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이하기엔 너무 먼 월배·성서

입력 2017-06-13 00:05:00

달서구 두 생활권 접근성 떨어져, 한쪽에 행사 열면 "우리도 해달라"

"왜 월배에만 공원 만들어요? 성서에도 만들어주세요."

초대형 자치구인 대구 달서구가 '월배'와 '성서'라는 거대 생활권으로 나뉘면서 속앓이를 하고 있다. 인프라 구축부터 축제 등의 행사 개최까지 '한 지붕 두 가족' 눈치를 보는 구정에 여념이 없기 때문이다.

전국에서 두 번째로 인구(6월 기준 58만7천여 명)가 많은 자치구인 달서구가 월배권과 성서권으로 나뉜 데는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는 고속도로 탓이 크다. 대단지 아파트들이 자연스레 고속도로에서 떨어진 지역부터 들어서면서 고속도로 동쪽은 월배권, 서쪽은 성서권으로 갈라져 형성된 것.

문제는 두 생활권 간 접근성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점이다. 생활권을 연결하는 도로상황이 좋지 않은 데다 대중교통 이용도 불편한 것. 도시철도의 경우 월배권은 1호선, 성서권은 2호선이 지나고 있는데 환승을 하려면 중구에 있는 반월당역까지 가야 하는 상황. 성서권 아파트에 사는 이윤지(31) 씨는 "같은 달서구라도 상인동이나 진천동에 가려면 상당히 멀다. 성서에서는 차라리 달성군이나 중구 도심 쪽이 훨씬 가깝다"고 했다.

이 때문에 축제 같은 행사를 열거나 공원을 조성해도 한 생활권만 혜택을 볼 수밖에 없어 구청 사업이 한쪽으로 기울면 주민 불만도 커진다.

수성못 버금가는 휴식공간으로 만들고자 지난 2003년 이후 꾸준히 개발을 추진하고 있는 '월광수변공원'은 성서권 주민들에게는 큰맘 먹고 나들이가야 하는 먼 곳이다. 성서에 거주하는 안모(57) 씨는 "월광수변공원에 가는 것보다 팔공산에 가는 게 훨씬 빠르다"며 "매년 월광수변공원 개발에 예산이 많이 투입되던데 성서지역에서는 사실상 내 집 옆에 작은 공원이 하나 더 생기는 게 낫다"고 말했다.

구청에서도 두 생활권을 분리해서 담당하거나 보건소나 노인복지관 등 각종 인프라를 각각 하나씩 만들고 있다. 달서구청 관계자는 "생활권이 분리돼 있다 보니 건축과나 공원녹지과 등은 1, 2팀으로 나눠 월배권과 성서권을 담당하고 있다. 생활권 간 활발하게 교류가 활발하게 일어나고 예산투입 효율을 높이려면 도시철도 간 연결이나 버스 노선 증편 등이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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