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K 민심에서 점점 멀어지는 한국당…계파 싸움에 지역의원 입지 약화

입력 2017-06-07 00:05:04

바른정당에 지지율 4% 뒤쳐져…민주당은 내년 지선때 약진 노려

정치 지망생 김모(38) 씨는 최근 자신의 명의로 된 아파트를 팔기 위해 부동산 사무실에 들렀다. 시세 3억원인 아파트를 처분하고 그 돈으로 내년 지방선거를 치르겠다는 각오다. 뼛속까지 보수라고 자처하는 김 씨지만 자유한국당 대신 바른정당 간판을 달고 뛰겠다고 했다. 그는 "한국당이 지난해 총선과 대선, 그리고 당권 경쟁으로 치닫는 일련의 모습을 보면서 더 이상 보수의 희망이 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며 "보수의 대안을 부르짖는 바른정당에서 정치 행보를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대구경북(TK) 정치권의 맹주였던 한국당이 지역 민심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다.

대선 패배의 충격에서 채 벗어나기도 전에 당권 내홍에 빠지며 창당 이후 최악의 위기 국면으로 내몰리고 있지만, TK 정치권이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바른정당 등 경쟁 정당들은 한국당의 침체를 틈타 TK 정치 지형에서 지분을 넓혀가고 있다.

민주당은 문재인정부의 지지율 고공 행진에 힘입어 대구에서 입지를 다지고 있다. 특히 김부겸 국회의원이 행정자치부 장관으로 발탁돼 내년 지방선거에서 문재인정부와 김 의원의 후광효과에 힘입어 단체장 한두 석을 기대하고 있는 분위기다.

호남 색채가 짙은 국민의당도 김태일 영남대 교수를 혁신위원장으로 선임해 당 쇄신작업에 나섰고, 바른정당도 대선 과정에서 각인시킨 '따뜻하고 합리적 보수' 이미지를 내세워 지역 기반 다지기에 힘을 쏟고 있다.

하지만 한국당은 강한 야당 건설은커녕 벌써부터 친박(친박근혜)과 비박(비박근혜)계의 당권 싸움으로 시끄러운 상황에서 TK 정치인들도 전혀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에는 전통적 지지 텃밭인 TK에서도 보수의 다른 축인 바른정당에 지지율이 뒤지는 등 총체적 위기에 빠졌다.

여론조사회사 한국갤럽이 5월 30일~6월 1일 전국 성인 1천4명에게 정당 지지도를 물은 결과(표본오차는 신뢰수준 95%에 ±3.1%포인트) TK 지역에서 한국당은 민주당(34%)은 물론 바른정당(22%)에도 뒤처진 18%의 지지율을 보였다.

한국당은 내년 6월 지방선거는 물론 5년 뒤 정권 교체에 대한 비관론이 팽배한 분위기다. 또 한국당 TK 정치인들은 초'재선이 대다수로 당내 입지가 크게 좁아진 상황이어서 향후 당권 경쟁에서도 배제되거나 밀려날 가능성이 크다.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한국당이 보수정권 탄핵과 대선 참패로 지지 기반이 무너진 데다 패배주의와 무사안일주의가 더해져 무기력증에 빠졌다"며 "당을 쇄신하고 미래 정치 리더를 키우면서 보수의 정체성과 가치를 재정립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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