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절대로 '기자'인 내가 쓴 글이 아니다. (중략) 엄밀히 말하면 기사화될 수 없는 글이다. 그저 개인적으로 일본이라는 사회에서 부딪히고 상처받고 나가떨어지고, 그러다가 한국인 특유의 오기로 다시 일어나 일본이라는 상대에 달려붙은 그런 이야기이다."
전여옥이 '일본은 없다'(1993년)의 서문에 쓴 글이다. 본인이 밝힌 것처럼, 객관성과 공정성을 우선시하는 기자의 글로서는 낙제점에 가깝다. 개인적인 경험을 앞세워 오로지 일본을 깎아내리는데 초점을 맞춘 글이다. 책 내용을 보면 작가의 의도를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노예근성을 가진 일본인' '일정한 선을 긋고 사람과 친해지지 않는 일본인' '위안부 문제를 돈 문제로만 보는 일본' '한국을 비하하는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는 나라' '서양 남자라면 사족을 못 쓰는 여자들' '나비부인을 미화하는 일본' '여성을 성 노리개감으로 보는 나라' 등등.
일본이란 나라는 엄청 재수 없고 망하면 딱 좋을 것 같다는 뉘앙스다. 상대에 대한 혐오와 무시, 적대감이 가득하다 보니, 눈에 보이는 대로 마구 씹어대고 물어뜯은 듯한 느낌이다. 이 책은 출간되자마자, 화제를 불러일으키며 베스트셀러가 됐다. 중년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접해본 책이다. 그 당시 책을 읽으면 일본에 대한 스트레스가 확 풀리고, 통쾌함과 짜릿함마저 느껴진다고들 했다. 그러나 책을 덮고 나면 허망하고 뒷맛이 영 개운치 않았다. 남을 욕하고 헐뜯는다고 해서 현실이 나아지고 마음이 편해지는가. 요즘 인터넷 사이트의 책 리뷰를 보면 '일본은 없다'에 대한 평가는 박하다 못해 아예 바닥 수준이다. '악의적인 왜곡과 편견에 가득찬 책'이라는 비평이 많다. 책의 진가는 세월이 가면 자연스레 판명되는 모양이다.
이번에는 무토 마사토시(武藤正敏) 전 주한 일본대사가 '한국인으로 태어나지 않아 좋았다'는 제목의 책을 출간해 화제다. 내용은 '친북 반일'의 문재인 대통령 당선은 잘못된 일이고, 한국은 대학 입학과 취업 경쟁, 결혼난과 높은 자살률을 보이는 혹독한 경쟁사회'라며 비난 일색이다. 자극성과 선정성 측면에서 '일본은 없다'와 비슷한 수준의 책이다. 굳이 '문화적 상대주의'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외교관 출신까지 이런 책을 쓰는 걸 보면 일본의 수준과 상황이 어떠한지 짐작된다. 누군가 '일본은 없다'를 두고 이런 말을 했다. "나쁜 글이 아무리 많이 읽혔다고 좋은 글이 될 수 없다."
댓글 많은 뉴스
나경원 "李 장남 결혼, 비공개라며 계좌는 왜?…위선·기만"
이 대통령 지지율 58.6%…부정 평가 34.2%
트럼프 조기 귀국에 한미 정상회담 불발…"美측서 양해"
김기현 "'문재인의 남자' 탁현민, 국회직 임명 철회해야"
李대통령, 남아공 대통령·호주 총리와 정상회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