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영덕 앞바다에 방치된 '문산호'…호국영령 뵐 낯이 없다

입력 2017-06-05 00:05:00

영덕군 남정면 장사리 해변에는 324억원짜리 '애물단지' 선박이 있다. 1950년 9월 장사상륙작전 전승기념사업의 일환으로 영덕군이 복원을 시도한 선박 '문산호'다. 문산호는 그러나 부실 공사 논란에다 법적 공방마저 빚어지면서 준공 검사도 못 받고 수년째 방치되고 있다.

문산호는 2015년 1월 완공될 예정이었지만 그해 태풍과 너울성 파도의 충격으로 배 뒷부분의 철골 구조물이 휘어지면서 안전 문제가 생겨 현재 폐쇄된 상태다. 게다가 부실 공사 및 준공 지연의 책임 소재를 놓고 영덕군과 시공사 사이에 맞소송이 벌어지는 등 사태가 해결되기보다는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

문산호 복원을 보면 주먹구구식 사업 추진과 부실시공 등 총체적 난맥상이 드러난다. 지난해 경북도가 감사를 해보니 북동쪽 해저 방파제를 지어 파도 충격으로부터 문산호를 보호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지만 반영되지 않았다. 선미 부분의 보강재 간격이 설계 기준보다 넓고 보의 크기와 두께도 기준치에 미달했다는 한국강구조학회의 분석 결과도 있었다.

이것은 예고된 인재다. 300억원 넘는 혈세가 들어간 문산호 복원 사업이 이 지경이 됐는데도 책임지는 이가 없고, 해결하겠다고 자처하는 곳도 없다. 가장 근본적인 해법은 문산호 북동쪽 바다에 수중 방파제를 짓는 것이지만 추가 공사비(100억원 추정)에 따른 비난 여론 우려 때문에 영덕군과 경북도는 엄두를 못 내고 있다. 영덕군과 경북도는 수중 방파제 건설보다 예산이 훨씬 적게 드는 선박 보강 공사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 타진하느라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대로라면 올해 9월 15일 있을 장사상륙작전 기념식도 문산호 없이 치러질 전망이다.

문산호 복원의 역사적 가치에는 이론이 있을 수 없다. 장사상륙작전이 있었기에 인천상륙작전도 성공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런 식으로는 곤란하다. 영덕군과 경북도는 적극적 의지를 보여야 한다. 문산호를 타고 장사리 해변에 상륙한 뒤 북한군과의 교전으로 꽃다운 목숨을 잃은 139명 학도병의 희생에 더 이상 죄를 지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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