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추보다 큰 우박 폭탄…경북북부 車·주택 파손 농작물 쑥대밭

입력 2017-06-01 20:01:39

봉화 등 4곳서 4,911ha 피해…"올해 농사는 아예 망쳐버려" 道, 피해 농가 긴급지원 요청

"이렇게 큰 우박은 태어나서 처음 봤습니다."

1일 오후 1시쯤 봉화군 봉화읍. 갑자기 쏟아진 우박으로 과수원에는 채 크지도 못한 사과 등 과일이 헤아릴 수도 없이 나뒹굴고 있었다. 밭작물 재배를 위해 덮어놓은 비닐도 온통 구멍이 나 못 쓰게 됐다. 수박은 상처투성이고 상추 등 채소는 잎에 구멍이 숭숭 뚫렸다. 농민들은 아예 폐농 지경에 이르렀다고 하소연했다.

박상동(55'봉화읍 도촌리) 씨는 "이렇게 큰 우박은 난생처음 봤다. 밭작물과 과수가 모두 우박을 맞아 못 쓰게 됐다. 올 한 해 농사는 모두 망쳤다. 올해 농사는 아예 망쳐버렸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시가지 전역도 온통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길가나 건물 밖에 주차된 차량은 대부분 유리창이 깨지고 차량 지붕은 엉망이 됐다. 아파트 유리창도 깨지고 낡은 주택은 지붕마저 내려앉아 피해가 극심했다.

이날 영양지역에도 대추 크기만 한 우박이 쏟아져 농작물과 시설물들이 큰 피해를 입었다. 이날 내린 우박은 비닐하우스를 뚫고 하우스 안 수박 등 농작물까지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특히 수비면 지역에는 지름 5㎝가 넘는 굵기의 우박이 마구잡이로 쏟아지며 고추, 감자, 수박 등 농작물의 잎들을 엉망으로 만들었다. 비닐하우스와 이랑을 덮은 비닐이 다 찢어져 농작물을 제대로 수확할 수 있을지조차 의문이다. 농민 권정환(62'수비면 발리) 씨는 "지금 막 뿌리를 내리고 잎이 활착해가는 농작물들이 우박으로 넝마처럼 변했다. 수확 때까지 아무리 노력해도 정상적인 생산이 어려울 것 같다"고 했다.

영주'봉화 등 경북 북부지역에 때아닌 '우박 폭탄'이 쏟아지며 수많은 농가들이 폐농 위기에 처했다. 경상북도에 따르면 1일 오후 5시 현재 봉화 등 4개 시'군에 지름 1.5~5㎝ 정도의 우박이 내려 4천911㏊의 농작물에 피해를 끼쳤다. 시'군별 피해 면적은 ▷봉화지역 과수 열매 피해, 고추 등 채소류 잎 파열 2천993㏊ ▷영주지역 과수 등 1천500㏊ ▷영양 383㏊ ▷의성 35㏊로 집계됐지만 정밀조사를 하면 피해 면적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경북도는 피해 농가에 대한 긴급 병해충 방제를 요청하고 농작물 사후 관리 요령을 농가에 지도하는 한편 해당 지역에 담당 공무원을 보내 피해 상황을 파악하고 있다.

경북도는 지난 4, 5월에도 3차례 우박이 내려 안동 등 6개 시'군에 667㏊의 피해가 발생한 바 있다. 우박 피해에 대한 농림축산식품부 국비 지원 기준은 시'군별 농작물 피해 면적이 30㏊ 이상 발생 시 지원이 가능하다.

김장주 경북도 행정부지사는 "피해 농가에 대한 정밀조사를 한 뒤 신속하게 국비 지원을 요청해 농가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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