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외교관 생활 중 12년 한국 생활
'한국인 아니라 다행' 제목의 책 펴내
과도한 입시 경쟁과 취업난 꼬집어
'너나 잘 하세요' 하고 싶지만 공감가
지난 1일, 재한 일본대사를 역임했던 무토 마사토시(武藤正敏'69)가 '한국인으로 태어나지 않아서 다행이다'는 충격적 제목의 책을 발표했다. 표지에는 문재인 대통령의 사진이 크게 들어 있고, '하필이면 왜 지금 문재인인가! 벌어진 입을 다물 수가 없다!'는 글이 더해져 있다. "한국 발전을 위해서 은퇴한 외교관이 듣기에는 거슬리나 도움이 되는 말을 담고자 했다"는 출간 의도를 밝히기는 했지만, 그래도 편하지 않은 제목이다.
"한국은 북한 위기의 이 시기에 친북'반일을 외치는 문재인을 대통령으로 선택했다. 과거 문 대통령을 만난 적이 있는데, 그의 머리에는 북한에 대한 것밖에 없었다. 경제 정책을 모르는 문 대통령은 '퍼주기 정책'으로 인기를 얻겠지만, 성공하지 못하면 국민들의 불만을 반일 감정으로 전환할 것이다."
이와 같은 내용에 대해서 우리의 언론은 혐한 서적이니 억지 주장이라는 비판을 가하고 있다. 한국갤럽은 6월 초 문재인 대통령 직무 수행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 '잘하고 있다'가 84%, 역대 대통령 중 가장 높은 직무 긍정률이라고 밝혔다. 그러니 이웃나라 전직 외교관의 자극적 비판에 대해서 불쾌함을 감출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무토는 한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할 수 있는 사람으로, 2010년 주한 일본대사로 부임할 당시 상당히 주목을 받았다. 한국 연수를 통해서 한국어와 문화를 배웠으며, 네 차례에 이르는 한국 근무인지라 한일 소통의 큰 창구가 되리라 믿었다. 40년 외교관 생활 중 12년을 한국에서 지낸 사람이다. 각 분야의 다양한 지식과 경험을 가진 대표적 '지한파(知韓派) 외교관'으로 자타가 인정한다. 퇴임 후 동서대 석좌교수로 초빙되었을 당시, "한일 교류의 가교 역할을 하겠다"고 했다. 2013년에는 양국 관계에 기여한 공으로 한국 정부로부터 수교훈장을 받기도 했다.
그러니 조금만 더 그의 말을 들어보자. "나는 일본에서 시험을 치르고 외교관이 되었고 대사까지 되었다. 만약 내가 한국에서 태어났다면 가혹한 경쟁 사회의 중압감을 이기지 못했을 것이다. 온 가족은 자식을 위해서 엄청난 희생을 하지만, 이에 대한 보상을 받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일부 고위층은 이런 경쟁에서 벗어나 잘 살고 있는데 사람들은 이것을 부러워한다. 이런 불만이 쌓이고 쌓여 있는 사회가 한국이다."
이어서 치열한 교육열과 입시 경쟁, 취업난, 결혼난, 노후생활 불안, 높은 자살률 등 우리 사회의 부정적인 면을 들먹였다. '친절한 금자씨'는 아니지만 "너나 잘 하세요"라고 하고 싶은데, 슬프게도 이 부분에서는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적지 않다. 과도한 입시 경쟁 운운하면서 상식을 벗어난 사교육비를 말하고, 수능 날 경찰 순찰차가 동원되고 비행기 이착륙까지 금지하는 등 모든 사회에 비상이 걸리는 실태를 꼬집었다. 사교육비로 허덕이는 현실에 대해서 나 역시 벗어날 수 없는 테두리 속에서 비판의 소리를 높여왔기 때문에 할 말이 없다. 그리고 결정적 하나의 단어 '기러기 아빠'를 말하는 데 나는 두 손을 들었다.
1990년대부터 '글로벌 글로벌' 하면서 영어 교육이 강조되었고, 조기 유학 열풍과 더불어 기러기 아빠가 등장했다. 나도 몇 번이고 망설였지만 그들의 용기와 결단력을 부러워하는 것으로 끝났다. 일본도 학교는 중요하고 영어의 중요성에 대해서 모르는 것이 아니다. 그래도 평범한 가정에서 기러기 아빠 같은 것을 생각하는 그런 나라는 아니다. 그러니 무토 전 대사의 "한국의 경쟁 사회에서 적응하고 성공하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다. 그런 와일드함이 없는 나로서는 감당할 수 있는 나라가 아니다"는 말을 이해한다.
'타산지석'이라고 하지 않는가. 새 대통령의 새 시대를 맞이해서, 우리 아이들이 즐겁게 학교생활을 하고 사회에 진출해서는 '7포 세대' 같은 말을 하지 않고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좋은 세상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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