'은 왜 생기는지, 젠트리피케이션을 한국 실상에 맞게 재정의한다. 미국 뉴욕 맨해튼이나 영국 런던 쇼디치 지역과 같은 곳에서 일어난 젠트리피케이션이 '중산층이 떠나고 쇠락의 길을 걷던 공장지대에 예술인이 자리 잡자 독특한 매력에 이끌린 사람들이 그 동네를 찾으면서 임대료가 올라서 예술인이 쫓겨나는 현상'이라면 한국 도시의 맥락에서 젠트리피케이션은 보다 정교하게 이해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그는 예술가나 상인의 유입보다 '상가로 바꿀 수 있는 주거용 건물에 대한 부동산 시장의 쏠림 현상'이 임대인과 임차인 사이에 갈등이 빚어졌다고 한다. 다시 말해. 저성장'양극화가 임차인 사회를 이끌고, 저평가된 단독주택에 대한 수요가 '뜨는 동네의 역설'을 만들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상가용으로 탈바꿈한 낡은 단독주택은 재생건축의 전형이다. 돈과 땅이 부족한 시대에 재생건축만큼 효과적인 것이 없다. 최근 서울 서촌, 홍대'연남동에서 볼 수 있는 상가건물들이 그렇다. 2층 높이에 반지하를 낀 전형적인 단독주택이 카페'음식점'상점으로 바뀌어도 낯설지가 않다. 건축비를 줄이면서도 옛것의 매력을 간직한 낯익은 건물들은 걷기 좋은 거리, 사람이 머무는 도시 공간을 만들었다. 저자는 소공로, 세운상가 재생 등을 예로 들며 사용자, 수요자를 고려하지 않는 재생에 대해 경고한다. 벽화로 유명해진 이화마을을 통해 관광지화한 마을이 겪는 갈등도 소개한다.

저자가 그리는 도시의 미래상도 흥미롭다. '따로, 또 같이' 하는 도시의 미래상을 그린다. 중심지를 선호하면서도 소유에 대한 집착 대신 경험과 네트워크를 중시하는 젊은 세대로부터 '코리빙' 트렌드를 발견하고 가치를 살펴본다. 80세까지 걱정 없이 살 집보다는 다른 사람들과 교류를, 넓은 개인공간보다는 새로운 경험을 추구하는 '밀레니얼'(1982~2000년에 태어난 세대)의 생활방식, 업무방식을 통해 도시 공간을 새롭게 해석한다. 영국의 공유주택 '올드오크', 공유사무실 위워크(WeWork)와 BMW사가 제안한 미니리빙이 대표적인 예다.

기술진보는 도시의 재구성을 앞당기고 있다. 빠르게 전달되는 정보는 국가 간 경계를 허물어 외국 여행객의 관광코스를 바꿨다. 초연결사회는 공유경제를 활성화했다. 저자는 에어비앤비'우버택시로 대표되는 공유경제 플랫폼이 소유의 종말을 불러올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정보 격차는 인간을 소외시키고, 도시의 활력을 떨어뜨릴 수도 있다는 전망도 빼놓지 않는다.

문재인정부는 도시재생 뉴딜을 신속히 이행하고자 정비가 시급한 지역부터 선도지역으로 지정해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또 젠트리피케이션을 방지하고자 영세상인이 입주할 수 있는 상생 공간을 만들고 임대료 인상을 자제하는 협약을 맺는 임대인에게 건물 리모델링 비용을 지원하는 등 인센티브를 부여하기로 했다. 도시재생 뉴딜정책은 매년 10조원씩 5년간 총 50조원을 들여 노후 주거지를 보존하면서도 생산성을 높이는 새 정부의 주요 정책과제다. 일찌감치 중구 일대 역사'문화적 자원을 활용해 도심재생사업을 진행했던 대구시는 이에 보조를 맞춰 지역 맞춤형 도시재생을 위해 2천억원을 투입해 '테마형 도시재생지'를 만들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근대골목과 김광석 다시 그리기 길은 불과 수년 만에 대구 대표 관광상품으로 자리 잡았고, 도심 상권의 활성화에 크게 이바지하고 있다. 근대골목을 다녀간 관광객은 2008년 280여 명에서 지난해 130만 명을 돌파했다. 방천시장 옆 골목길은 벽화와 함께 '핫플레이스'로 등극했다. 두 곳 모두 상권이 살아나면서 서울 서촌, 홍대 일대, 성수동, 이화마을 같은 '젠트리피케이션' 이슈가 어김없이 부각되는 곳이다.

저자는 서울과 외국 일부 도시의 사례를 중심으로 도시 문제를 이야기한다. 젠트리피케이션과 도시재생, 공유경제, 4차 산업혁명과 같은 한 권의 책으로 소화하기 어려운 담론을 연결하다 보니 시공간을 초월한 현상을 도시문제로만 설명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 도시에 대한 그의 기록이 문제 해결의 '힌트'를 제공할 수 있는 것은 현실 공간에서 맞닥뜨린 현상이 항상 똑같은 답을 요구하지 않기 때문이다. 228쪽, 1만9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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