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줌의 간계를 꾸미는 일당은 박멸을 해가야 한다. 한국 안에도 한 줌이라도 있을지 모르겠지만 발견하면 박멸해달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특사로 360명의 대규모 특사단을 이끌고 한국을 방문 중인 니카이 도시히로 자민당 간사장이 지난 10일 한 말이라고 일본 언론이 전한 내용이다. 전남 목포에 들러 한국 국회의원 등 정치인들을 만난 자리에서다.
그의 이 같은 발언에 대해 아사히 신문은 '파문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있다'며 우려했다. 논란이 일자 국민의당 박지원 전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소수의 극단적 발언을 자제하고 양국 관계 발전을 위해 상호 노력하자는 의미'라고 친절한(?) 해설을 내보냈다.
일본인들의 '박멸'이란 용어의 사용처가 어떤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하지만, 해충(害蟲) '박멸'(撲滅)처럼 주로 사람이나 동물에 해롭고 나쁜 곤충, 벌레 같은 대상에 흔히 쓰이는 박멸의 용례(用例)에 익숙한 우리에겐 그의 표현이 거슬리기만 한다. 뒷맛 역시 영 개운치 않다. 박 전 대표의 살뜰한 설명도 별로 가슴에 와 닿지 않는다. 말 꾸밈 또는 수사(修辭)로 들린다면 필자만 그럴까.
흔히 사람의 속마음은 몸짓, 즉 행동으로 드러나기 마련이다. 물론 그 속내가 행동으로 구체화되기 앞서 먼저 말이나 글로 모습을 나타낸다. 그래서 말과 글, 행동을 보고 상대방의 속마음과 속뜻을 헤아리기 일쑤다. 사람들이 말과 글, 행동이 일치하면 믿음을 주고 그렇지 않으면 믿지 않는 까닭이다. 나라와 나라 사이도 다르지 않다.
지난 한일 두 나라의 역사나, 교과서 왜곡 등을 둘러싼 일본 관료와 정치인의 작태를 돌아보면 그들의 말과 글, 행동은 일치하기보다 그렇지 않은 나날이었다. 특히 1876년 강화도조약 강제 체결 이후 1910년 강제 한일병합 때까지 34년여 동안 제국주의 일본이 우리에게 남긴 말, 글, 행동 그리고 병합 이후 1945년까지 34년여 간의 일제강점기 때 그들의 말, 글, 행동이 그렇다.
그의 말처럼 '양국을 멀리 떨어뜨리려고 하는 세력'인 '간계를 부리는 일당'의 '박멸'은 우리에게 요구할 게 아니라 일본부터 먼저 할 일이다. 두 나라의 오랜 교류에서 누가 먼저 간계를 부렸는지는 자명하다. '한 줌의 일당'을 일본에서 찾아 '박멸'하는 것이 순서일 듯하다. 이왕이면 부적절한 말을 앞세우는 짓의 '박멸'도 필요해 보인다. '아 다르고 어 다르다'고 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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