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활의 시각 Campus Now!]나는 이곳을 사랑한다

입력 2017-06-05 00:05:00

며칠 전 친구가 "난 졸업하고 나서 꼭 서울에 일자리를 구할 거야"라며 자신이 꿈꾸는 '서울라이프'에 대해 장황하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태어나서부터 대구를 한 번도 떠나본 적이 없던 나는 '서울이 뭐 별건가' 싶어 친구에게 이유를 물었다. 친구는 "서울에는 일할 곳도 많고 월급도 대구보다 세잖아"라고 딱 잘라 대답했다.

친구뿐 아니라 대구의 청년 대부분은 이미 대구를 떠나 수도권에 자리를 잡았거나, 떠날 것을 고려하고 있다. 졸업하자마자 임용고시를 준비하겠다며 노량진으로 간 선배를 포함해 내 주변의 졸업생들은 이미 수도권의 대학원으로 진학하거나 직장을 구해 생활하고 있다. 그날 침대에 누워 전문대를 졸업한 후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고생하다가 결국 서울에 일자리를 구해 어엿한 직장인이 된 고교 동창을 떠올렸다. '왜 20대 또래들이 고향인 대구를 떠나고 있는가'에 대한 생각을 골똘히 해보았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대구에서만 지난해 약 1만 명의 인구가 다른 지역으로 유출되었으며 20대가 가장 많이 유출되었다. 20대는 대학교 진학, 취업 등을 위해 이동하는 경우가 가장 많았다. 대구를 떠나는 가장 큰 이유는 '일자리 부족'이다. 고임금 일자리가 흔치 않고 심지어 취업이 쉽게 되는 것도 아니다. 몇 년 전부터 대구의 지역산업인 섬유산업과 자동차부품업 등도 점점 저물어가고 있는 추세다. 이 때문에 대학 졸업 후 일자리를 찾아 다른 지역으로 눈을 돌리게 되는 청년들이 많아지는 것은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나 또한 다른 지역에서의 취업을 고민 중이다. 부모님은 "다른 지역도 대구랑 똑같다. 타지에 가면 고생만 한다"고 말하지만 '다들 서울에 직장을 구하는데 대구에 계속 남아 있으면 취직이 될까'라는 의문이 끊임없이 생긴다.

얼마 전 수도권 대학에 편입해 1년째 서울생활을 하는 친구와 통화를 했다. 그녀는 "대구가 내 고향인데, 니들도 다 거기 있다 아이가. 엄마도 뵈러 가야 하고. 아, 또 곱창이랑, 즉석 떡볶이 먹고 싶다. 서울에는 그런 맛이 안 나더라"라고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내가 학교만 아니면 대구에서 살지. 여긴 사람도 많고 복잡하다"라며 웃었다.

모두가 같은 마음일 것이다. 나 역시 23년 동안 나의 웃음과 눈물이 모두 녹아 있는 이곳을 떠나고 싶지가 않다. 적어도 '일자리 부족'을 이유로 대구를 떠나는 청년은 없었으면 한다.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해 청년층의 유출을 막는 것이 대구의 가장 시급한 문제일 것이다. '대프리카'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더운 곳이지만, 나는 이곳을 사랑하고, 앞으로도 사랑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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