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권희 경북대 교수, 문화재청 발표 반박, '증도가자' 진위 논란, 끝없는 진실게임

입력 2017-06-08 00:05:01

학계 "문화재청, 조작 흔적 발견 못해

구리 활자 특성상 위조도 불가능해"

"세계 최초 금속활자로 볼 수 없다."

"최초 금속활자가 맞다."

문화재계의 해묵은 쟁점이었던 고려 금속활자 '증도가자'(證道歌字)에 대해 문화재청 문화재위원회가 올해 4월 '국가지정 보물 가치가 없다'고 의결함으로써 일단락되는 듯했다.

그러나 학계와 문화재계 인사들이 문화재청의 발표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반격에 나서고 있다. 학계에 '증도가자'를 처음 소개한 경북대 남권희 문헌정보학과 교수를 만나 의견을 들어 보았다.

-증도가자가 무엇인가.

▶1239년 고려 조정은 '남명천화상송증도가'(南明泉和尙頌證道歌)를 간행했다. 논란이 되고 있는 증도가자는 이 '증도가'를 인쇄할 때 사용했던 금속활자다.

이것이 진품으로 공인되면 세계 최초 금속활자 직지심체요절보다 138년 이상 앞서는 것이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청주 고인쇄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증도가자'의 일부가 위조되었다고 발표했다.

▶국과수는 CT 촬영을 통해 활자의 겉과 속이 다르다고 발표했다. 즉 땜질을 해서 위조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구리로 활자를 만들려면 1천200℃ 이상 고열이 필요하다. 이 고열 속에서 이물질을 덧씌우는 작업 자체가 불가능하다. 땜질을 하는 순간 두 금속이 엉켜버리기 때문이다. 또 이물질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국과수는 자료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문화재청은 '증도가자'와 '증도가'의 유사도가 낮다고 발표했는데.

▶문화재청은 증도가자(활자)와 증도가(번각인쇄본)의 유사도를 평균 0.92로 보았다. 비교 대상인 임진자(壬辰字'1772년 동활자)는 0.95로 두 자료의 차이는 0.03에 불과하다.

'인공지능' 방법으로 조사한 유사도 결과에서도 증도가자는 74.4%, 임진자는 79%가 나왔다. 두 활자의 제작연대가 500년 이상 차이 난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건 육안(肉眼)의 영역이 아닌 마이크로 영역이다.

-학계에서 문화재청에 끝장 토론을 제안했다고 들었다.

▶우리 고활자, 서지학계에서는 20여 명의 전문가가 각기 파트를 정해 1년 동안 연구해 보고서를 냈다. 그런데 이 보고서 자료가 거의 반영되지 않았다. 문화재청 조사단에는 금속활자 전문가가 없다. 상당수가 관련 논문 한 편 없는 비전문가들이다. 우리가 끝장 토론을 제안했으나 응하지 않았다.

-문화재청의 애매한 입장에 대해 비판 여론이 일고 있다.

▶문화재청은 활자 일부에 대해 이상이 없고 조작된 흔적이 없다고 인정했다. 금속 성분도 맞고 연대 측정에 의한 연도도 인정한다. 사실상 고려금속활자가 맞다고 인정한 셈이다.

그러나 '서체유사도 4.6%'를 놓고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가 있다'는 애매한 수사(修辭)로 논란을 더 증폭시키고 있다.

한편 학계의 이런 주장에 대해 문화재청은 '이미 검토한 사항들로 결론을 바꿀 만한 내용은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문화재청 "주조 재현 실험 결과 같은 활자 못 만들어"

번복할 정도의 새로운 사실 나타나지 않아

사형주조법 모형 시도했으나 만들지 못해

문화재청은 "번각본과 금속활자본 글자의 서체 유사도와 관련해 획의 굵기, 목판 수축으로 인한 글자 변형에 대해서는 모두 검토를 마쳤고 입장을 번복할 만한 새로운 사실이 나타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리고 일부 '증도가자' 위조 여부에 대해서도 국과수가 나름대로 과학적 검토를 거친 결과 그간의 입장에 변화가 없다고 밝혔다.

3D 프린터를 활용한 주조 재현 실험 결과도 마찬가지 결론을 내렸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증도가자'가 목형을 활용한 사형주조법(모래주형을 사용해 주조하는 방법)으로 만들었다는 보물 지정 신청 측 주장을 검증해보기 위해 모형 제작을 시도해봤으나, 이 방식으로는 '증도가자'와 형상'치수가 동일한 활자를 만들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문화재청은 "학계의 일부 주장에 대해서는 상당 부분 과학적 근거와 학술적 설득력이 있는 만큼 앞으로 더 세밀한 검증과정을 통해 이를 밝혀나가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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