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수학 맛 좀 봤더니 '문제집 수학' 덤빌 만하네
정말이지 도떼기시장이 따로 없었다. 일어서서 돌아다니질 않나, 화이트보드에 쓰고 싶은 거 다 쓰질 않나. 대학생 형, 누나 스마트폰을 열어 보질 않나. 그렇다고 목소리가 작나.
지난 3일 오후 안동도립도서관 북카페에서 본 '수학멘토-수달(수학달인)쌤과 놀자'의 풍경이다. 필시 놀이터가 틀림없었다. 다만 놀이도구가 숫자라는 게 특이점이다.
수학과 친해지려는 시도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수학'이라는 말만 안 붙으면 여행이나 퀴즈쇼와 별반 다르지 않다. 수학을 놀이로 인식하도록 해 아이들을 과목 부담에서 벗어나게 하려는 시도로 읽힌다.
◆놀이가 된 수학
숫자로 노는 놀이터의 풍경은 자유로움 자체였다. 정답을 맞히면 기분 좋고, 틀려도 기분이 좋았다. 정답을 맞히느냐, 못 맞히느냐와 무관하게 그다음 단계가 실은 더 흥미로운 부분이어서다.
이들의 화이트보드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5+5+5=550에서 하나의 직선을 이용해 식이 성립하게 하라. =(등호)에 손대지 말 것'
케이블 프로그램인 tvN의 '문제적 남자'에서나 봄직한 문제였다. 초등학교 5학년 아이들은 문제를 풀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수학교재가 있었지만 누구도 펼쳐보지 않았다. 놀이에 교과서가 없듯 아이들은 수학문제를 수학으로 대하지 않았다. 퍼즐 대축제에 온 듯했다. 즐거운 자존심 대결장에서 기자도 함께 놀았다.
정답은 '545+5(5+545도 가능)=550'이었다. 아이들은 20분 넘게 이래저래 숫자를 움직였다. 정답을 맞힌 이는 없었다.
그러나 아이들은 이 과정을 놀이로 이해하고 있었다. 곧바로 아이들 사이에서 응용문제가 나왔다. '성냥 4개를 이용해 9(구)를 만들라'는 것이었다. 말장난 같기도 한 이 문제의 정답은 '구'. 아이들의 엉뚱함은 수학의 기본을 흔들기도 한다. '7+7+7=714'를 제멋대로 입증해내기까지 했다. 그렇다고 누구도 핀잔주지 않는다. 함께 웃고 즐긴다.
권기대(안동 영남초 5년) 군은 "학교 수학 시간과 달리 창의력을 묻는 문제를 많이 접해 재미있다"고 했다.
2년째 멘토로 이 프로그램에 참여 중인 김지현(안동대 수학교육과) 씨는 "놀이를 위주로 하고 있다. 교사가 좀 더 준비해야 하는 부담은 있지만 아이들의 만족감은 기대 이상"이라며 "나중에 교단에서 아이들과 만나 이런 수업을 시도해보고 싶다"고 했다.
◆별의별, 수학
수학은 여행 소재와 결합하기까지 했다. 걷고, 생각하고, 풀기에 땀 흘리는 수학이다. 올레길로 유명한 제주는 물론이고 대구에서도 근대골목 투어를 수학과 결합해 수학(數學)여행 코스로 만들었다. 경북에서도 영주지역 소수서원의 수학적 원리를 소개한 '선비와 함께 걷는 매스투어' 등 최근 2년간 15개의 매스 투어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소수서원 한 모퉁이에 있는 은행나무도 수학의 좋은 소재로 변신한다. '땅에서부터 높이 150㎝에서 은행나무 꼭대기까지 본 각도는 45도이다. 은행나무의 높이를 계산하라'와 같은 문제를 풀고 다음 코스로 이동하는 것이다.
기존 수학 경시대회 양상도 바뀌고 있다.
'수학탐구대회'로 이름붙은 구조물 제작대회, 소마큐브왕 선발대회, 수학 영상 감상 등은 수학이 재미있는 것이라는 친숙감을 줘 누구나 참여할 수 있도록 한다. 예전의 엘리트형 수학 경시대회와 차원이 다르다.
'수학나눔학교'도 있다. 지난해부터 교육부 사업으로 시작된 수학나눔학교는 각 학교별로 수학클리닉을 운영해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의 근본적인 문제를 상담, 진단, 치료한다. 경북의 경우 초등학교 5개교, 중학교 34개교, 고등학교 18개교를 운영 중이다.
◆왜? 수학인가
그럼 왜 이토록 교육당국은 수학에 전력투구하고 있는 걸까. 수학은 특정 영역 학습에 어려움을 느껴 소홀히 하게 되면 과목 자체를 포기해 버리는 경향이 강하다. 쉽게 말해 기초가 안 돼 있으면 전체를 날려버린다는 얘기다. 수학을 포기하는 학생 대부분은 수학이 어려운 과목이라는 선입견으로 흥미를 잃어버린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교육현장에선 이해하기 어려운 수학적 용어와 공식들로 가득한 수학 교과서에서 벗어나 재미있는 수학, 흥미 있는 수학, 호기심을 유발할 수 있는 수학으로 탈바꿈하려는 시도를 지속적으로 펼치고 있는 것이다.
재정적 여유가 있는 지방자치단체는 보조 교사를 더 뽑기도 한다. 서울시교육청의 경우 수학 포기자 없는 학교를 만들기 위해 교과 교사 외에 협력강사를 한 명 더 두는 사업을 진행 중이다. 교과 과정을 따라가기 위한 기초 학습 능력이 부족하거나, 학습 속도가 느린 학생들이 소외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맞춤형 프로그램이다. 협력강사는 정규 교과 수업 시간에 학습 부진 진단을 받은 학생의 멘토 역할을 하고, 방과후 특별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들을 개별 지도한다. 33개 신청 학교(중학교 22곳, 고교 11곳)의 중학교 1학년, 고교 1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운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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