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사자' 살리는 2군 출신 선수들…김정혁, 1군서 불방망이, 안성무 마운드 활력소
'여름 사자'는 삼성 라이온즈의 별명 중 하나다. 시즌 초반 고전하다가도 '여름의 도시' 대구에 둥지를 튼 팀답게(?) 수은주가 올라갈수록 점점 더 강해진다는 의미에서 붙은 것이다. 올 시즌 초 최악의 부진에 빠졌던 삼성이 날씨가 더워지면서 조금씩 살아나고 있다. 특히 2군에서 오래 절치부심한 선수들이 힘을 내면서 팀에 활력소가 되고 있다.
포항제철고 출신 김정혁(32)은 최근 삼성 타선에서 가장 페이스가 좋은 선수 중 한 명이다. 널리 알려진 이름은 아니다. 그렇다고 유망주라고 하기엔 늦은 나이다. 오랫동안 2군에 머물렀던 탓이다. 2011년 육성 선수로 삼성 유니폼을 입은 뒤 2군에선 맹타를 휘둘렀으나 기라성 같은 선수들에 가려 좀처럼 1군 무대에서 뛸 기회를 잡지 못했다.
지난 시즌 주전 선수들이 부상으로 빠지면서 선발 출전 명단에 이름을 올리는 일이 잦아졌다. 좋은 활약을 펼치는 듯했으나 페이스가 떨어졌고, 변화구에도 적응하지 못했다. 결국 1, 2군을 오가는 신세가 됐다. 올 시즌에도 비슷했다. 4월 잠시 1군에 있다가 2군으로 내려갔다.
김정혁은 "실망하지 말고 2군에서 잘하면 기회가 다시 올 것이라고 다짐했다"며 "그러다 6월 6일 1군으로 올라왔다. 이번 기회를 놓치면 끝이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1군 복귀 후 김정혁은 불방망이를 휘둘렀다. 11일 경기 전까지 김정혁은 타율 0.412(34타수 14안타)를 기록 중이다. 특히 득점권 타율은 무려 0.857에 이르고 있다.
김정혁처럼 2군에서 눈물 젖은 빵을 오래 먹었던 선수가 잘하면 2군 선수들에게도 동기 부여가 된다. 그리고 그 같은 분위기가 널리 퍼지면 1군 주전 선수들도 긴장하게 되고, 자연스레 팀이 강해진다. 타선에서 김정혁이 '2군 신화'를 쓸 만한 인재라면 마운드에선 안성무(27)와 임현준(29)이 그런 존재다.
2015년 육성 선수로 삼성에 입단한 안성무는 지난 8일 두산 베어스전 선발투수로 1군 무대 데뷔전(3과 2/3이닝 4피안타 3실점)을 치렀다. 2군에선 선발투수로 경험을 많이 쌓았지만 1군 무대는 역시 만만치 않은 곳이었다. 1회 3점을 빼앗기는 등 초반부터 흔들렸다. 하지만 점차 안정을 찾으며 더 이상 실점하지 않았다. 다양한 변화구는 1군 무대에서 통할 가능성을 보여줬다. 그가 롱릴리프 내지 임시 선발투수 역할을 잘해낸다면 삼성 마운드에 적지 않은 힘이 될 전망이다.
8일 두산전에선 안성무 외에 또 한 명의 투수가 인상적인 투구를 펼쳤다. 국내에서 유일한 좌완 사이드암 임현준이 그 주인공. 그는 지난 시즌을 앞두고 사이드암 투수로 변신했다. 평범한 구위와 제구력을 가진 그가 프로 무대에서 살아남기 위해 택한 벼랑 끝 승부수였다.
임현준은 8일 성공할 수 있다는 희망을 봤다. 0대3으로 뒤진 4회 등판해 3과 2/3이닝 동안 1피안타 무실점으로 두산의 강타선을 봉쇄했다. 삼성은 장원삼 외에 마땅한 좌완 불펜이 없는 상태. 임현준이 좋은 활약을 펼친다면 마운드 운용에 숨통이 트인다. 제구만 좀 더 안정된다면 1군 경기에서 임현준을 자주 볼 수 있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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