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박 폭탄'에 허탈한 봉화 농가
"이게 무슨 날벼락입니까. 살길이 막막합니다."
7일 오후 봉화군 봉성면 유군성(70) 씨의 사과밭. 지난 1일 오후 1시쯤 '우박 폭탄'을 맞은 유 씨의 사과밭은 전쟁터나 다름없었다. 가지마다 주렁주렁 달렸던 사과는 땅바닥에 떨어졌고 사과나무는 부러져 형체를 알아볼 수 없었다. 간신히 매달린 사과조차 흠집이 생겨 온전한 것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지름 5㎝ 크기의 우박이 내려치면서 나뭇가지가 꺾이고 껍질이 벗겨져 멀쩡한 나무를 모두 베어내야 할 형편이다.
15년간 자식같이 키운 사과밭은 30분 만에 쑥대밭으로 변했다. 유 씨는 이번 우박으로 사과밭 1만여㎡가 사라질 위기에 처해 8천여만원의 손해를 입었다. 앞으로 사과나무가 정상으로 회복될 때까지는 수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유 씨의 손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나 수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유 씨는 어디에도 하소연할 데가 없다. 지난 13년간 농작물 피해보험을 넣었지만 보험료 280만원이 부담스러워 지난해부터 넣지 않았기 때문이다.
유 씨는 "나무를 키워서 다시 수익을 얻는 데 5년이 걸린다. 벌써 올해 1천만원 가까이 투자한 상황에서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 막막하다"며 허탈해했다.
봉화군 상운면 이성무(55) 씨 농가도 상황은 비슷했다. 사과와 수박, 고추농사를 짓는 이 씨의 비닐하우스는 구멍이 숭숭 뚫려 벌집을 연상케 했다. 우박에 맞아 죽은 수박과 고추는 뿌리만 남아 있었다.
이 씨는 "대부분 농부가 빚내서 농사를 짓고 연말에 수확하면 빚을 갚는데 올해는 빚만 지고 수확할 농작물이 하나도 남지 않았다"며 "대구에서 대학 다니는 막내아들이 요즘 아빠가 돈이 없는 걸 알고 구내식당에서 2천500원짜리 밥만 사먹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 하루하루가 자식에게 죄를 짓고 80대 노모에게 불효하는 것 같아 가슴이 찢어진다"고 하소연했다.
영주 단산'부석면도 사정은 마찬가지. 과수원과 밭작물은 멀쩡한 것이 없다. 사과와 복숭아, 자두, 고추 등 과수와 밭작물은 가지만 남아 있을 정도다. 김상섭(67) 씨는 "멀쩡하던 사과나무와 밭작물이 온데간데없다"며 "자식같이 애써 키운 농사를 하루아침에 몽땅 망쳐버려 앞으로 살아갈 일이 막막하다"고 했다.
영양군도 예외는 아니다. 영양군 일원면에서 담배 농사를 짓는 김순자(60'여) 씨의 밭에는 어린 담뱃잎들이 우박에 찢겨 형체를 찾아보기 어려웠다. 줄기마저 끊어진 곳이 대부분이다. 망가진 밭을 정리하고 싶어도 가닥가닥 찢어진 비닐 탓에 손을 델 곳이 한두 곳이 아니다. 김 씨는 "지금껏 자연재해를 겪은 적이 없는 농가들은 보험에 들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당장 빚만 1천만원이 넘는다. 정부에서 우박 피해지역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해 농민이 살 수 있는 길을 찾아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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