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상 설치 불가!' '몰랐으니 상관없다?'
앞은 대구 중구청이 대구백화점 앞에 설치하려던 평화의 소녀상을 반대한 근거다. 뒤는 달성공원 앞 땅 주인이 명확하지 않은 도로 위에 순종황제 동상을 세운 중구청의 입장이다.
당초 소녀상 설치터는 1919년 대구 3'8만세운동 때 일제가 군 병력과 기관총까지 동원해 평화적인 만세운동 참가자를 탄압했던 역사적인 현장이다. 그런 상징성으로 시민사회단체가 자발적인 성금으로 올해 3'1절에 맞춰 설치하려고 지난해 12월부터 협의했다. 3개월의 검토 결과, 중구청의 답변은 불가였다. 도로법 때문이었다.
그런데 순종 황제 동상을 세운 곳은 사업 처음부터 주인이 분명하지 않은 땅이었다. 그럼에도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처럼 지난해 6월부터 올 4월까지 1년 가까이 2억5천만원을 들여 동상과 동상이 들어설 무대, 부대시설을 만들고 지난달 그럴듯한 제막식도 가졌다. 그러나 동상에 대한 논란이 일자 뒤늦게 확인하는 과정에서 나라 땅도, 개인 땅도 아닌 사실이 드러나 지금 새로운 행정절차를 밟는 소동이다.
동상 건립은 중구청이 70억원짜리 순종황제 어가길 전체 사업 중 1년쯤의 시간 여유을 갖고 진행한 일인 만큼, 소동은 그동안 마땅히 확인하고 거쳐야 할 행정절차를 빠뜨린 탓에 빚어진 결과다. 이번 중구청의 허술한 행정을 보면 과연 지난 3개월이 채 되지 않은 기간 동안 이뤄진 소녀상에 대한 검토는 과연 제대로 했는지 의문이다.
게다가 동상을 보는 구청의 안목도 안타깝다. 특히 동상 앞에 새겨진 '황제 즉위식의 근엄한 모습'이라는 설명도 적절한지 모를 일이다. 사실 순종은 고분고분하지 않은 고종을 강제로 물러나게 하고 일제가 대신 앉힌 황제이다. 물론 제대로 된 즉위식도 아니었다. 일제의 강요로 고종은 어쩔 수 없이 1907년 7월 18일 자리를 넘겨주는 '대리청정'을 명했다.
그러나 순종은 19일 이를 거부하는 상소를 올리고 같은 날 대리청정 축하 행사 뒤 8월 27일 즉위식을 가졌다. 즉위식도 고종처럼 원구단에서 전통 복장에 고유제와 황후, 황태자 책봉 등 23가지 의전행사를 갖는 방식이 아니었다. 일제 입맛대로 초라하게 치렀다. 옷도 전통복과 군복을 번갈아 입었다. 정말 근엄한 즉위식이었을까. 중구청의 어설픈 동상 행정을 보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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