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메이 런던 화재 청문회 연다

입력 2017-06-16 18:22:18

진상조사위 구성 밝혀…신속한 진상 규명 방침, 대선 패배 이어 또 악재

영국 런던 24층 아파트에서 발생한 화재로 최소 17명이 사망한 가운데 원인 규명을 위한 진상조사위원회가 꾸려지고 청문회가 열린다.

16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와 BBC방송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이날 화재 현장을 방문해 "우리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아야 하고 설명이 필요하다. 사람들은 답을 들을 권리가 있고 진상조사가 그것을 제공할 것"이라며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린다고 밝혔다.

최근 조기총선 패배로 사퇴 고비를 간신히 넘긴 메이 총리가 다시 런던 화재 참사로 맞이한 최악의 정치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꺼내 든 카드인 셈이다.

영국 정부는 논란이 이는 사안의 진상을 파악하거나 책임 소재를 규명할 필요가 있는 경우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린다.

과거 언론의 휴대전화 도청 사건을 조사한 레비슨 진상조사위원회나 이라크전 참전 진상조사위원회 등이 있었다.

위원회가 정부에 권고안을 제시하면 정부는 수용 여부를 선택할 수 있다.

진상조사위의 조사가 경찰 수사나 정부기관의 조사와 다른 점은 그 과정의 전부 또는 최소한 일부가 공개되고 조사위가 주재하는 청문회는 방송되기도 한다는 점이다.

청문회는 판사의 주재로 증인들이 선서하고 증언하는 형식으로 이뤄질 수 있지만 정해진 양식은 없다.

진상조사는 수백만파운드의 예산이 투입돼 수년간 끌 수도 있지만 이번 런던 화재의 경우 신속하게 진상을 규명한다는 방침이다.

이번 화재 원인에 대한 진상조사 쟁점은 이미 상당 부분 드러난 상황이다.

화재 당시 건물 내 안전시설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2, 3시간 만에 24층 건물 전체로 번졌다는 증언이 잇따르고 있다.

건물에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지 않았고 그동안 가스 누출과 화재경보기 고장에 대한 민원을 제기했지만 시정되지 않았으며 실제로 화재 당시에도 경보가 울리지 않았다는 게 주민들의 주장이다.

건물 외관을 재단장하는 과정에서 외벽에 부착한 합성 피복 때문에 불이 순식간에 건물 전체로 번졌다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런던 소방당국도 이번 화재가 대참사로 번진 이유로 건물 내 미흡한 안전시설을 지목하는 분위기다.

런던 소방당국의 최고 책임자인 로이 윌셔는 BBC '투데이'에 출연해 "(그렌펠 타워 같은) 건물의 설계나 이런 건물에 대한 소방규제에 따르면 불은 다른 층으로 번지지 않았어야 하고 그럴 것이라는 전제 아래 화재 진압에 나선다"며 "분명 이번 화재에서는 뭔가 잘못됐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여전히 연기가 피어오르는 화재 현장에서는 원인 규명과 시신 수습을 위한 수색이 계속되고 있다.

런던 소방당국은 신속한 수색을 위해 붕괴 위험이 있는 화재 현장에 사람보다 무게가 덜 나가고 후각이 발달한 소방견을 투입했다.

화재 사망자가 최대 세자릿수에 이를 수 있다는 보도가 이어지고 '예고된 인재'라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철저한 원인 규명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야당인 노동당의 제러미 코빈 대표는 이날 화재 현장을 방문해 "우리는 이번 참사의 원인을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며 "진실은 드러나야 하고 그렇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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