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보 최저수위로 낮추면] 양수장 전체의 60% 무용지물…개선에 675억원 들어

입력 2017-06-14 00:05:01

국토부 수자원 활용 개선방안 보고서 분석

보 개방에도 불구하고 낙동강 대구권역에 녹조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13일 오후 낙동강 달성보 하류 지점인 고령군 우곡면 낙동강 물이 짙은 녹색을 띠고 있는 가운데 물고기 한 마리가 죽은 채 떠 있다. 최근 강정고령보에 조류경보제가 발령된 데 이어 달성보에도 수질예보
보 개방에도 불구하고 낙동강 대구권역에 녹조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13일 오후 낙동강 달성보 하류 지점인 고령군 우곡면 낙동강 물이 짙은 녹색을 띠고 있는 가운데 물고기 한 마리가 죽은 채 떠 있다. 최근 강정고령보에 조류경보제가 발령된 데 이어 달성보에도 수질예보 '관심' 단계가 내려져 식수원에 대한 주민 불안이 커지고 있다. 우태욱 기자 woo@msnet.co.kr

정부는 지난 1일부터 4대강 대형 보 6곳의 수문을 열어 방류를 시작했다. 양수제약수위(농업용수 취수에 문제가 없는 수준)에 맞춰 낙동강 강정고령보 수위를 1.25m 낮춘 것을 비롯해 달성보(0.5m)'합천창녕보(1m)'창녕함안보(0.2m), 금강 공주보(0.2m), 영산강 죽산보(1m) 등의 수위를 낮췄다. 하지만 추가로 수위를 낮추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진단이 나왔다. 최저수위까지 강물을 내보내면 양수장 수십 개와 어도 대부분이 제 기능을 할 수 없어서다. 환경단체들은 애초부터 4대강의 물 방류 가능성을 원천 차단한 채 사업을 추진한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길을 거두지 않고 있다.

◆하한수위까지 낮추면 양수장 72곳 기능 상실

국토교통부가 지난 2015년 4월부터 올해 2월까지 연구용역을 진행한 '4대강 수자원 활용 개선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보 수위가 '지하수 제약수위'(인근 지하수 관정에서 양수하는 데 영향을 주지 않는 수위)까지 낮아지면 4대강 전체 16개 보에서 농업용수를 공급받는 양수장 121곳 중 25곳에서 취입구 노출 등으로 양수에 장애가 생기는 것으로 조사됐다.

수계별로는 낙동강 낙단보 2곳, 구미보 3곳, 칠곡보 1곳, 달성보 1곳, 창녕함안보 6곳 등 13곳의 양수장이 직접 영향을 받는다. 한강은 강천보 3곳, 여주보 1곳, 이포보 1곳 등 5곳이다. 또 금강은 공주보 3곳, 백제보 2곳 등 5곳이고 영산강은 승촌보 1곳, 죽산보 1곳 등 2곳이었다.

최저수위인 하한수위까지 강물을 방류하면 농업용수를 취수할 수 없는 양수장은 더 늘어난다. 일부 환경단체들이 주장하는 전면 개방 또는 보 철거는 하한수위까지 방류를 염두에 두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보 수위가 하한수위까지 낮아지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양수장이 47곳이나 더해져 총 72곳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전체 121곳의 59.5%에 해당한다.

특히 하한수위까지 방류할 경우 낙동강 양수장 44곳이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받게 된다. 구체적으로는 상주보 5곳, 낙단보 4곳, 구미보 10곳, 강정고령보 7곳, 달성보 6곳, 합천창녕보 9곳, 창녕함안보 3곳 등이다. 이럴 경우 양수장은 무용지물이 되는 셈이다.

보고서는 4대강 보 수위를 더 낮추기 위해서는 양수장 시설 개선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시설물 현황과 양수가 가능한 수위 등을 조사해 시설별 개선 유형을 분류해 대안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수위 차가 5m 이상인 곳은 신축해 이전하고 3m 이상~5m 미만은 시설 확충, 3m 미만은 설비를 개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전체 72곳 중 신축 이전 대상은 6곳, 시설 확충 대상은 19곳, 설비 개선 대상은 47곳 등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용역 당시 25곳 개선에 216억원 정도가 필요하고 72곳 전부를 개선하면 675억원이 필요하다고 나왔지만 어디까지나 개략적 금액"이라며 "정밀한 실태조사를 거쳐 실제 사업비를 산정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어도 23곳 중 최소 16곳은 개선 대상

4대강 보에 설치된 어도 역시 양수장과 비슷한 처지다. 4대강 16개 보에는 상'하류 간 수생태계를 연결하는 자연형'구조물식 어도가 한강 5개, 낙동강 12개, 금강 4개, 영산강 2개 등 총 23개가 설치돼 있다. 하지만 보 관리수위에서 수위가 0.4~0.8m만 낮아져도 어도 운영이 불가능해 각 보별로 1개씩 최소 16개의 어도는 무용지물이 된다.

이는 보 수위가 지하수 제약수위를 유지할 경우를 기준으로 1967~2013년 동안의 유량 자료, 수자원 장기 종합계획 등을 분석한 결과다. 현재 구조로는 연평균 17~129일간 어도의 운영 중단이 발생할 수 있다. 실제 이달 4대강 보 6곳의 수문을 개방해 수위가 낮아진 결과 해당 보의 어도 11곳 가운데 7곳이 기능을 상실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보의 상시 개방을 염두에 두고 어도의 구조 개선이 필요하다는 흐름을 잡고 있다"며 "현재 고립된 어류는 직원들이 현장에 나가 채집한 후 하천으로 방류한다"고 말했다.

보고서는 어도 개선을 위해 자연형의 경우 수위에 맞춘 물길을 추가로 설치하고, 구조물식은 수위에 맞춘 수문을 설치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개략적으로 산출된 비용은 한강 76억원, 낙동강 217억원, 금강 72억원, 영산강 57억원 등 총 422억원이다.

◆환경단체 "4대강 사업의 문제점 드러나"

환경단체들은 새 정부가 4대강 보 수문의 상시 개방을 지시했지만 양수에 지장을 주지 않는 수위로밖에 낮추지 못하자 애초부터 양수장 취수구 설치에 문제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서는 과거 정부가 4대강 사업을 추진할 때 보 수위를 내릴 계획이 존재하지 않았던 것은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환경운동연합은 지난 5일 발표한 '4대강 사업 보 수문 완전 개방 못 한 것은 취수시설 설계 잘못'이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내고 "양수장 취수구는 하한수위 이하로 길게 내려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욱이 현재 상황은 국토부 훈령에 명시된 보 관리 규정과도 상충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해당 규정에는 하한수위를 "보 관리를 위한 최저 수위를 말하는데 보 건설 전의 갈수위(1년 중 355일은 이보다 감소되지 않는 수위) 또는 취수시설 등에 지장을 초래하지 않는 수위"라고 정의한다. 하한수위에서도 양수장 등 취수시설 운영이 가능한 상태를 전제로 한다는 의미라는 것이다. 환경운동연합 관계자는 "4대강 보의 전면 개방을 앞두고 강물 속에 감춰졌던 4대강 사업의 또 다른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다"며 "문제가 드러난 양수시설 조정을 위한 추경예산이나 예비비 등을 편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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