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충일 추념식서 여야 견제 치열…정우택 "노회찬 연임 한턱 내라"
새 정부 출범 후 청와대가 주도한 '협치' 정국에 금이 가고 있는 가운데 여야 대표들이 모처럼 만난 자리에서 뼈 있는 말을 주고받았다.
6일 오전 국립서울현충원에서 거행된 제62회 현충일 추념식에 참석한 여야 대표들은 미소 띤 얼굴로 악수를 나눴다. 하지만 인사말에는 가시가 담겨 있었다. 문재인정부의 초대 내각 인선을 추인하는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야당이 공직 후보자와 관련한 각종 의혹을 제기하며 격렬하게 반대하는 상황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포문은 정우택 자유한국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가 열었다.
정 권한대행은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국내 정세가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고 견제구를 던졌다.
정치권에선 청와대의 반대로 사드 배치가 늦어지고 있는 점과 4대강 사업에 대한 감사 추진 등 '전(前) 정부 흠집 내기'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아울러 '이런 식이면 제1야당으로서 향후 국정에 협조하기 힘들다'는 으름장 성격도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추 대표도 밀리지 않았다.
추 대표는 "정 대표님만 도와주시면 일이 술술 풀릴 것"이라며 "좀 많이 도와 달라'고 답했다. 새 정부 첫 내각 구성 지연에 따른 국정 공백은 한국당 책임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나아가 높은 국정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는 문재인정부의 첫걸음에 협조해 줄 것을 압박한 발언이기도 하다는 평가다.
야당 간 신경전도 치열했다.
정 권한대행이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에게 "원내대표는 연임이 어려운데 연임이 되셨으니 한턱 내라"고 말하자, 노 원내대표가 "박근혜 전 대통령이 나라 곳간만 비운 게 아니고 직전 집권당 곳간도 다 비우셨나, 곤궁하신가 보다"고 받아쳤다. 웃자고 한 말에 너무 정색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지만, 최근 한국당의 위상 추락을 반영한 에피소드라는 얘기도 나온다.
국정 농단 사태 이후 지지세를 회복하기는커녕 차기 당권을 둘러싼 내분으로 자멸하고 있는 한국당의 최근 형편을 꼬집었다는 평가다. 한국당은 지난 6월 첫 주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정의당과 같은 8%의 정당지지율을 기록한 바 있다.
한편, 추 대표는 최근 당청 간 불협화음설을 일축하기라도 하려는 듯 이날 문재인 대통령의 추념사에 대해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추 대표는 "문 대통령이 무명용사들을 조국의 아버지라고 말씀하시고 마음의 존중감을 표현하셔서 굉장히 감명 깊었다"고 소감을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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